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중앙위 표심’ 최대 분수령...‘강훈식 부상설’도

민주당 전당대회 예비경선을 통과하며 본 경선에 진출한 (왼쪽부터) 박용진 의원, 이재명 의원, 강훈식 의원 [뉴시스]

- 민주 당대표 컷오프 ‘강훈식·박용진·이재명’ 3파전 확정    
- 강훈식, 중앙위 지지세 우상향...‘어대명’ 대항마로 지목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본선 대진표가 나왔다. 지난 7월 28일 강훈식·박용진·이재명(가나다순) 후보가 전대 예비경선을 통과하며 신‧구 대결 구도로 굳어졌다. 현재 이 후보가 당내 조직력이나 대중 인지도에서 모두 97그룹을 압도한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반면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대세론이 뒤집힐 만한 변수를 주목하는 시각도 적잖다.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내에서도 본선 진출이 유력시됐던 박‧강 콤비는 예비경선을 앞두고도 ‘후보 단일화’에 대해 적극적인 스탠스를 보였다. 이렇다 보니 전대 본선 무대에서 소위 ‘반명 연대’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이들은 컷오프 통과 직후 “단일화 논의에 바로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남은 변수는 본선 투표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민주당 중앙위원들의 표심이다.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대국민 여론조사 우위가 점쳐지는 만큼, 97 후보들은 단일화에 이은 당심 포섭 전략을 골몰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자 몸조심’에 나선 이 후보도 이번 기회에 당내 기반을 확실히 닦아야 하는 입장이다.

정치권의 관측대로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전대 본선행 티켓을 어렵잖게 챙겼다. 남은 두 자리는 민주당 신진 기수들로 채워졌다. ‘어대명’ 훈풍을 업은 이 후보의 단독 질주를 강훈식-박용진 단일화 카드로 제동을 걸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은 지난 7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70% 비중이 적용되는 중앙위원 투표와 30% 비중의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반영해 당 대표 본선 진출자를 추리기 위한 컷오프를 진행했다. 이날 경선은 현역 의원, 광역·기초단체장, 지역위원장, 고문단 등으로 구성된 중앙위원 선거인단 383명 가운데 344명(투표율 89.82%)이 투표에 참여했다. 

전대 본선행 티켓 총 3장을 강훈식‧박용진‧이재명 후보가 가져가면서, 예비경선에 출사표를 낸 강병원·김민석·박주민·설훈·이동학 후보는 탈락했다. 이날 컷오프는 득표율과 후보별 득표 순위 등 구체적인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 의원 측은 이번 예비경선에서 ‘60% 이상’ 득표율을 얻었다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이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지난 7월 28일 컷오프 결과가 발표된 직후 본지 취재진에 “(이 후보가) 최소 60% 이상 득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대의원들 중에서도 이쪽 지지로 돌아선 인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본선도 무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듯 ‘원톱’ 포지션을 지켜온 이 후보의 본선행은 예견된 바다. 그러나 나머지 7명의 예비경선 후보 중 누가 남은 결선 티켓 2장을 가져갈지는 오리무중이었다. 당내 ‘세대교체론’ 대세 훈풍을 탄 97그룹의 강세가 예측됐지만, 97 기수들인 ‘양강양박(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이 일진일퇴의 경쟁력을 보이면서다.  

결국 이번 컷오프로 97그룹의 내부 혼전 양상도 정리된 모습이다. 민주당 세대교체 의제를 강훈식‧박용진 후보가 짊어지게 된 것.

강훈식(재선‧충남 아산시을) 후보는 당내 진보 성향의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를 핵심 기반으로 86그룹의 지지를 얻으며 본선에 진출했다. 그는 지난 3.9 대통령선거 당시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을 맡는 등 민주당 ‘기획‧전략통’으로 부각된 바 있다.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수뇌부로 활동했지만 계파색은 옅다는 평가다. 강 후보는 함께 본선에 진출한 박 후보와 비교해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내부 지지 기반에서 우위에 있다는 게 중평이다.

박용진(재선‧서울 강북구을) 후보는 민주당 내 대표적 비주류 소장파로 꼽히는 인사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른바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의 일원으로 꼽힐 정도로 소신 발언에 거침이 없다. 이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반면 당내 기반은 취약하다. 다만 이번 컷오프를 통해 당내 역할론이 부각되면서 중앙위원들의 표심을 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당내 경선 예비후보로 두각을 보인 이후 몸값을 꾸준히 높여왔다는 평가다. 

민주당 3선 의원은 “우리 당 세대교체와 위기 극복을 위한 젊은 당 대표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며 “강훈식 후보도 출중하지만, 아무래도 대세를 뒤집으려면 어느 정도의 대중 경쟁력도 필요하다. 만약 박 후보로 결선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이재명 후보와도 겨뤄볼 만한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도 친명-비명 대치 구도가 뚜렷하다. 컷오프를 통과한 후보는 친명계(장경태·박찬대·서영교·정청래 후보) 4명, 비명계(고영인·고민정·송갑석·윤영찬 후보) 4명 등 총 8명이다. 본선 투표로 이들 중 5명이 최고위원으로 지명된다. 최고위원 선거의 경우 ‘1인 2표제’로 치러지는 만큼, 각 후보에 대한 표심 분산이 변수다. 최고위원 지분은 당 대표에 못지않게 당권 지형을 결정짓는 중대 요소다. 이달 본 경선에서 친명계 후보들이 3명 이상 배출될 경우 당권 무게추는 친명계로 크게 기울 것이란 관측이다. 

