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권주자 난립 속 ‘윤핵관 2선 후퇴론’ 급부상...안철수는 ‘심경 복잡’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 비대위 출범과 동시에 김기현‧안철수‧권성동‧나경원 등 전면 부상    
- 친윤-비윤 갈등에 ‘윤핵관’ 후퇴 가능성...安 당권 시나리오도 차질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이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비대위 전환으로 이준석 대표도 직권을 상실하며 사실상 복귀 가능성이 전면 봉쇄된 상황이다. 이렇듯 여당 새 정규 지도부 선출이 불가피해지자, 여권 당권주자들도 빠르게 보폭을 넓혀가는 모양새다. 여당의 당권시계가 빨라지면서 차기 당 대표 후보군에도 이목이 쏠린다. 일찌감치 당권주자로 지목됐던 안철수‧김기현 의원을 비롯해 ‘친윤 핵심’ 권성동 원내대표, 정진석 국회부의장, 나경원 전 의원까지 원내외 인사들이 대거 거론된다. 차기 당 대표를 노리는 이들의 셈법도 제각각이다. 국민의힘 차기 전대는 2024 총선 공천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이 걸린 이벤트인 만큼, 당권 잠룡들의 신경전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한편 일각에선 안 의원의 당권 행보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비대위 배제론이 급부상하면서다. 안 의원으로선 ‘그림자 우군’이었던 친윤(親尹)이 비대위 국면에서 2선으로 물러나는 상황이 그리 달갑지 않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차기 당 대표가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쥔 2년 임기의 ‘콘크리트 리더십’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를 통해 견고한 리더십을 구축하고 당심을 결집시켜 집권 당정의 지지율 부침을 극복하고 차기 총선 승리를 견인해야 한다는 것. 

아직 비대위 임기나 차기 전대 일정은 확정된 바 없다. 다만 여당에서는 임시변통인 비대위 체제로 내부 혼란을 조기 수습하는 한편, 전대 일정도 빠르게 노선을 굳혀 내부 혼란을 차단해야 한다는 데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비대위로 전환했지만 내부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라며 “비대위 임기야 전대 일정에 따라가는 것이라 차기 지도부 선출 타임라인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관건이다. 유력 (당권주자) 인사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조기 전대든 정기 전대든 일정을 빠르게 확정지어야 그나마 잡음을 줄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서울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시당 상설·특별위원장 간담회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문표, 주호영, 김기현, 나경원 의원. 2021.05.28.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서울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시당 상설·특별위원장 간담회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문표, 주호영, 김기현, 나경원 의원. 2021.05.28. [뉴시스]

비대위 출범과 함께 빨라진 與 당권시계

지난 9일 국민의힘이 ‘주호영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최다선(5선)인 주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되면서 여당도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비대위 전환으로 당 대표도 공석이 되면서, 당권 경쟁에도 불이 붙는 모양새다.    

차기 전대로 선출되는 신임 당 대표는 2년 임기와 함께 2024년 총선 공천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되는 만큼, 여권 잠룡들의 기지개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외 인사들이 저마다 노골적으로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치는 상황에서 전대 개최 시기를 놓고는 계산식이 크게 갈린다. 올 하반기 조기 전대를 개최하게 될 경우 권성동 원내대표와 정진석 국회부의장 등 당직‧국회직 임기를 남겨둔 친윤 당권주자들을 중심으로 조기 전대 불가론이 분출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일찌감치 조기 전대를 주장한 김기현 의원 등은 윤핵관 등 유력 경쟁자들을 배제시키며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계산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비대위 임기와 전대 시기 논의를 본격화할 경우 당권주자들의 물밑 신경전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선 원내에서는 김기현‧안철수 의원의 당권 행보가 가장 활발하다. 이들은 비대위 출범에 앞서 각각 원내 공부모임과 토론회를 통해 세를 과시해 왔다. 김 의원과 안 의원이 주최한 행사에는 최대 50여 명의 현직 여당 의원들이 참석했다. 이는 여당 의원 상당수가 김 의원과 안 의원을 유력 당권주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간 전대 출마와 관련해 말을 아꼈던 안 의원은 여당이 비대위 체제에 돌입하자 당권 도전 의사를 드러냈다. 그는 주호영 비대위가 출범한 지난 9일 자신이 주재한 토론회를 마친 직후 당권 도전 의사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제 역할이 있다면 그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당권 출사표를 던졌다. 

안 의원은 지난 3.9 대선에서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연금개혁’을 주제로 토론회를 갖는 등 굵직한 의제를 던지며 광폭 행보에 돌입한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와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극심한 지지율 정체를 겪는 와중에 정책 어젠다를 제시하며 민심을 두드리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안 의원이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대표로 유력시되는 이재명 의원이 현 정부의 국유재산 매각을 반대한 데 대해 대립각을 세운 것도 당권주자로서 체급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다.    

