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머금은 옛 추억 담긴 제품 제작”

김승겸 쟐로 공방 대표
김승겸 쟐로 공방 대표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소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가죽공예가를 꿈꾸는 10·20대 청소년들의 멘토로 김승겸 쟐로 공방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가로수길에 위치한 매장 한 켠에서 8년째 가죽 향을 듬뿍 풍기며 가죽공예가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쟐로 공방장 김승겸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가죽을 유난히 좋아했다.

그래서일까? 지금의 쟐로 공동 대표인 그의 와이프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아 가죽공예가의 길을 걷게 된 그는 가죽의 에이징(경년변화)을 경험하게 되면서 가죽에 한없이 빠지고야 만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그의 와이프는 패션디자인 재료로 가죽을 지속적으로 다루며 사용해온 가죽디자인의 명인이다.

김 대표는 그러한 와이프에게 자신이 평상시에 지니고 싶은 제품에 대한 패턴을 의뢰해 스스로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가죽공예를 시작했다.

그 후 그는 가죽을 접하면 접할수록 지독히 사랑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와이프에게 가죽공예에 대한 기본기부터 모든 것들을 배우고 습득했다.

지금은 유능한 가죽공예가로서 부부가 함께 쟐로 공방을 운영하며 다양하고 독특한 가죽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 다양한 부류의 고객을 맞이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은 누구인가요.

▲얼마 전 어느 할머니가 굉장히 고가의 시계를 가져와 세월의 흔적이 담긴 낡은 가죽시계줄을 보이며 새로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어요. 이제 조금 있으면 자신의 삶이 끝날지도 모르는데 그 전에 며느리에게 자신의 시계를 남기고 싶다는 거예요. 100년의 세월을 버티는 가죽처럼 살아생전 쌓아온 자식들과의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게 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세월을 머금은 옛 추억이 담긴 제품을 제작했다는 사실에 뿌듯함이 느껴졌던 일화이지요. (환한 웃음)

- 현재 쟐로를 운영 중이신데 성공으로 이끈 경영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고객의 니즈를 100% 반영하고 있어요. 고객들께서 디자인과 가죽의 색상, 타입, 실 색, 이니셜 등을 직접 정하실 수 있으시며, 극한 제품이 아닌 가방부터 소품류까지 모두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는 ‘Not Trendy But Classy’가 슬로건이에요. 즉 트렌디한 것보다는 늘 곁에 지니고 싶은 제품을 제작함으로써 팬덤을 구축하고 있고요, 타 공방들과는 다르게 대량 제작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도 있어요.

또한 지금까지 현대, 대우건설, 삼성, 포스코, BMW, 볼빅 등 많은 회사의 판촉물 제작에 임한 바 있습니다.

- 쟐로를 통해 유통하는 가죽공예의 종류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일반적으로 가죽 공방은 소품이면 소품, 가방이면 가방 이런 식으로 나뉘어요. 소품제작에 능하다고 가방제작에도 능하지는 않거든요. 제작 방식과 보강 방식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다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저희 공방은 가방, 지갑, 벨트 등 All Play가 가능해요. 특히 제작 시 이탈리아 최상의 베지터블 가죽, 세계적인 명품 H사에서 사용하는 프랑스 가죽 그리고 독일 테너리의 가죽을 주로 사용하고 있어요.

- 기존 가죽브랜드 제품과 차별화하는 쟐로 공예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묵직함이에요.

보통 다른 브랜드들을 보면 여성 제품들은 러블리하거나 색감으로 많이 표현하잖아요. 그러나 저희는 중성적이면서도 멋스러울 수 있는 라인을 기본으로 패턴을 잡고요, 남성 제품들 역시 묵직한 색감과 패턴을 사용함으로써 주목받고 있어요.

- 가죽제품 구매 시 소비자들이 가장 유의해야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가죽의 어느 층을 사용했느냐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full grain(가죽 원피의 최상층부)로 제작한 제품이 내구성이 강하고 습기와 온도에도 강해요.

