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간의 3차 대전이 발발했다. 검찰의 이재명 대표 소환통보를 놓고 사실상의 전면전에 돌입한 양상이다. 양측 모두 정치적 명운을 건 그야말로 진검승부다.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0.73% 포인트 차이의 초박빙 승부였던 20대 대선 시즌1’,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마무리된 6.1 지방선거 시즌2’에 이어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한판승부가 막을 올린 셈이다. 갈 길 바쁜 윤 대통령으로서는 진퇴양난이다.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 집권 초기의 어수선함을 신속히 정리하면서 추석연휴 이후 정국 대반전이 필수적이다. 연일 가중되는 사법리스크의 압박 속에서 이 대표의 정치적 처지도 다급하다.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제1야당의 수장으로 떠오른 만큼 대선 패배 이후 정치적 부활이 필수적이다. 대선 3라운드 시작과 더불어 창과 방패를 꺼내든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노림수를 되짚어봤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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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vs 대표 정기국회 개막 더불어 대선 3라운드 개막
지선 참패, 우여곡절 끝 민주당 대표에도 사법리스크 여전
, ‘이재명 제거노림수 돌입vs, 맹공속 정치적 부활 다짐

대선 맞수였던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표면적으로는 협치와 민생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영수회담 성사에도 원론적인 공감을 표시했다. 다만 주변 정치 상황은 곳곳이 지뢰밭이다. 주요 현안에 대한 여야간 입장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특히 지지율 폭락과 인사참사 이후 전화위복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 라이벌의 등장이 부담이다. 차기 대선에서 권토중래를 노리는 이 대표 역시 무소불위의 힘을 갖춘 현직 대통령의 견제가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더구나 이른바 백현동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이재명 대표 소환 통보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민주당의 특검 및 국정조사 추진 방침은 양측의 갈등을 더욱 격화시킬 악재다. 정국이 급랭하면서 희미하게 남아있던 협치 분위기도 한방에 사라질 수 있다. .

진퇴양난, 정국반전 예고vs ‘조기등판 비판론부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질긴 정치적 악연을 이어오고 있다. 역대 대선을 보면 승자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정치무대의 전면에 서고 패자는 한동안 칩거를 이어가는 게 관행이었다. 92년 대선에서 패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대선 2라운드는 202422대 총선 국면에 벌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불씨는 제8회 지방선거였다. 대선 이후 불과 두 달 반 만에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정치 스케줄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안팎의 비판여론에도 대안부재론을 내세워 직접 등판했다.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한 것은 물론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도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원내 진입에는 성공했지만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지방선거 참패 책임론은 물론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선은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의 폭로로 셀프공천논란마저 불거졌다. 체면을 구길 대로 구긴 셈이다. 반대로 윤 대통령은 금상첨화의 결과가 나왔다. 초유의 지방선거 압승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박빙 대선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2018년 지방선거 참패의 악몽을 완전히 설욕하면서 그야말로 대승을 거뒀다. 정국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모든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잠시뿐이었다. 여름 하한정국을 거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대선 1·2라운드를 승리한 윤 대통령은 끝없는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검찰편중 인사실패에 이어 지나치게 독선적인 언행은 낙제점을 받았다. 게다가 이준석 전 대표의 징계를 둘러싼 집권여당 내부의 내홍과 비대위 출범을 둘러싼 당 안팎의 어수선한 상황은 최대 악재로 작용했다. 지지율은 연일 하락세를 기록했고 대선 득표율의 절반 수준인 20%대 초반에 머무르기도 했다. 잠시 반등하기는 했지만 취임 초기 대통령 지지율로서는 여전히 미약한 30%대 초반이다. 보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여권 내부 갈등의 해법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연이은 선거패배로 정치생명이 위태로왔던 이 대표는 8.28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압승을 거뒀다. 폭주하는 윤 대통령을 견제할 유일한 정치인은 이재명이라는 존재감을 당원과 국민에게 심어줬다. 특히 80%에 이르는 기록적인 득표율로 역시 차기 대선은 이재명이라는 평가 속에서 제1야당 수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잇딴 자충수에 정치적 반사이익을 누리며 대선패배 이후 수월하게 중앙정치에 복귀했다. 이 대표는 정치적 존재감 과시를 위해 연일 윤 대통령을 맹공하면서 쾌속질주하고 있다.

정국 대반전을 다짐하는 윤 대통령과 정치적 부활을 노리는 이 대표의 전면전은 사실상 예고된 셈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이같은 양측의 대치전선과 관련, “윤 대통령은 내부문제인 이준석 전 대표보다 더 불꽃튀는 승부를 해야 한다. 외부에 (이재명 대표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왔다대선 3라운드다. 1라운드가 대선, 2라운드가 지선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간의 대결이 불꽃 튈 수밖에 없다. 2027년 대선 때까지 안 끝난다고 밝혔다.

9월정기국회 100일간 전쟁vs대표 한판승부

지난 대선에서 연설중인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뉴시스
지난 대선에서 연설중인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뉴시스

양측의 갈등은 정기국회 개막과 더불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기국회는 흔히 여야의 입법·예산·정책이 정면 충돌하는 100일 대전이다. 민주당은 639조원의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서민외면·부자감세라는 프레임으로 맹공을 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공세에 지나친 발목잡기라고 비판하면서 서해피격 탈북어민 북송 문재인정부 탈원전 의혹 등 전방위적인 사정정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vs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구) 갈등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논란 등도 여야간 쟁점 현안이다.

