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휴가 중이란 명분으로 대만 등 아시아 순방에 나선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 의장을 만나지 않았다. 그 대신 전화 통화로 대신했다. 하지만 올 2월부터 시작된 펠로시 의장의 유럽 순방국 수뇌들은 물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등 아시아 국가 원수들도 모두 펠로시 의장을 만났다. 일본 방문에서도 일본 총리는 펠로시를 만날게 분명하다. 2008년 첫여름 휴가를 보내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휴가를 줄여 셰이크 나세르 쿠웨이트 총리를 면담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서울에 머물면서 휴가 중 이라며 우리 혈맹의 국회 의장을 만나지 않고 전화로 때웠다.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중국의 겁박에 겁먹고 펠로시를 피한 것이다. 걸핏하면 정부와 야당은 중국과의 경제관계 때문에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미국*일본*호주*유럽연합 등도 중국과 엄청난 교역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중국에 강력히 맞선다. 한국만이 중국에 설설 긴다. 일부 운동권의 반미친북과 수천 년 섬겨온 대중 사대주의 사상 때문이 아닌가 싶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과 관련, “불장난 하면 스스로 불에 타 죽는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만 방문을 강행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펠로시 탑승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다는 글도 올렸다가 삭제했다. 여기에 맞서 미국은 7함대 소속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을 비롯한 순양함, 구축함, 강습상륙함 등을 대만 동남부 해역에 배치했다. 그토록 험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펠로시는 대만 방문을 관철시켰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 관계의 악화를 우려, 펠로시의 대만행을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펠로시 의장은 대만을 방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만났다. 그는 차이 총통과의 회동을 통해 자신의 대만 방문이 ‘대만과 함께 한다는 (미국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대만 국회를 방문, “시진핑 주석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중국 최악의 인권 기록과 법치주의 무시는 계속되고 있다.”며 시진핑을 때렸다. 펠로시 의장이 서울로 떠나가자 중국은 4일부터 3일간 대만을 봉쇄하는 군사훈련에 나섰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에 의지한 대만의 독립 시도는 죽음의 길”이라고 협박했다. 하지만 대만인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중국이 자행했던 상습적인 협박의 연속이라며 동요치 않았다.

윤 대통령이 휴가를 핑계로 펠로시와 전화통화로 그쳤다는 건 한국이 미국의 혈맹인가 의심케 한다. 더불어 민주당에선 윤 대통령이 펠로시를 만난다는 것은 “미*중 갈등에 섶을 지고 불길에 뛰어드는 것”이라 했다. 민주당 출신이 의장인 대한민국 국회도 펠로시 의장이 도착하는 공항에 의전관을 보내지 않았다. 외교부도 그랬다. 중국을 의식한 의도적인 외교적 홀대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미*중 갈등 사이에서 중립적인 제3자가 아니다. 당연히 미국 편에 서야 한다. 6.25 북한 남침에서 생명과 재산을 바쳐가며 구출해준 나라는 미국이다. 지금도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해주는 나라도 미국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민주당의 반대대로 펠로시 영접을 기피하고 전화로 대신했다는 건 그가 중국의 겁박에 무릎 꿇고 굴종한 거나 다름없다. 그는 대통령 유세 중 “북한의 눈치 보는 굴종외교는 실패했다.”며 당당히 맞설 거라고 했었다. 그랬던 사람이 중국의 눈치를 보며 “대중 굴종외교”로 빠졌다. 실패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의 펠로시 접견 기피는 한*미 혈맹 신뢰를 무너트리기에 족하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중국에겐 얕잡아 보이게 한다. 중국이 윤 정권에 대해 겁박하면 설설 긴다고 오판한다는 데서 그렇다. 그 밖에도 일본과 유럽을 비롯한 다른 우방국들도 윤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자세에 불신을 키운다. 외교적 자해 행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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