가죽은 40~50년, 길게는 100년 넘게 사용이 가능한 제품이에요. 그렇기에 오랫동안 사용하실 생각으로 구매하시는 게 좋아요.

너무 쉽게 때가 탈 수 있는 밝은 컬러 혹은 스웨이드나 누벅 같이 비나 눈에 취약한 가죽은 피하시길 추천해요. 또한, 단면의 마감이 제대로 정돈돼있지 않은 제품은 단면 코팅이 쉽게 떨어져 나갈 확률이 높으므로 유념해서 살펴봐야 합니다.

- 매장 운영 원칙은 무엇인가요. 또한, 확장 계획이 있으신지요.

▲저희는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할 마음으로 모든 제품을 제작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어요.

아무리 값이 싸고 작은 제품일지라도, 저에게 소중한 분을 위한 선물을 제작하듯 모든 정성을 쏟아 붓는답니다.

특히 퇴근 시간 체크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시간 안에 얼마나 잘 대응했는지를 살펴보고 문제점이 있으면 과감하게 다시 제작하는 깡(?)도 필요하다는 생각이에요.

확장할 생각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는데, 만약 확장한다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지고 훌륭한 가죽매장으로서, 해외 분들이 내방해서 Bravo가 절로 외쳐질 수 있게 인테리어를 하고 싶어요.

하지만 작업실과 쇼룸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고, 상담실도 따로 설비한 전문적인 아틀리에의 형태를 생각하기에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을 계획이에요.

- 매장이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데요. 타 매장과 차별화한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매장에 사람들이 들어오는 순간 1차 제품군에 환호성을 질러 웃음 짓고, 가죽 향이 너무 좋다는 말씀에 2차 웃음을 지어요.

작지만 빼곡히 진열된 많은 제품군을 구경하실 수 있는 작은 쇼룸과 고객들께서 눈앞에서 보실 수 있는 작업실이 같은 공간에 자리하고 있기에, 눈요기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Jazz 음악에 저희의 망치질, 바느질 소리가 어우러져 고객들께서 하나의 퍼포먼스를 보는 듯한 느낌도 즐길 수 있답니다.

- 가죽공예가로서 성공하려면 어떤 역량과 자질이 필요하며 어떻게 노력해야 하나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이제 이 정도면 남들과 견줄 만한데?’라고 생각했다가 세계적인 장인들의 제품들을 보면 ‘아직 한참 멀었구나’라고 느끼게 되듯 가죽제품 역시 새로운 방법을 시도한 디자인들이 하루가 멀게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

저는 트렌드가 조금이라도 변화하는 듯한 상황에 닥치면, 밤을 새워서라도 해결하려는 스타일이에요.

예전과 달리 지금은 인터넷의 발달로 각종 정보나 유튜브 등을 통해 교과서적으로라도 연습해볼 수 있기에 새로운 부분을 녹여내면서 저만의 방법을 터득해 제품을 제작하곤 해요.

간혹 주문이 없는 틈이 생기면 가만히 있기보다는 그간 해보고 싶었던 것들에 정신없이 도전해봄으로써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저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 모든 것은 규칙적인 생활 속에서 건강을 지키는 가운데 무엇보다도 끈기와 인내가 있어야 가능하며,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되면 분명 빛을 발할 수 있게 돼요.

제 삶에서 변하지 않는 화두는 도전과 여유, 초심이에요. 멈춰있지 않고 도전함으로써 즐거움을 느끼며 그 속에서 삶의 여유를 찾아가는 마음으로 쟐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 처음과 같은 한결같은 마음, 곧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늘 다짐합니다.

- 가죽공예가라는 직업의 장·단점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세상을 살면서 가죽으로 제작 가능한 제품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많이 느끼실 거예요.

그만큼 가죽제품 군의 수는 무한대로 많아질 수 있기에, 공예가로서 제품 개발을 잘하면 그에 따른 수요는 알아서 발생 되곤 하지요.