정기국회는 표면적으로 본다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과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대치전선이 중심축이다. 다만 국민과 언론의 시선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맞대결로 모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내외적인 경제위기와 여권 내홍 수습에만도 바쁜 데 이 대표의 융단폭격식 공세를 막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로서는 정기국회 개막과 더불어 날아든 검찰의 소환장 속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정부를 향한 전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6개월 전의 대선 혈투에 3개월 전의 지방선거에 이어 또다시 대격돌이 시작된 셈이다.

최대 리스크는 검찰의 이 대표 소환통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양측은 사실상 전면전에 돌입하면서 정국은 급랭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의혹과 관련해 국회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바 있다. 민주당은 맞대응 차원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각각 양측의 최대 약점으로 분류되는 이재명 사법 리스크김건희 리스크를 각각 흔드는 셈이다. 이에 따라 양측의 관계 역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널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졌다. 대선 라이벌에 대한 명백한 정치보복 윤석열정권 호위무사인 정치검찰의 만행 두더지 잡기식 수사 등등 원색적인 비난과 성토가 쏟아졌다. 말을 아끼던 이 대표도 입을 열었다. 이 대표는 2일 광주 최고위원회의 이후 오랜 시간을 경찰, 검찰을 총동원해서 이재명을 잡아보겠다고 하셨는데 결국 말꼬투리 하나 잡은 것 같다먼지털이하듯 털다가 안 되니까 엉뚱한 것 가지고 꼬투리 잡고 적절하지 않다고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과 원칙에 따른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대통령실은 사인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노코멘트라며 침묵했다. 윤 대통령도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은 2일 대통령실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형사사건에 대해선 저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언론 보도를 통해 보는데 기사를 꼼꼼하게 읽을 시간도 없다며 지금 대통령으로서 경제와 민생이 우선이라고 피해갔다. 이는 민주당의 공세와 달리 대통령실 차원의 개입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현 정부의 황태자인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1일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검찰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묘한 여운을 낳았다.

영수회담, 공감대속 각론현재vs미래권력 충돌

대선이후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후보의 감사 메시지. 뉴시스
대선이후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후보의 감사 메시지. 뉴시스

물가급등, 환율상승, 무역수지 적자, 부동산시장 폭락 등 민생경제 분야에서 악재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해법없는 대치전선은 양측 모두 부담이다. 더구나 경제사정이 워낙 어렵다보니 민심 또한 협치를 강력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영수회담을 통해 정치적 휴전을 선언하면서 민생 최우선기조 속에서 대화와 타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이 대표는 민주당 전대 승리 이후 첫 일성으로 영수회담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국민과 국가를 위해 바른길을 간다면 정부여당의 성공을 두 팔 걷어서 돕겠다영수회담을 요청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음날 대통령실도 환영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 대표의 제안에 야당과의 대화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있다고 밝혔다.

이후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직접 전화통화를 가지면서 영수회담 성사 전망은 한층 커졌다. 특히 20대 대선 이후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단 한 번도 회동을 가진 적이 없다는 점에서 영수회담은 정국대치를 한 방에 풀 수 있는 히든카드로 여겨졌다. 윤 대통령은 당이 안정되면 가까운 시일 내에 여야 당 대표님들과 좋은 자리를 만들어 모시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가능한 한 빨리, 형식과 절차에 구애받지 않고 만나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다만 영수회담 성사 전망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은 물론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탄핵을 요구한 상황에서 영수회담 제안이 과연 민생을 위해 협치하겠다는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꼬집은 게 대표적이다.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쇼라는 비판이다.

이밖에 영수회담 성사를 위한 걸림돌은 한둘이 아니다. 우선 양측의 회동 공감대에도 만남의 형식 탓이다. 이 대표는 현직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일대일 영수회담을 선호하지만 대통령실은 국민의힘과 정의당을 포함한 여야 지도부 면담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수회담이라는 용어 자체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했을 때 사용한 낡은 용어인 데다 성사시에는 이 대표의 정치적 존재감도 부각시키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물론 이 대표가 일대일 회동이 아닌 다자회동에 응할 경우 윤 대통령과의 만남은 급물살을 탈 수도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 공백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석 연휴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여야의 초강경 대치전선이 지속되는 가운데 영수회담은 소문난 잔치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대선 과정에서 치열한 승부를 이어갔던 정치적 라이벌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윈윈이 아닌 전쟁이라면서 승자의 경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패자의 정치적 도전을 용납하기 어렵고 패자 또한 미래의 정치적 부활을 위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집중 공세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선 3라운드에 해당하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진검승부는 단기전으로 끝날 수 없다. 아무리 짧아도 여권의 차기구도가 가시화되는 202422대 총선 전후까지 크고작은 파열음을 남기면서 지속될 수밖에 없다양측 모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전면전에 나설 수밖에 없다. 사실상 어느 한쪽의 치명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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