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17일 기자회견서 인적 쇄신 사실상 거부
이준석과 갈등 등 민감한 사안에 구체적 언급 피해
與 "미온적 메시지에 당정 반등 모멘텀 무산 아쉬워"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가진 기자회견에 대한 여당 내부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의힘에선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두고 호평과 실망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임시 지도부는 대체로 무난한 대국민 소통이었다며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치켜세운 반면, 원내 일각에선 국정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지목되는 '인사 문제'에 대한 개혁을 사실상 거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지지율 난조를 보이고 있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그 어느 때보다 국정 동력 마련이 절실하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의 지난 17일 기자회견은 '국면 전환' 차원에서 여권의 기대가 쏠렸던 이벤트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을 가진 인적 쇄신은 하지 않겠다"라고 밝히는 등 국정·인적 쇄신에 대해 미온적 기조로 일관한 것이 되려 집권 당정의 하락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기자회견 직후 국민의힘 임시 지도부에선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국정 전반에 관해 국민과 언론이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있었다"고 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낮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잘 받들고 좇아가겠다는 자세는 바람직하다"고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었다.

그러나 지난 17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부 여론은 썩 좋지 않다. 다수 의원들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뚜렷한 성찰이나 쇄신 메시지를 찾아 볼 수 없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 지지율 부침, 대통령실 인사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는 점도 문제시되고 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취재에서 "(대통령실과 여당의) 현 상황에 대한 용산과 여의도의 문제의식이 다른가보다"라며 "주 비대위원장은 국정과 현안에 대해 구체적 설명이 있었다고 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어떻게 국정 최고직에 있는 대통령이 정치적 의도나 목적이 없을 수 있나"라고 윤 대통령의 인적 쇄신 거부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같은 당 초선 의원도 본지에 "국정지지율 하락 원인과 대책에 대한 언급을 찾아보기 힘든 기자회견"이라며 "비대위로 전환한 여당은 위기감이 극에 달했는데,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전반적으로 '지금도 별 문제가 없다'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그는 "어떻게 보면 이번 기자회견은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따라 대통령실과 여당이 반등 모멘텀을 크게 가져갈 수 있는 기회였는데, '조커'가 무산된 것 같아 아쉽다"고도 덧붙였다. 

또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민생 현안을 예리하게 통찰해야 할 대통령이 현실과 괴리된 발언으로 자충수를 뒀다는 평도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전직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폭등한 집값과 전셋값을 안정시켰다'고 한 발언은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다"라며 "여전히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세가 안정화되려면 적어도 수년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현재 수도권 아파트만 봐도 문재인 정권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안정시켰다'고 단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법치주의'가 자칫 국민 대통합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최근 노사 갈등의 해소 방안을 법적 대응에서 찾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되려 민심을 자극할 수 있다. 법이 만사라는 식의 메시지는 국민들을 포용하고 갈등을 평화적으로 조율해야 할 대통령으로서 할 발언은 아니"라고 했다.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이 과거 이력을 지워내고 '정통 정치인'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당부도 곁들였다.    

국민의힘 비대위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와의 법적 공방으로 조직이 와해될 수 있는 위기에 처한 만큼, 윤 대통령의 이번 기자회견이 출범 동력에 보탬이 되길 고대했으나 결과값은 달랐다는 게 중평이다. 

국민의힘 비대위 관계자는 "법원의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판결에 비대위의 명운이 걸린 상황에서 (윤 대통령) 기자회견이 보다 타격감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면서 "만약 이대로 비대위가 해산되면 대통령실이나 우리 당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당정이 공생하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변화와 쇄신을 키워드로 칼을 뽑았어야 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이날 효력정지 가처분 법원 심문에 응한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관련,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불경스럽게도 대통령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비꼬았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표와의 갈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께서 어떤 정치적 발언을 하셨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에둘러 말한 것을 꼬집은 발언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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