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포스코 기술력…왜 특정업체에 기회가 넘어갔을까

포스코와 중국 하북강철(허베이강철)이 지난해 합자회사 하강포항기차를 설립하고 자동차강판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핵심 시설 제공 업체 선정 과정과 관련한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이창환 기자]
포스코와 중국 하북강철(허베이강철)이 지난해 합자회사 하강포항기차를 설립하고 자동차강판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핵심 시설 제공 업체 선정 과정과 관련한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최근 포스코와 중국 하북강철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합자회사 하강포항기차의 핵심 설비 업체 선정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포스코가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도 몰아주기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즉 포스코가 해당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음에도 합자회사의 핵심 설비 제공에 나서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S등급’ 포스코 에어나이프 기술력은 어디로 갔을까
합자회사 하강포항기차의 자동차강판 공장 설립에 몸 사린 포스코 왜?

우리나라의 제철 역사는 50년이 넘어가고 있으나, 제철 분야 가운데 핵심인 자동차 강판 도금 분야의 기술력을 갖춘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일찍이 자동차 산업이 발달했던 독일과 일본이 글로벌 양대 산맥으로 자동차 강판 도금의 핵심인 에어나이프 분야에서 앞서 왔고, 우리는 그들로부터 일부 기술을 공유 또는 이전받거나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해야 했다. 

그러던 1990년대 후반 포스코는 내부적으로 에어나이프 기술력을 갖추기 위한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 과정에 동참했던 포스젯한도는 개발의 결과물을 실제 제작해 포스코에 납품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는 특허 출원까지 나섰고, 수년 만에 경쟁국의 기술력을 뛰어넘는 성과물을 얻어냈다.

포스코의 뛰어난 기술력은 인정받았고, 더 이상은 독일이나 일본 등 해외 다른 나라로부터 해당 기술을 수입해 올 필요가 없게 됐다. 포스젯한도 역시 해당 기술 가운데 일부를 이전받아 사업 영위에 나섰고 해외에 있는 복수의 기업을 대상으로 판매를 이어갔다. 그러다 2019년 포스코에 의해 기술침해 등으로 소송이 제기됐고, 포스젯한도는 최종 2021년 법원으로부터 기술 유출 등의 죄가 인정돼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포스젯한도의 사업영역은 축소됐고, 포스코는 자사 관련 입찰 5년과 포스코 제철소 출입 5년의 제한을 둔다는 제재를 걸었다. 국내에서 자동차강판 도금의 핵심인 에어나이프 분야가 대부분 포스코와 관련된 것을 고려할 때, 사실상 포스젯한도가 5년간 문을 닫아야 한다는 의미와 동일하다. 

이에 최근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하강포항기차의 에어나이프 관련 입찰에도 응하지 못했다. 하강포항기차에서는 처음 입찰안내 대상자로 이름을 올렸으나, 포스코 내부의 확인 과정을 거쳐 포스코건설은 포스젯한도를 배제했고, 삼우에코의 단독입찰로 포스코건설과 하강포항기차는 불리한 계약을 진행하게 됐다. 

포스코,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 어디에 숨겼을까

다만 의문이 제기된 것은 왜 포스코가 직접 나서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에어나이프 분야 특허를 취득하고, 연구 개발 과정에 참여했던 포스젯한도에 법원의 결정을 뛰어넘는 제재를 가할 정도로 해당 기술에 대해 철저하고 기술력을 자신하는 포스코다. 그런데도 합자회사의 에어나이프 기술 공급에 나서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에어나이프 기술력은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포스코가 직접 설비에 나서도 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포스코의 기술 수준이라면 외주 개념으로 자재비와 임가공 비용만 주고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강포항기차에 들어간 삼우에코의 기술력 대비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높은 품질의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라면서 “포스코 기술력으로 제품을 만들면 타사 대비 효율성이 훨씬 높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 내부의 판정 등급에 따르면 포스코가 보유한 에어나이프 기술력은 S등급으로 세계적 리딩(leading) 수준에 해당한다. 

그런 이유로 포스코는 특허 침해와 영업기밀 유출 등으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승소하면서 해당 업체에는 영업제한까지 가했다. 그런데 왜 이런 핵심 기술을 두고도, 최근 중국 현지의 합자회사에서는 이와 관련 경쟁 입찰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삼우에코가 단독으로 나설 수 있게 버려둔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포스코는 하강포항기차 설립자금 6억 달러 가운데 절반인 총 3억 달러(현재 기준 약 3900억 원)를 투자하면서 글로벌 최대 규모의 자동차 강판 공장 설립에 나섰다. 그런데 합자회사 하강포항기차의 핵심 설비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포스코의 에어나이프 기술력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포스코와 하북강철(허베이강철) 합자회사 설립을 위한 계약 체결에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과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ixigua]
포스코와 하북강철(허베이강철) 합자회사 설립을 위한 계약 체결에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과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ixig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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