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김태진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김태진 변호사]

※이하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
 
▶ 기생충이 남긴 또 하나의 성과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사촌”
오스카 4관왕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남긴 것은 명대사뿐만이 아니다. 감독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이 영화에는 일반 절도죄와 야간주거침입절도죄를 비교할 수 있는 사례를 담고 있다.
 
사건 A : 甲(기택 역, 송강호 분)은 야간에 피해자(동익 역, 이선균 분) 일가가 집을 비운다는 정보를 듣고 그날 밤 피해자의 집에 침입하여 그 집에 있는 술과 음식을 일부는 먹고 일부는 가지고 나와 절취하였다.
사건 B : 乙(근세 역, 박명훈 분)은 주간에 피해자(동익 역, 이선균 분)의 주거에 침입하여 잠복하고 있다가 야간에 그 집에 있는 술과 음식 등을 절취하였다.
 
▶ 야간주거침입 절도죄의 처벌 근거
 
형법은 일반적인 절도범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라고 규정한 것과 구별하여(형법 제329조), “야간에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房室)에 침입하여 타인의 재물을 절취(竊取)한 자”를 별도로 규정하여 ‘야간주거침입절도’로 규정하고 있다(형법 제330조).
형법에서 두 절도범을 달리 구별하여 규정하는 실익은, 그 처벌 수위를 상이하게 규정하는 데에 있다. 형법은 일반적인 절도범의 경우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는 반면, 야간주거침입절도의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여, 법정형의 상한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벌금형으로 처벌될 가능성을 배제해놓았다.
 
▶ 주간에 주거침입 해서 잠복하다가 야간에 절도한 범인은 일반 절도범일까? 야간주거침입절도범일까?

두 조문의 해석은 어렵지 않다. 말 그대로 절도를 범한 사람은 형법 제329조에 의해 비교적 경한 처벌을 받되, 야간에 주거에 침입하고 난 뒤에 절도를 범한 사람은 형법 제330조에 의해 중한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 [사건 B]와 같이 주간에 주거침입을 해놓고, 야간에 절도를 범한 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벌해야 할까?
요컨대 형법 제330조 내에서 “야간에”라는 표현이 수식하는 범위가 ① “주거침입”인지, ② “절도”인지, ③ 양자 중 어느 하나라도 야간에 이루어지면 되는 것인지, ④ 양자 모두 야간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하나의 조문에 대해서 여러 견해가 존재하는 이유는 조문 자체에서 ‘야간’의 수식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에 대해 우리 대법원에서는 “주거침입이 주간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야간주거침입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여, 주거침입이 야간에 이루어진 경우만으로 좁게 규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1도300, 2011감도5 판결).
 
▶ 과연 차이가 있는 걸까?
 
대법원 판결에 따른다면, 위 사건 A와 B는 모두 야간에 절도가 이루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처벌의 수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야간에 주거침입과 절도를 모두 범한 [사건 A]의 甲은 형법 제330조의 ‘야간주거침입절도’에 해당하여 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인데, [사건 B]의 乙은 주거침입이 주간에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형법 제329조에 의해 경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양자의 처벌 수위를 달리 하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이에 대해 위 대법원 판결에서는, 크게 3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첫째, 형법은 야간에 이루어지는 주거침입행위의 위험성에 주목하여 그러한 행위를 수반한 절도를 야간주거침입절도죄로 중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즉, 주거침입은 그 특성상 낮에 이루어질 때에 비해 야간에 이루어질 때 일반적으로 더 위험성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둘째, 이와 달리 만일 주거침입의 시점과는 무관하게 절취행위가 야간에 이루어지면 야간주거침입절도죄가 성립한다고 해석하거나, 주거침입 또는 절취 중 어느 것이라도 야간에 이루어지면 야간주거침입절도죄가 성립한다고 해석한다면, 이는 주간에 주거에 침입하여 야간에 재물을 절취한 경우에도 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성립을 인정하여 결국 야간절도를 주간절도보다 엄하게 처벌하는 결과가 되는데, 현행법상 야간절도라는 이유만으로 주간절도보다 가중하여 처벌하는 규정은 없을 뿐만 아니라, 재산범죄 일반에 관하여 야간에 범죄가 행하여졌다고 하여 가중 처벌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절도행위가 야간에 이루어졌다고 하여 절도행위 자체만으로 주간절도에 비하여 피해자의 심리적 불안감이나 피해 증대 등의 위험성이 커진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나아가, 예컨대 일몰 전에 주거에 침입하였으나 시간을 지체하는 등의 이유로 절취행위가 일몰 후에 이루어진 경우 야간주거침입절도죄로 가중처벌하는 것은 주거침입이 일몰 후에 이루어진 경우와 그 행위의 위험성을 비교하여 볼 때 가혹하다 할 것이다.

넷째,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주거에 침입한 단계에서 이미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인데( 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6도2824 판결 등 참조), 만일 주간에 주거에 침입하여 야간에 재물을 절취한 경우에도 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성립을 인정한다면, [행위자가 주간에 주거에 침입하여 절도의 실행에는 착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각된 경우] 야간에 절취할 의사였다고 하면 야간주거침입절도의 미수죄가, 주간절도를 계획하였다고 하면 주거침입죄만 인정되어, 결국 행위자의 주장에 따라 범죄의 성립이 좌우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되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주간에 주거침입해서 잠복하다가 야간에 절도한 범인은 중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없는 것일까?
 
형법 제330조의 적용 범위에만 집중해서 [사건 B]를 바라본다면, 어찌 보면 낮에 주거 침입해서 잠복해 있는 乙이야말로 甲에 비해 더 주도면밀하고 죄질이 나쁘다고 볼 수 있는데 경한 처벌만 받게 되는 것 같아 어쩐지 개운치 않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형법 제330조에 의한 처벌 가능성에만 국한하여 사안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사건 B]의 乙 역시 주간에 ‘주거침입’을 범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에, 형법 제319조의 ‘주거침입’에는 충분히 해당할 수 있다.

대법원 별건에서 역시 주간에 절도를 목적으로 주거에 침입한 사안에서, “일반적으로 주거침입은 절도죄의 구성요건이 아니므로 절도범인이 범행 수단으로 주거침입을 한 경우에 주거침입행위는 절도죄에 흡수되지 아니하고 별개로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여 절도죄와는 실체적 경합의 관계에 서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5도8169 판결).

형법은 경합범의 경우 “각 죄에 대하여 정한 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외의 같은 종류의 형인 경우에는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하여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多額)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 죄에 대하여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산한 형기 또는 액수를 초과할 수 없다. 다만, 과료와 과료, 몰수와 몰수는 병과(倂科)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형법 제38조 제1항 제1호).

결국, [사건 B]의 乙은 절도와 주거침입 중 보다 무거운 죄인 절도범의 형의 장기 또는 다액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여 “9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게 되므로 [사건 A]와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된다.

사전에 범행 장소에 미리 숨어 들어가 잠복하고 있었던 현실 세계의 수많은 ‘근세’들의 노력은 ‘리스펙’하지만, 事必歸正의 결말이라 하겠다.

<김태진 변호사 학력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변호사시험 합격 / 경력 ▲제12보병사단 군검사 ▲제3군단 징계장교 ▲국방부 국군재정관리단 송무장교 ▲국방부 국군재정관리단 법무실장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수상▲국가송무 수행 우수 표창(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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