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차현정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차현정 변호사]

A양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그녀는 나에게 정겨운 인물이다. 
어쩌면 그녀는 A양일 수도 있고, P양일 수도 있고, K양일 수도 있다. A든 P든 K든 그녀의 명성은 어지간한 변호사들과 수사관들 사이에서 이미 드높다. 

나는 A양에게 벌써 몇 번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우리 법무법인을 찾아와 A양과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 요청했던 의뢰인은 여러 명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A양에게 보낸 내용증명의 기재사항은 쌍둥이처럼 닮았다. 

내 의뢰인들은 A양을 한 소개팅 어플에서 만났다고 했다. 어플에서 알게 된 A양과 술 약속을 잡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함께 술을 마시고 거나하게 취해 가벼운 스킨십을 나눌 정도로 친밀도가 올라가면 A양은 “편한 데 가서 쉬고 싶다”는 말을 하곤 했다. 내 의뢰인들은 그 순간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그럼 나와 같이 모텔에 가서 쉬자”는 제안을 한다. 

모텔 입성까지 일사천리로 이루어지고 한껏 흥분한 내 의뢰인들은 A양과 뜨거운 밤을 보내기 위한 준비태세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의뢰인들의 진술이 조금 엇갈리기도 한다. 
어떤 의뢰인은 성적 결합이 이루어지기 전에 갑자기 A양이 소리를 지르며 문을 박차고 나갔다고도 하고 어떤 의뢰인은 성적 결합이 이루어진 후에 갑자기 A양이 소리를 지르며 문을 박차고 나갔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마의 구간을 지나고 나면 의뢰인들은 터널 통과 후 합류한 자동차들처럼 다시금 유사한 진술을 이어나간다. 

모텔 밖으로 뛰쳐나간 A양은 내 의뢰인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낸다.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당장 너를 경찰에 신고할 테야!” 

당황한 내 의뢰인들은 A양을 달래기 시작한다. “정말 미안하다. 신고하지 말고 일단 얘기 좀 하자”며 급하게 사과를 하기도 한다. 의뢰인들의 사과를 받고 나면 A양은 숨겨왔던 그녀의 수줍은 발톱을 드러낸다.

그것은 바로 거액의 합의금!
A양은 내 의뢰인들에게 수천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한다. 합의금 액수를 정하는 기준이 당최 무엇인지 나는 모르겠다.

당장 수천만 원이 없는 내 의뢰인들이 합의금을 빠르게 입금하지 않으면 A양은 성범죄 고소 협박은 물론이고 인터넷 게시판에 신상을 까버린다거나 내 의뢰인들이 다니는 회사에 이 사건을 터트리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어쩐지 그녀는 상대 남성을 탐색할 때 나이와 사는 곳, 직장인인지 여부를 집요하게 묻더라.

A양의 협박을 당해내지 못해 고소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금을 내놓는 사람들도 분명 여럿 있었을 게다. 그러니까 A양도 이 몹쓸 도박을 못 끊는 거겠지.

A양의 집요한 합의금 요구 및 협박에 시달리던 내 의뢰인들은 A양에게 합의금을 주는 대신 우리 법무법인을 찾아와 상담을 받는다. 사건의 전말이 여타의 사건과 너무 비슷해서 “설마 또 A양?”하며 상담실에 들어갔는데 의뢰인의 입에서 정말 A양의 이름이 흘러나오는 순간 나는 유레카를 외친다.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줄줄 읊어드린다.

만약 A양이 진짜로 고소를 감행할 경우 우리가 어떤 판을 짜서 대응할 것인지까지 매우 구체적으로. 변호사 선임비도 적지 않은 액수이지만 A양이 요구하는 합의금에 비하면 자못 초라하기 때문에 그들은 우리 법무법인에 곧바로 배팅하고 나는 A양에게 보낼 내용증명을 작성해 낯익은 A양의 휴대폰 번호로 전송한다.

내용증명을 받은 A양은 나에게 전화해 내 의뢰인을 고소하겠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만 지금까지 내 의뢰인이 A양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영리한 A양은 나와의 전화통화에서 본인이 현재 어떠한 상황에 처했는지를 명확하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내 의뢰인을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사건을 크게 만들 생각이 없다는 내 말은 진심이었다. A양이 어디서 뭘 하고 다니든 전혀 상관하지 않겠지만 A양과 관계된 사람들 중 그 누구라도 내 의뢰인이 된다면 나는 또다시 A양에게 거침없이 내용증명을 보내고 끝까지 싸울 테다. 세계의 정의를 구현하는 것은 스파이더맨이 할 일이지만 A양의 협박과 허위 고소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파괴되고 성범죄 전과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 그들의 변호사로 선임해준다면 나 또한 A양의 실체를 까발려 졸렬한 정의를 구현하는데 내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붓겠다.

그것이 진정한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길이며 진정한 성범죄 피해자의 보호라는 거시적이고 원대한 목표를 떠나 나는 A양이 하루빨리 각성해서 광명 찾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만약 무고죄의 형량이 고소당한 범죄의 형량과 동일하거나 더 무겁다면 A양 같은 사람이 이토록 천지분간 못하고 날뛸 수 있을까.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전국 각지에서 원조 A양은 물론 제2, 제3의 A양으로 인한 무고 피해자들은 공장에서 찍어낸 냉동 피자빵처럼 거침없이 양산될 것이다. 
무고죄의 규정은 이러하다.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강간죄의 규정은 이러하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유기징역은 상한이 30년이다. 그러니까 강간죄는 최소 3년 이상 최대 30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되며 벌금형 규정도 없어서 무조건 징역형이다.

딱 봐도 균형이 맞지 않는다. 타인을 무고하여 전과자를 만들어 그의 인생을 파괴하려 한 자는 자신이 고소한 범죄의 형량과 같은 아니 그보다 더 무거운 형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따라서 무고죄의 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아니라 고소한 범죄의 형과 동일한 형 또는 각 하한과 상한을 1/2 가중한 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합당하다. 무고죄의 성립 기준은 엄격하게 유지하되 무고임이 분명한 것으로 확인되면 엄중히 처단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A양들의 무고 실력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일취월장하고 있다. A양의 유혹에 모텔 입성까지는 물 흐르듯 이루어졌는데 모텔 방 침대 위에 누운 A양이 몸짓으로 성관계를 유도하면서도 말은 일절 하지 않다가 당신의 거친 신음소리에 갑자기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면 A양 녹음하고 있는 겁니다. 

고소는 쉽지만 무죄를 입증하는 것은 어렵다. 특히 은밀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성범죄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제발 술 취한 사람을 돌같이 보길 바란다. 그 술 취한 사람이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라면 눈앞에서 그 사람이 스스로 옷을 벗고 스트립쇼를 추더라도 기필코 돌같이 보길 바란다. 술 취한 척하는 처음 본 사람이 스킨십에 적극적이라면 진돗개 하나!!

<차현정 변호사 ▲ 세종대학교 졸업 ▲ 사법시험 합격 ▲ 사법연수원 수료 ▲수원지방검찰청 성폭력전담팀 검사직무대리 ▲성남수정경찰서 집회시위자문위원회 위원 ▲성남수정경찰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위원 ▲대전지체장애인협회 중구,유성구 고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등록 이혼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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