[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영남권 맹주가 없다.”

대구·경북 등 영남권은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차기 당권 및 대권을 겨냥하고 있는 인사들 입장에서는 당권·대권 전초기지 확보 플랜과 맞물려 반드시 장악해야 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친의 고향을 들어 충청 출신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사실상 서울 토박이인 윤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이끌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대구·경북 등 영남권 지역의 절대적 지지가 뒤따랐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홍준표 의원이 의원직을 버리고 대구시장에 출마했고,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준석 대표도 영남권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역대 대통령들이 정치적 기반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했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한 빌딩 전광판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응원 영상이 나오고 있다. 2022.07.22. 뉴시스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한 빌딩 전광판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응원 영상이 나오고 있다. 2022.07.22. 뉴시스

전통보수 국힘, 윤대통령.오세훈.한동훈 모두 비영남권 출신
영남 아우를 큰인물 부재 TK 이준석vs홍준표, PK 박형준vs장제원 주목

국민의힘 차기 당권과 대권을 준비하는 인사들 사이 지역패권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과거 3김시대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호남권, 김종필 전 총재가 이끌었던 충청권 등이 3각 편대를 형성하며 상호 경쟁과 전략적 연대를 통해 권력을 주거니 받거니 해왔다.

이 같은 지역 패권주의는 우리 정치의 후진성과 갈등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현실정치에는 이러한 지역 패권주의가 당권, 대권으로의 길도 가능케 하고 있다. 3김 시대 이후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남권을 기반으로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다. 더구나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으나 영남권 민심은 김해 출신 노 전 대통령 대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선택한 것도 영남권 민심 추이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따라서 지금 국민의힘 인사들은 영남권 맹주 자리를 놓고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선 지역맹주를 놓치면 더 이상의 당권·대권도 없다는 위기감으로 당권·대권 전초전을 방불케 하는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자에 배현진 사퇴, 국힘 내홍 심화

이러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이유는 국민의힘 내부 상황이 복잡미묘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지지율 하락, 이준석-윤핵관 갈등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도 안돼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졌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업체의 74주차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조사기간 25~27·표본오차 95% 신뢰수준 ±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긍정평가는 34%, 부정평가는 54%였다.

특히 윤 대통령에 절대적 지지를 보여줬던 대구·경북 지지율은 취임 때보다 무려 30%이상 떨어졌다. 경북매일신문·에브리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에브리씨앤알에 의뢰해 지난 2022일 대구·경북 남녀 유권자 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51.7%잘하고 있다고 긍정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윤 대통령 취임 후 최저치로, 지난달 경북매일신문 여론조사에 비해 30%포인트이상 하락한 수치다. 나아가 부정평가도 40%대를 기록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대구·경북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7.20. 뉴시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대구·경북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7.20. 뉴시스

더구나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며 언급하며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까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이 대표를 둘러싼 당 내홍에 대해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윤대통령의 이 대표에 대한 문자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권 대행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원 동지들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대통령께서는 당대표 직무대행까지 맡은 저를 위로하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 일부에서 회자되는 표현을 사용하신 것으로 생각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당원들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과 권 대행에 대한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한 당원은 지금 이 사안이 (권 대행의) 사과로 해결될 문제인가라면서 당초에 왜 국민의힘을 이렇게까지 지지했는지 계속 허망하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당원은 윤 대통령에 실망했다. 젊은 당대표가 뛰고 노력해서 대통령 만들었는데 이제 대통령과 윤핵관 합작으로 당대표를 찍어내는 상황을 보니 참담하다. 윤 대통령도 희망이 없다. 실망스럽고 절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일련의 이유로 당내에서는 현재 체제로는 위기수습이 어렵고 여권이 힘있게 국정을 운영하기도 쉽지 않다는 여론이 있다.

내부총질이준석 tk돌며 지지율 상승효과

이로 인해 비대위 체제가 거론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 배현진 최고위원이 29일 사퇴했다. 배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80여 일이 되도록 속시원한 모습으로 국민들께 기대감을 총족시켜드리지 못한 것 같다며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배 최고위원은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주재로 원내대표실에서 비공개 최고위 간담회를 마치고 나서 취재진과 만나 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많은 애정과 열정으로 지적해주셨던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굉장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그런 많은 말씀들에 대해 깊이 통감하고 있다마땅히 책임져야 하고 끊어내야 할 것을 제때에 끊어내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초래된다고 생각한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권 대행이 사실상 원톱을 맡은 지도체제를 비상대책위 체제를 바꾸자는 주장이 커지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이 정무수석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당 지도부에 비대위로 전환하는 게 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다만 9월부터는 정기국회가 열려 국정감사와 예산결산이 연말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45달 정도 비대위 체제로 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 사이에 이준석 대표에 대한 수사 결과도 8월 중으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돼 이 대표의 기소 여부에 따라 조기전대 등 국민의힘 지도체제 논란도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윤핵관 등과 대립각을 세우며 영남권 공략에 나서고 있다. 영남권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의 텃밭이다. 이 지역은 당권과 대권도전을 하는 데 있어서 사활을 가를 중요한 지역이다. 당내 기반 및 정치적 버팀목인 영남권 민심의 향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이 지역의 맹주가 되어야만 당권은 물론 대권까지도 꿈을 꿀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따라서 이 대표는 최근 포항, 경주, 울릉 등을 방문하며 영남권 잡기에 나서고 있다. 실제 이 대표는 울릉도에서 사전에 만남을 신청한 당원 및 지지자들과 저녁 식사를 가졌고, 포항을 방문해 한 치킨집에서도 당원과 지지자, 포항시민들 100여명과 함께 치맥(치킨+맥주) 번개 모임을 가졌다. 지난 7월 22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범어네거리에 있는 한 전광판에 이 대표의 지난 1년간 정치적 행보와 성과를 소개한 20초 분량의 영상이 송출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포항과 울릉도 방문을 시작으로 당분간 TK지역을 순회하며 당원들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며 향후 정치적 행보를 위한 우군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도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달 16~18일 전국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벌인 적합도 조사에서 이 대표는 25.2%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안철수 의원(18.3%)과 나경원 전 의원(9.2%) 등이 뒤를 이었다. 대구 경북에서도 29.1%로 선두를 달렸다. 이에 고무된 이 대표가 향후 정치적 행보를 위해서라도 영남권 맹주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부산-울산-경남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7.27. 뉴시스
박형준 부산시장이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부산-울산-경남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7.27. 뉴시스

무주공산된 영남권, 영남권 맹주 누가 노리나

홍준표 대구시장도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한 영남권 맹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 홍 시장은 비록 지난 대선 당시 여론에는 앞섰지만 당권 표심에 패배하면서 차기 대권을 노리며 칼을 갈고 있다. 특히 당원 등 영남권 표심이 절대적으로 확보해야 된다는 판단 하에 대구시장에 도전해 당선됐다. 이를 기반으로 차기 대선을 위한 정치적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또 박형준 부산시장과 윤핵관 장제원 의원도 영남권 맹주가 되기 위한 물밑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야권에서도 이 지역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지는 않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의원은 안동 출신으로 영남 지역 교두보 마련의 선봉장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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