(좌측부터) 민주당 박용진 의원, 강훈식 의원 [뉴시스]
(좌측부터) 민주당 박용진 의원, 강훈식 의원 [뉴시스]

‘어대명 vs 97그룹’의 변곡점, ‘反明 단일화’  

민주당 전대 본선까지 한 달가량 남았다. 본 경선의 흐름을 좌우할 변수는 다양하지만, 그중 97 후보들의 단일화가 첫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오는 8.28 전대가 사실상 ‘이재명 추대식’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민주당 당 대표 경선 판세는 이 후보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강훈식·박용진 후보의 단일화가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다. 단일화를 시작으로 친문‧친낙‧86그룹을 포섭하며 대대적인 ‘반명’ 스크럼을 짜야 승산을 노려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민주당 세대교체론을 지지하는 인사들 사이에선 단일화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서 비명(非明) 전선 구축 총력전을 펴야 그나마 ‘어대명’ 견제가 가능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97그룹에 속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강훈식이냐 박용진이냐를 저울질하기 전에 우선 단일화라는 판을 짜놓고 세부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라며 “1강 2중 구도에서 단일화는 그야말로 ‘상수’다. 이제는 단일화 여부를 놓고 지체해선 안 되고, (반이재명) 스크럼을 짠 이후 득표 전략을 빠르게 구상해서 기동전을 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단 컷오프 직후 97주자들은 단일화에 전향적인 모습이다. 실제로 박용진 후보와 강훈식 후보는 지난 7월 28일 당 대표 예비경선이 끝난 직후 후보 연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단일화는 빠를수록 좋다. 당심과 민심을 반영하는 어떤 방식이든 좋으니 실무협의 단위도 이르게 구성해 논의에 착수하기를 바란다”고 했고, 강 후보도 “(단일화를) 컷오프 이후에 논의하자고 했으니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단일화에 공감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다만 두 사람은 ‘단일화 방법론’에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박 후보는 예비경선을 앞두고 선제적 단일화를 주장한 만큼 줄곧 ‘공격적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강원·대구·경북 당원을 대상으로 첫 당원투표를 시작하는 다음 달 3일 이전에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단일화 시점을 최대한 빨리 가져가자는 입장이다.

반면 강 후보는 ‘단일화 주체’부터 명확하게 정리하고 단계적으로 수순을 밟아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강 후보는 지난 7월 2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 후보가 제 손을 들어주면서 새로운 민주당, 미래의 민주당으로 가자고 해야 가슴 뛰게 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 것이 가장 파괴력 있는 단일화”라고 밝혔다. 그는 단일화 시점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다 열어놓고 논의해봐야겠지만, 시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선제적 단일화에는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97그룹 단일화가 선거공학에 그칠 경우 ‘반이재명 전선’도 탄력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치 연대’가 아닌 물리적 합종연횡만으로는 반이재명 결집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민심 강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강훈식-박용진 후보는 당심에서 변수를 창출해야 하는 만큼 소구력 있는 비전‧의제 설정이 시급하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예비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예비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反明 최종 승부처는 ‘중앙위 표심’...강훈식 부상   

결국 8.28 민주당 전대의 최종 분수령은 중앙위원회(대의원 30%, 권리당원 40%)의 표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 본선은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5% ▲일반국민 여론조사 25%의 룰로 치러진다. 이에 당 대표 본선 진출자들은 오는 28일까지 전국 7개 권역을 돌며 ‘당심 다지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후보가 30%(일반당원‧여론조사) 지분 독과점은 물론, 중앙위 최대 주주인 권리당원 표심에서도 경쟁력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강훈식-박용진 단일화가 성사된다고 해도 물리적으론 ‘어대명’ 장벽을 넘어서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다만 30% 지분을 쥔 전국 대의원들은 친문 성향이 강한 만큼 97그룹을 지지할 수 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지난 예비경선에서도 친문‧86에 우호적인 대의원 상당수가 ‘이낙연계’ 설훈 의원보다 강훈식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선 최근 당 대표 예비경선의 최대 이변은 강 후보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 컷오프에서 박 후보가 수도권 중앙위와 대중 인지도에서 강점을 보였다면, 강 후보는 ‘재선·86·(중앙위)비수도권’ 표심을 얻으며 두각을 나타냈다는 평가다. 

강 후보를 향한 굵직한 원내외 인사들의 화력 지원도 한몫했다. 컷오프를 앞두고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응천 의원 등이 지지 선언을 보낸 것이 중앙위 표심을 자극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최근 강 후보를 향한 중앙위의 지지세를 주목하며 ‘강훈식 다시보기’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에선 본선을 한 달여 앞두고 강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져야 ‘어대명’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여론이 부상하는 모양새다. 친문 중진 의원은 본지에 “일반당원이나 여론조사에서 현실적으로 이재명 후보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라며 “그렇다면 중앙위에서 표심 반등을 노려볼 수 있는 강 후보가 아무래도 결선 경쟁력이 있지 않겠나”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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