김 의원은 차기 당권이 화두에 오르자 공격적 행보를 자제하며 숨고르기에 나선 모습이다. 안 의원과 함께 유력 당권주자로 하마평에 오른 만큼, 의원 공부모임 등 원내 친목 행보가 자칫 과도한 세몰이로 비춰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의원 측은 오는 24일로 예정됐던 ‘혁신24 새로운미래’ 공부모임을 잠정 취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다만 김 의원은 원내 모임을 주도하는 대신 다른 의원들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하거나 지역구 민심을 살피는 등 외부 활동에 전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 기반이 탄탄하지만 ‘대중 인지도’가 취약하다는 자가 진단에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최근 이재명 의원을 연일 저격하며 여야 차기 당 대표 간 대립 구도를 만드는 것도 그 일환이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김 의원이) 비대위 전환으로 당 대표가 공석이 되면서 청년층 반발 등 민심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원내 활동보다 지역구나 청년층 민심과 스킨십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 경쟁을 최소화하며 민생 중심의 당권 행보에 집중하며 대중 지지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김 의원의 구상으로 읽힌다.        

여당 친윤계 핵심인 권성동 원내대표와 정진석 국회부의장도 유력한 차기 당 대표 후보군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당직과 국회직 임기를 내년까지 수행해야 하는 만큼 당헌‧당규상 올해 조기 전대가 개최될 경우 출마가 불가하다. 당장 비대위 인적 구성에서 윤핵관 등 친윤을 배제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도 부담이다. 이준석 전 대표의 퇴출로 친윤-비윤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친윤계의 일선 진출을 반대하는 내부 저항 기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관건이다.    

원외 인사인 나경원 전 의원도 차기 당 대표 도전 가능성을 시사하며 당권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전임 지도부 선출 당시 이준석 전 대표에게 밀려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그러나 과거 한나라당 대표 권한대행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낸 굵직한 정치 이력으로 원외 당권잠룡으로 꾸준히 지목되는 인사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0일 당권 도전 여부와 관련, “지금까지는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았는데, 지금부터는 고민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 비대위에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촉구했다. 원내 당권주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당과의 접점이 얕은 상황에서 유력 경쟁자들을 추려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자신이 정통 보수 정치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제3지대 출신인 안 의원을 일찌감치 견제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으로 여당에 유입된 안 의원의 ‘정치 이력’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며 “저도 다선 정치인이다. 그 사람(안 의원)의 정치 역사, 이력은 국민과 당원들이 더 잘 아신다”고 했다. 한나라당 시절부터 보수정당에 꾸준히 몸담았던 자신이 집권당 차기 당 대표로서 적통이라는 점을 에둘러 표한 대목으로 읽힌다.    

이 밖에도 내년 4월 전후로 정기 전대가 개최될 경우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 등이 차출될 수 있다. 

코너에 몰린 이준석 전 대표도 명예회복 차원에서 차기 전대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와 별개로 법원이 이 전 대표의 ‘비대위 출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어떤 법적 판단을 내릴지도 관건이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수용할 경우 비대위가 전면 백지화되며 여당은 극심한 내홍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다만 법원의 가처분 인용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평이다. 반대로 이 전 대표는 최종 승부수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여당에서의 정치 재기가 쉽지 않은 ‘정치적 코마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 이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을 주축으로 한 신당 창당설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다. 이 문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권 원내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다. [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다. 이 문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권 원내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다. [뉴시스]

尹 ‘내부총질’ 문자에 목소리 커진 비윤...안철수 ‘불편’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 0순위로 거론되는 안 의원은 당 내부에서 비윤계의 목소리가 커진 흐름이 불편한 상황이다. ‘윤핵관’ 장제원 의원과의 연결고리를 토대로 친윤과의 접점을 극대화하며 당권가도를 닦겠다는 구상이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가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내부총질’ 문자가 공개되며 정치권을 강타했다. 당시 텔레그램 문자에서 윤 대통령은 이준석 전 대표를 “내부총질이나 하던 인사”로 규정하며 날을 세웠다. 권 원내대표도 자신의 부주의로 메가톤급 논란이 불거지자 즉각 사과하고 당 대표 직무대행에서 물러났지만 그 여파가 쉽게 수습되지 않는 모양새다.

이에 당내 비윤(非尹)계와 이 전 대표의 핵심 지지층인 2030 청년층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반발 여론이 형성됐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당권주자 후보군으로 ‘원외’ 인사인 이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 소환되며 지지도에서 국민의힘 원내 유력 당권주자들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여당이 비대위를 꾸린 현 시점에도 친윤계가 전면에 나서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당장 윤핵관 맏형인 권 원내대표를 당연직 비대위원으로 포함시키는 안건부터 강력한 내부 저항에 맞닥뜨린 형국이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비대위원 직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권 의지가 확고한 안 의원에게 ‘윤핵관 2선 후퇴설’에 힘이 실리는 여당의 현 흐름은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반(反)이준석을 매개로 물밑 공생을 이어왔던 친윤의 하방은 곧 자신의 당내 입지 구축에 적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  

3당 출신인 안 의원이 독립적으로 원내 인사들과 관계를 구축하며 자생력을 키우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다. 그에게 여당 주류인 친윤의 화력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실제로 안 의원은 권 원내대표에 대한 당의 재신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친윤 당권주자들에게 불리한 조기 전대를 반대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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