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김경수 ‘정치권 장기 퇴출’과 ‘화려한 정계 복귀’ 사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 [뉴시스]

- ‘성폭행 전과’ 안희정, 만기 출소로 자유 얻었지만 정계 복귀 요원     
- 김경수 광복절 특사될 경우 민주당 당권지형 재편 관측에 무게추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야권 대권주자로 분류됐던 전직 광역단체장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수감됐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출소한 데 이어, ‘드루킹 댓글 조작’ 혐의로 복역 중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면서다. 이들은 각각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주요 국면마다 대권잠룡으로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들이다. 다만 대권주자라는 수식어가 ‘현재진행형’인지는 의문이다. ‘전과자’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그들에게 정계 복귀의 벽은 높아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두 사람의 정치 재개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엄존한다. 한 때 민주당 거물급 정치인으로 꼽혔던 인물들의 미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최근 여의도에선 안희정‧김경수 전 지사가 새삼 거론된다. 8.28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이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기류 속에 반명(反明, 반이재명) 주축인 친문 등을 중심으로 ‘뉴 리더십’을 갈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과도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

민주당은 대권잠룡들이 사법 리스크로 한순간에 정치 인생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였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지난 2020년 권력형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노무현의 왼팔’ 안 전 지사도 2017년 대선 경선을 거치며 유력 대권주자로 몸값을 불렸으나, 그 이듬해 3월 비서가 성폭행 피해를 주장한 것이 불씨가 돼 성범죄자라는 오명을 쓰고 제도권에서 밀려났다.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김 전 지사는 친문들의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대권주자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른바 ‘드루킹’ 일당과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수감되면서 정치 커리어가 단절됐다. 그는 지난 3.9 대선을 앞두고 대법원 유죄 선고가 이뤄지기 직전까지도 대선 출마 하마평이 끊이지 않았을 정도로 친문계 사이에서 영향력이 컸던 인물이다.   

한편 민주당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도 대형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이들의 전철을 밟게 될 경우 야권 잠룡 수난사의 방점을 찍게 될 전망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뉴시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 [뉴시스]

‘자유의 몸’ 안희정, 정치 재개 요원...재야 활동 집중?

야권에서 과거 ‘잠룡 중 잠룡’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안 전 지사가 3년 6개월 형기를 마치고 지난 4일 만기 출소했다. 대권주자에서 전과자로 수직하강한 안 전 지사의 방향타 설정은 어떻게 될까.  

안 전 지사는 비록 만기 출소로 자유의 몸이 됐지만,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라는 꼬리표를 달고 향후 10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된 만큼 정치 재기가 사실상 불가할 전망이다. 다만 제도권 정치에서 벗어나 집필 활동 등을 통해 외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다.

안 전 지사는 ‘노무현 왼팔’, ‘충남 아이돌’ 등 다양한 별명을 보유했을 정도로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며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해 당시 문재인 후보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비위 전과’ 꼬리표가 달리면서 정계 복귀가 사실상 불가하다는 게 중평이다. 안 전 지사가 정치권에서 또 다시 부각될 경우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며 부정 여론이 재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민주당에서 제명된 상황이다.

앞서 안 전 지사는 2020년 모친상을 당해 수감 중에 형집행정지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구(舊) 여권 인사들이 안 전 지사에게 조화를 보낸 일이 파장을 불러오기도 했다. 당시 정의당은 “민주당 대표, 원내대표,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걸고 조화를 보낸 이 행동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라며 “피해자에게, 한국 사회에 ‘성폭력에도 지지 않는 정치권의 연대’로 비춰지진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무엇보다 안 전 지사는 공직선거법 등에 따라 출소 이후 무려 10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10년 뒤면 안 전 지사의 나이도 68세로, 정치권에서 역량을 펴기엔 연로한 시기다.

따라서 2024 총선, 2026 지방선거, 2027 대선 등 선거 출마가 제한된다. 피선거권을 복구하기 위해선 사면 또는 복권을 받아야 하지만, 이마저도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한동안 경기도 양평군 모처에서 잠행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향후 SNS나 저서 활동을 통해 장외 영향력을 행사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안 전 지사와 가깝게 지냈던 민주당 중진 의원은 “민주당 자산으로 여겼던 그를 잃은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도 “여러 여건상 (안 전 지사의) 정치 재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정치권 밖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소식을 접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특사 가능성’ 김경수, 민주 당권지형 변수 등극

드루킹 댓글조작 혐의로 복역 중인 김 전 지사가 8.15 광복절 가석방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신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김 전 지사에 대한 광복절 특사 여부에 따라 민주당의 당권지형도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국정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한 윤석열 정부가 분위기 반전 카드로 ‘김경수 사면’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이달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도 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 김 전 지사의 특사 여부를 주목하는 이유는 최근 정국을 관통하고 있는 ‘외부요인’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 부침을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로 김 지사의 특별사면을 전격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야권 인사인 김 전 지사를 사면함으로써 민심 회복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김 전 지사는 ‘문재인의 복심’이라 불리며 민주당 구 당권파인 친문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는 인사다. 윤 대통령이 김 지사 특사로 국민대통합과 여야 협치 메시지를 강조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이 ‘김경수 사면’ 카드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아울러 김 전 지사의 특사가 윤 대통령의 정무적 노림수가 될 수도 있다. ‘친문 핵심’인 김 전 지사를 사면하면 ‘어대명’ 대세론이 강한 민주당 전대 판세를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가에선 당 대표 후보군에 친문이 전무한 가운데, 김 전 지사가 정치 일선으로 복귀할 경우 친문 재결집이 이뤄지며 경선 판세가 요동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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