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여권인 국민의힘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여권 내에서 연일 파열음이 새어나오는 양상이다. 그 중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 간 텔레그램 문자가 있다. 이 문자내용이 공개되면서 당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특히 이준석-친윤계 간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이준석 대표를 축출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러자 이 대표 주변에서는 이른바 이준석 축출 시나리오가 가동됨과 동시에 친윤계가 당 장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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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아들던 조기전대 재분출신임비대위원장 임기두고 충돌
비대위 체제 거론되자 내년 2월 조기 전당대회설 재분출

권성동 원내대표는 재신임될 것이다.” 친윤계 한 의원의 한 말이다. 이준석 대표 징계 이후 전면에 나서 당 수습을 주도했지만 지금의 비상상황을 초래한 장본인이 권 원내대표다. 그러나 그의 거취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무슨 뜻일까. 당내 인사들은 이런 답을 들려줬다.

권 원내대표가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 총질 메시지가 노출돼 최고위원 연쇄 사퇴 등 지도부 붕괴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로 인해 권 원내대표도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 친윤계에도 사람이 없는 가운데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할 경우 비윤계가 당선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윤 대통령과 결이 다른 원내대표가 나오면 2의 유승민’(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당시 독자적 목소리를 내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라는 말을 듣고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했다)이 될 수도 있다.” 친윤계가 당을 장악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친윤계, “권성동 원내대표 재신임 받을 것전망

이에 대해 비윤계 한 인사는 권 원내대표가 이준석 대표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궐위가 아닌 사고로 해석하면서 이준석 축출이 무산됐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윤석열 대통령-권성동 원내대표문자메시지 노출로 인해 이준석 축출 시나리오가 이제야 가동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친윤계의 구상대로 비상대책위원회-조기전대로 흘러가게 됐다이로 인해 이 대표가 내년 초 징계를 끝내고 대표로 복귀하는 시나리오는 원천차단됐다고 했다.

실제 친윤계에서 그린 관리형 비대위조기 전당대회 개최친윤계 당대표 선출이라는 수순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의결할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이 스타트를 끊었다.

서 의원은 지난 3비대위가 출범하면 이 대표는 자동 해임되고, 전당대회에서 뽑힌 차기 지도부 임기는 2이라고 말했다. 친윤계 의도대로 이 대표를 배제하면서 차기 대표가 2024년 총선 공천권을 갖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서 의원은 일부 의원들이 주장하는 비대위 활동 후 이 대표 복귀에 대해 불가능하게 생각한다비대위가 출범하면 지도부가 해산된다. 자동적으로 이 대표도 제명이랄까, 해임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비대위 출범 후 전당대회에서 뽑히는 새 지도부와 관련해선 비대위 다음에 열리는 전대이기 때문에 2년 임기를 가진 온전한 지도부라고 밝혔다. 당헌엔 기존 대표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은 상태에서 뽑힌 새 대표는 잔여임기만 채우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비대위 출범 후 전대가 열리기 때문에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2년 임기 대표를 뽑기 위해 당헌을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서 의원이 친윤계와 교감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윤계의 구상대로 9월 말 임시 전당대회를 전제로 2개월 비대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비대위의 목적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비대위가 장기화하면 국정동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뒤집어 말하면 내년 1월까지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은 이 대표가 대표 자리로 돌아올 수 없게 된다. 결론적으로 차기 당대표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대표가 복귀 후 전대 재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를 사전에 봉쇄하고, 새 대표에게 2024년 총선의 공천권을 보장해 주겠다는 계획이다.

당권을 노리고 있는 김기현 의원은 이 대표의 복귀 시점까지 비대위 활동 기간을 맞춰야 한다는 당내 의견에 대해 어떤 사람의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저희 당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대위를 장기화시키는 것은 우리 스스로 계속 비상사태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당이 비상상황인 만큼 공백 기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텔레그램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다. 이 문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권 원내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다. 2022.07.27. 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텔레그램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다. 이 문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권 원내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다. 2022.07.27. 뉴시스

비대위 위원장, ‘정진석, 주호영에 제3후보론도

이런 가운데 비대위원장을 누가 맡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대위 성격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친윤계가 비대위 체제를 구상할 때부터 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정진석, 주호영 의원이다.

친윤계가 지지할 것으로 보이는 후보 중 5선 의원인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입당하기 전 가장 먼저 만난 의원 중 한 명이다. 이른바 원조 윤핵관으로 분류될 만큼 윤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다만 친윤계 핵심 멤버를 비대위원장으로 올리면 비대위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친윤계 한 의원은 원조 윤핵관이라는 점이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주호영 의원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주 의원은 2020년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지냈고, 합리적 온건보수 성향이다. 계파와 무관하게 당내 의원들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관리형 비대위원장으로 적합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계파에서 자유로운 조경태 의원도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조 의원도 비대위원장 제안이 온다면 수락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래서인지 최근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며 비대위원장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적극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대위 전환 후 친윤계 의원들의 당권 도전에 대한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5선 정진석 의원이 대표적이다. 21대 국회 부의장과 대통령 정무수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을 역임한 정 의원은 차기 당 대표 출마를 위해 비대위원장직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원조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과 권성동 원내대표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내부 총질 당대표' 텔레그램 메세지 유출 논란으로 당 대표 직무대행직에서 물러난 권 원내대표의 경우 잇따른 구설수로 당 안팎의 비난을 받는 만큼 실제 출마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준석, ‘비대위 효력가처분신청반격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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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준석 축출 시나리오에 이 대표가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반격 카드로 비대위 체제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과 함께 여론전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의치 않을 경우 국민의힘 탈당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아무리 반발해도 이미 힘을 잃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 대표의 반발이 비대위 출범에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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