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법인세 인하는 세계적 추세” 발언은 ‘대체로 사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뉴시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뉴시스]

- 지난해 법인세 인하 17개국, 법인세 인상 3개국에 불과
- 지난 41년 동안 세계적으로 법인세 평균치도 지속 감소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Y(윤석열)노믹스’가 공개된 이후 정치권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21일 세제개편안을 전격 발표했다. 그중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5%에서 22%로 낮추는 개편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법인세 인하로 기업의 투자 증대와 해외로 빠져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유턴시킬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극소수 대기업에만 초점을 맞춘 불균형 세제 정책이라고 반발하며 정책 제동에 총력전을 편다는 입장이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7월 22일 국회 본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 감세’ 논란 진화에 나섰다. 그는 “법인세 인하는 세계적 추세”라며 “우리나라도 법인세 경쟁력을 키워 기업 투자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세계 각국이 조세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현 집권 당정이 주장하는 ‘글로벌 법인세 인하 대세론’은 사실일까.

[검증 대상]
권 대행이 지난 7월 22일 국회 본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자리에서 ‘세제 개편과 관련해 (현 정부가)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일방통행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묻는 취재진 질문에 “민주당이 법인세 인하를 가지고 ‘부자감세’라는 프레임으로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면서 “OECD (가입국의) 평균 법인세율도 22.5%다. 그리고 법인세를 인하하는 추세”라고 답했다.

권 대행이 언급한대로 OECD 가입국 등 해외 주요국들이 법인세를 인하하는 추세인지 OECD와 미국 조세재단의 자료 등을 토대로 해외 사례를 살펴봤다.      

[검증 내용]
미국 조세재단(Tax Foundation)의 글로벌 법인세율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를 인하한 국가는 스웨덴, 콜롬비아, 스위스, 모나코, 콩고, 터키, 인도네시아, 프랑스, ​​감비아, 라오스, 스리랑카, 앙골라, 콩고민주공화국, 부탄, 키리바시, 튀니지, 칠레 총 17개국에 이른다. 이들 17개국의 법인세율 인하 범위는 최소 1%대 미만(스웨덴)에서 15%대(칠레)까지 다양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법인세율을 상향 조정한 국가도 있었다. 방글라데시, 아르헨티나, 지브롤터 등 3개국은 법정 최고 법인세율을 각각 7.5%, 5%, 2.5%씩 인상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된 37개국 중에서도 법인세율 변동이 감지된다. 이는 최근 유럽에서 특히 활발하다. 

먼저 오스트리아의 경우 법인 소득세율이 오는 2024년부터 25%에서 23%로 2%포인트 인하될 예정이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와 함께 기업 이익에 대한 면세 한도를 기존 13%에서 3만 유로에 해당하는 15%로 높이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프랑스는 지난 2020년 법정 법인세율을 32.02%(사회할증료 3.3% 포함)로 낮춘 데 이어 법인세율 개정법에 따라 올해까지 법인세를 25.83%까지 점진적으로 하향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네덜란드의 경우 재정수요 확대를 이유로 연간 소득이 20만 유로(한화 약 2억6500만 원)를 초과하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하(25%→22%) 방침을 전면 철회했다. 현재 네덜란드의 법인세율은 25.80%로 유지되고 있다. 영국도 2023년 4월 1일부로 법정 법인세율이 현행 19%에서 25%로 6%포인트 인상될 예정이다. 다만 영국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목되는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과 리시 수낙 전 재무부 장관이 세제 개편을 놓고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영국의 법인세 인상 기류가 반전을 맞을 수 있다는 평가다. 현재 트러스 장관은 법인세율 인상이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며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는 반면, 수낙 전 장관은 법인세의 25% 인상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미국의 경우 최근 변곡점을 맞았다. 과거 트럼프 정부가 2018년 기업 법인세율을 기존 35%에서 21%로 대폭 완화했지만,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이 법인세율을 26%로 재인상하는 안을 추진하면서 기류가 전환된 모양새다. 더군다나 주요 국면마다 미 의회에서 ‘캐스팅 보터’ 역할을 했던 민주당 조 맨친 상원의원이 바이든 정부의 예산안에 손을 들어주면서, 바이든표 법인세 인상안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41년 동안 국제 법인세율 평균치 변동 추이. 파란선은 GDP 가중치가 적용된 국제 법인세율 평균치 변동선이고, 아래 노란선은 GDP 가중치가 적용되지 않는 법인세율 평균치 변동선. [美 세무재단, TaxFoundation] 
지난 41년 동안 국제 법인세율 평균치 변동 추이. 파란선은 GDP 가중치가 적용된 국제 법인세율 평균치 변동선이고, 아래 노란선은 GDP 가중치가 적용되지 않는 법인세율 평균치 변동선. [美 세무재단, TaxFoundation] 

장기적 관점으로 살펴보면 글로벌 법인세율은 꾸준한 감소세에 있다. 지난 41년 동안 법인세율은 전 세계적으로 지속 감소했다. 지난 1980년부터 2021년까지 41년 동안 세계 법인세율 평균은 40.11%에서 23.54%로 16.57%포인트 감소했다. GDP 가중치를 적용한 세계 법인세율 평균은 1980년 46.52%에서 2021년 25.44%로 41년 동안 21.08%포인트 줄었다.  

이렇듯 글로벌 법정 법인세율은 최근 수십 년 동안 감소해왔고, 상당수 국가가 이러한 추세에 동참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 225개국 가운데 최고 법인세율을 인상한 국가는 3개국에 불과했으며, 법정 법인세율을 인하한 국가는 총 17개국(본문 상단 참조)이다.

다만 올해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면서, 미국‧영국‧네덜란드 등 재정 확보를 위해 법인세율을 인상하거나 동결시키는 일부 움직임도 있다. 

[검증 방법]
미국 조세재단(Tax Foundation) 연구보고서 
OECD 통계(국가별 법인세율 비교분석표)
미국 미시간대학교 로스 경영대학원 ‘세계 조세 데이터베이스’
영국 회계법인 ‘언스트 & 영’ 국제 세법 관련 보도자료
  
[검증 결과]
미국 조세재단의 연구보고서와 OECD 국가별 법인세율 통계 등에 따르면 단기적‧중장기적 관점으로 나눠서 살펴보더라도 글로벌 법인세율은 대체로 감소 추이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스웨덴, 스위스 등 17개국이 법인세 인하 조치를 취한 데 반해 법인세 인상을 단행한 국가는 방글라데시, 아르헨티나, 지브롤터 등 3개국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선 미국‧영국‧네덜란드 등 3개국이 법인세율 인상 내지는 동결을 추진‧시행하고 있지만 국내 정세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 반대로 현재 오스트리아, 프랑스, 대한민국 등은 법인세 인하 정책을 추진‧시행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지난 1980년부터 2021년까지 41년 동안 글로벌 법인세율 평균은 ‘40.11%→ 23.54%’로 총 16.57%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권 대행이 “법인세 감소는 세계적 추세”라고 한 발언은 ‘대체로 사실’로 판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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