아주 쉬운 예로, 5년 전쯤 많은 혼밥러들이 식당에서 핸드폰을 컵에 거치하는 모습을 보고는 바로 가죽제품으로 핸드폰 거치대를 출시했던 때가 생각나네요.

또한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이기에, 본인의 스킬이 높다면 리즈너블한 금액 측정이 가능해요.

여권 지갑보다 시계줄에 더 작은 양의 가죽이 사용되지만, 작업성에서 더 많은 시간과 집중이 필요하기에 시계줄을 더 고가로 책정해 제작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단점은 ‘고객들께서 디자인해오셔서 주문해도 제작해드린다’라는 콘셉트에 따라 운영하기에 매번 새로운 패턴으로 작업하는 것이에요. 또한 모든 제품을 손 재단으로 제작해야 하는 것도 단점이에요.

일일이 사람의 손이 필요한 직업이기에 시간상 여유가 그리 많지 않아요. 고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서류가방을 주문하면 얼마나 걸려요?’라는 것인데, 저희는 4주에서 길게는 2달이라고 말씀을 드려요.

기존 주문 건들도 있지만, 수업도 병행해야 하기에 결국은 저녁 시간부터 새벽까지 계속 페달을 돌리게 돼요. 긴장의 연속이 가끔 지치게 할 때도 있답니다.

- 김승겸 대표님의 학창시절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말하자면 너무나 긴 스토리라 짧게 요약해서 말씀드릴게요.

저는 춤추기와 노래하기를 좋아했고, 주목받는 것을 좋아했어요.

노래를 배우기 위해 중·고등학교를 미국에서 유학했으며, 대학 역시 노래로 입학했어요.

오늘의 주제와는 안 어울리지만, 대학 입학 후 2003년 Ray라는 이름으로 ‘못 다한 사랑’을 발매하며 가수로서의 삶도 살아봤고, 쟐로를 운영하기 전까지는 뮤지컬 음악감독, 보컬트레이너로서도 15년 정도 살았답니다.

- 가죽 수공예품은 보관하기가 꽤 조심스러운데요, 효율적인 보관방법은 무엇일까요.

▲우선 가죽 보호제를 사용함으로써 가죽에 영향공급을 줄 수 있어요. 습기를 막는 데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요.

가죽은 습기에 민감해서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니 반드시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하시기를 권장합니다.

가죽 전용 에센스를 사용해 표면의 드라이함을 막아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 가죽공예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가죽공예가가 되신 후 형성된 철학이나 소신이 있나요.

▲‘대충하자’, ‘이 정도면 된다.’

이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예 시작을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품은 시간이 흐르면 거짓이 다 드러나게 돼 있거든요.

이유는, 결국 견고함과 내구성에는 제작의 노하우가 모두 들어가게 되는데요, 그 노하우가 힘들다고 다른 방법으로 쉽게 제작하면 그 제품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게 돼요.

작은 제품일지라도, 해왔던 대로 조급함 없이 최선을 다해 정성을 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에요.

‘나를 보여주기보다는, 제품으로서 나를 보여주는 사람으로 살아가자!’

이것이 바로 공예가로 들어선 후 바뀐 철학이에요. 나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요.

물론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단정한 모습도 필요하지만, 나를 꾸밀 시간에 제품 개발에 더 힘을 썼더니 결국은 미소 짓게 되더라고요.

- 가죽공예가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핸드폰과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들을 많이 접하는데요, 세상에는 다양한 취미와 힐링 활동들이 있어요. 그중 가죽공예는 버릴 것 하나 없는 최고의 힐링 시간을 갖는 활동이라고 자부하고 있어요.

공예가를 꿈꾸시는 청소년분들, 공부에 어려움이 있다면 독학도 좋지만 가까운 공방에 작은 음료수라도 하나 들고 방문해주시면, 다들 반갑게 맞이해주실 거에요. 혼자 하지 마시고, 같이 젊음을 채워나가면 좋겠어요.

오늘도 구석 한 켠에서 끊임없이 노력하시는 모든 공예가님께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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