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준 “백악관의 경우 근무자 신원 전원 공개” 발언은 ‘사실’

민주당 진성준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8월 2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는 대통령실 인사 채용이 도마 위에 오르며 여야 정쟁으로 비화했다. 이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지인 등이 전문성이나 경력과 무관하게 친소관계로 대통령실 직원으로 발탁됐다는 점을 질타했다. 이에 대통령실 측은 채용이 적법했다며 근무자들의 신상 공개를 꺼리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실(구 청와대) 직원에 대한 ‘비공개’ 채용이 일종의 관례였다는 점도 주된 이유다. 여권에선 대통령실의 ‘깜깜이 인사’ 관행은 구시대적 유물이자 후진 정치의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지난달 22일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소속 직원의 성명·직위·부서·업무 등을 전면 공개하자는 취지의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도 “미국 백악관은 직원 신분을 모두 공개한다”며 대통령실 인사 채용 투명화를 주장했다. 진 의원의 말대로 미국 백악관 등 선진국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우선시하고 있을까.

[검증 대상]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지난달 19일 TBS 라디오(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진행자가 “사적 채용을 따져보려 해도 대통령실에 누가 근무하는지 몰라서 비교가 안 되잖아요”라고 묻자 “그것이 문제다. 미국의 경우 백악관에 근무하는 모든 인원들의 신원을 다 공개한다고 한다. 이제는 우리도 그것을 공개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연 미국 백악관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공무원 일반직과 별정직의 신상을 모두 공개하고 있을까. 아울러 영국, 독일 등 유렵 선진국의 사례도 살펴봤다.    

[검증 내용]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최근 발의한 정보공개법(이하 정공법) 개정안은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소속 직원의 성명·직위·부서·업무내용 등을 기존 비공개에서 공개 항목으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정공법 제9조1항에 따르면 사생활 또는 자유 침해의 우려가 있는 경우 정보 비공개 대상에 포함된다.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직원의 경우 그간 보안상의 이유로 1급 직원을 제외한 행정관 및 행정요원급 일반·별정 직원들에 대한 신상 비공개 방침을 고수해 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대통령실 업무 특성상 직원 신상도 보안사항에 해당된다는 게 이유다. 1급 직원의 경우도 연봉이나 업무 등에 관한 상세 내역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과 달리 우리나라 중앙부처는 국제 보안이 요구되는 특정 부처(국방·외교·통일)를 제외하고는 각 부처 홈페이지를 통해 직원 정보(이름·부서·연락처·업무)를 공개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을 통해 공기업, 준정부기관, 공공기관의 직원 채용 현황을 열람할 수 있지만, 개별 신상이 아닌 연간 채용규모 및 평균급여 등 개략적 통계만 공개되고 있다.    

진성준 의원은 미국 백악관의 사례를 들며 해외 주요국은 국가 최고 의사결정권자 보좌 행정 직원들에 대한 정보 공개가 철저하다고 밝혔다. 반대로 국내 대통령실의 경우 ‘깜깜이 인사’로 일관하고 있어 채용 적합성을 판별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해외 주요국의 대통령·총리 보좌 행정직의 정보 공개 현황은 어떨까. 본지 확인 결과, 미국·영국·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선 대통령실과 총리실 소속 직원의 성명과 직급 등 신상 정보를 온라인으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직원 개개인의 연봉까지 명시하고 있다.

백악관 직원현황 연례보고서 [美 백악관 홈페이지]

우선 미국 백악관은 매년 의회 보고가 법제화된 ‘백악관 직원현황 연례 보고서(Annual Report to Congress on White House Staff)’를 통해 백악관 행정직의 이름부터 소속 부서, 직책, 고용 형태, 급여(연봉) 등을 공개하고 있다. 백악관이 매년 7월경 작성하는 해당 보고서는 일반인도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www.whitehouse.gov)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미국 백악관의 직원 신상 공개제는 지난 1995년 채용 적합성과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처음 도입됐다. 미 의회는 당시 클린턴 정부에 백악관 직원현황에 대한 연례 보고를 요구했고, 백악관도 이를 수용했다. 다만 이 때 보고서 열람 권한은 의회에 국한됐다.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미 백악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인들도 직원 현황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미국 상당수 국민들이 백악관의 이러한 결정에 호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과 독일의 경우도 확인해봤다. 영국도 총리실 직원들의 이름·급여·부서·연락처(이메일 포함) 등을 기재한 자료를 정부 홈페이지에서 모두 공개하고 있다. 영국 총리실의 경우 조직도에 따라 부서별 직원 현황이 상세히 기재돼 있고, 일부 부서장급 인사들의 경우 사진까지 게재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영국 총리실은 해마다 분기별 또는 반기별로 해당 자료를 갱신하고 있을 정도로 철저한 정보 공개가 이뤄지고 있다. 독일도 영국과 마찬가지로 연방정부 홈페이지에 연방총리청 직원들의 이름·성별·부서·업무에 대한 상세 내용을 게시하고 있다.  

[검증 방법]
미국, 영국, 독일의 대통령실 및 총리실(청) 직원 현황 
대통령실 행정관 및 행정요원 정보 공개 여부  

[검증 결과]
선진국들의 대통령실·총리실 직원 공개 여부를 확인해 본 결과,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주장한대로 미국 백악관은 직원들의 이름, 소속, 연락처, 연봉, 부서, 업무내용 등 세세한 정보를 모두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있다.

영국도 미국 백악관과 동일하게 총리실 직원 정보를 연방정부 홈페이지로 공개하고 있으며, 심지어 부서장급 임원들의 사진도 공개한다. 독일은 연방총리청 소속 직원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으나 연봉은 비공개 대상이다. 또한 일부 고위 임원들에 대한 정보 공개도 제한하고 있다.   

반면 국내 대통령실은 1급 고위 행정직 인사(이름)를 제외한 일반직·별정직 직원에 대한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  

따라서 “미 백악관은 모든 직원들의 신원을 다 공개한다”는 민주당 진성준 의원의 발언은 ‘사실’로 판명된다. 아울러 우리나라 대통령실이 해외 주요국에 비해 정보 공개에 폐쇄적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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