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8·28 전당대회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의 실현 가능성 여부다. 당권 레이스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어대명’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초반부터 흥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김빠진 사이다’ 같은 당권 레이스가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대명은 깨졌다”라는 다소 자극적인 말까지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전대 흥행을 위한 전략적 발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이재명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야권 내에서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 속도붙는 ‘李 둘러싼 의혹’ 수사, ‘법카수사’ 8월중 마무리 예고
- ‘사법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에도 ‘어대명’은 ‘이상무?’
당권 도전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변 없이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을 현실화 시킬 수 있을까. 민주당 전대 레이스 초반부터 ‘어대명’이라는 말이 돌면서 국민적 ‘흥행 몰이’를 해야 할 전대는 시작부터 ‘김이 빠진’ 분위기다.
그러나 ‘어대명’이라는 이재명 의원의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당내 일각에서는 ‘어대명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아직까지는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최근 발표된 당권 경쟁 관련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이재명 의원은 여전히 안정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일 MBN ‘프레스룸’ 인터뷰에서 “경선은 해봐야 아는 것”이라며 “보도를 보면 예비경선 때도 1위, 2위 후보가 박빙이었다는 것 아니냐. 예비경선 단계에서는 어대명이 깨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명계 “예비경선 1·2위 거의 박빙”, ‘어대명 흔들?’
비명계(비이재명)인 조응천 의원은 지난 2일 KBS 라디오에서 “예비경선 결과를 본 분의 얘기를 들었는데 공개는 할 수 없다. 비공개하기로 했기 때문에”라며 “그런데 1, 2위 표 차가 별로 없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거의 박빙이었다. 물론 중앙위원회에 한정된 거긴 하다”며 “당 생활을 오래 하셨고 당 걱정도 많으신 분들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당심은 그렇게 압도적인 어대명은 아닌 걸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의 발언은 전대 흥행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우 위원장도 지난 4일 TBS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에서 “당시 프로그램에서 앵커가 하도 ‘민주당 경선이 흥행이 안 된다’는 질문을 세 번이나 하길래 약간 ‘욱’ 해서 ‘결과는 모르는 것 아닙니까?’라고 얘기하다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해명했다.
지도부로서 중립을 지켜야 하는 우 비대위원장의 입장에서 당연한 해명이지만 조응천 의원의 ‘거의 박빙’ 발언은 기류가 다르다. 당대표 예비경선은 ‘중앙위원 70%·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해서 치러졌다. 후보별 순위와 득표수가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조 의원이 중앙위원 선거에서 1·2위가 ‘거의 박빙’이었다고 언급한 것은 그만큼 당내에 형성된 이재명 의원에 대한 비토 분위기가 강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당 내에서 ‘이재명 비토’ 분위기가 형성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이 의원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명계는 이재명 의원이 전대 출마를 선언하기 이전부터 ‘사법 리스크’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 3일 MBC 라디오에서는 “그건(일반국민 여론조사) 인지도 싸움이고 그래서 아무래도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으로 우위를 보이는 결과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다들 어대명 아니겠냐, 이렇게 말씀들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비경선의 선거인단은 중앙위원들”이라며 “이분들은 단순히 인지도 가지고만 지지를 하시는 게 아니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 당의 앞날, 총선 구도, 복잡한 사정까지 다 고려해서 선택을 하시는 분들인데 심사가 좀 복잡하신 것 같다”고 주장했다.
현재 검찰과 경찰은 ▲ 대장동 개발 의혹 ▲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 백현동 개발 사업 의혹 ▲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 비선 캠프 의혹 ▲ 성남FC 후원금 의혹 ▲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 의원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의혹 사건들을 수사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검찰이 오는 9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 시행을 앞두고 이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백현동 개발 의혹’에 대해 8월 안에 1차 결론을 내리는 것을 목표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달 20일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수사가 8월 중순쯤 마무리될 전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어대명’ 당선돼도 기소시 당무 정지
이재명 의원이 결국 당 대표가 된다고 해도 기소가 된다면 당무가 정지될 수도 있다. 당헌 9장 80조에는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최근 민주당 ‘당원 청원’ 게시판에는 이 같은 당헌을 고쳐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의원의 강성 지지 당원들이 올린 청원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여론조사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달 18~19일 ‘당 대표에 출마한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리스크가 있다’는 응답은 59.2%, ‘리스크가 없다’는 32.4%로 나타났다.
이재명 의원은 지난 3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사법 리스크’에 대해 “국민의힘의 고발에 따른 수사를 사법 리스크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매우 유감스럽고 서글프다. 국민의힘과 검찰, 경찰이 쓰는 공격적 언어를 우리 안에서 듣는 것이 참 안타깝다”며 “정말 먼지 털 듯 십수년간 계속 터는데 팩트도 없지 않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수사당국이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를 8월 중순께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대놓고 정치 개입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 전당대회에 맞춰 수사를 끝내겠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일 TBS라디오에서 “(검경이) 가만히 있다가 전당대회가 시작되니까 슬슬 소환하고 기사를 낸다”며 “문제가 됐으면 진작에 다 수사하지, 왜 남의 전당대회 때 고춧가루를 뿌리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당 내에서는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당대표 후보인 박용진 의원은 ‘사법 리스크’에 ‘실언 리스크’까지 더해 공격을 가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3일 민주당 인천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나 사적 문제보다 오히려 실언 리스크가 당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기다리고 있는 이 후보가 아니라 두려워하는 ‘오대박’(오늘부터 대표는 박용진)으로 새로운 대세를 형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역시 당대표 후보인 강훈식 의원은 지난 4일 제주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해 조사를 받던 참고인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불과 며칠 전에는 본인과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해명하다가 ‘배우자 차량 기사다’, ‘선행 차량 기사다’ 등으로 말이 바뀌고 있다”며 “이런 식의 해명은 의혹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킬 뿐이다. 거듭되는 진실 공방 속 당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은 이달 중순 발표될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 결과가 전대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표심도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법리스크 득표율 깎나’ 불안한 李
이재명 의원이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당 대표가 된다고 하더라도 전대에서 얻은 득표율도 중요하다. 2위 후보와의 득표율 격차가 크고 과반을 넘겨야만 당 대표로서 안정적으로 당을 이끌어갈 수 있는 것이다.
‘사법 리스크’가 전대 판세를 완전히 뒤집을 만큼의 변수가 되지는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의원의 득표율을 낮추는 악재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MBN에서 “당내에서도 사법 리스크 사안이 심각하다고 보는 것”이라며 “이재명 의원 입장에서는 본인과 관련된 사법 리스크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본인 이미지나 전략적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정기남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는 같은 방송에서 “이재명 후보는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전대에 출마한 만큼 차별적인 비전 제시를 통해서 왜 본인이 전대에 출마할 수밖에 없었는지, 어떻게 수권 야당을 만들 것인지 이런 쪽으로 관심을 전환시켜 나가는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