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의 ‘동상이몽’...비윤 반발, ‘구태 쇄신’인가 ‘발목잡기’인가

국민의힘 김웅 의원(좌), 하태경 의원(우) [뉴시스]
국민의힘 김웅 의원(좌), 하태경 의원(우)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구태 쇄신을 위한 필요악이냐, 여당 위기 부추기는 발목잡기냐.’ 동상이몽으로 내부 진통을 앓고 있는 집권당에 던져진 난제다. 더 정확히는 내홍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비윤(비윤석열)계를 향한 세간의 궁금증이다. 국민의힘은 1기 비상대책위원회가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좌초되며 중대 위기를 맞았다. 21대 정기국회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집안 문제에 발목이 잡혀 좀처럼 국정 동력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 169석 슈퍼야당과 민생 현안을 놓고 수 싸움을 펼쳐야 할 여당이 연이은 지도부 공백 사태로 코너에 몰린 상황. 여당으로선 조속히 새 지도체제를 구축하며 야당과의 ‘사법 전면전’까지 대응해야 하는 만큼, 내부 분열이 뼈아프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지지하는 이준석계와 당내 중도 그룹인 비윤계를 중심으로 당내 세력화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충성경쟁’을 중지하라며 당내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과 반목하는 과정에서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특정 계파에 좌지우지되는 당의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자는 취지이나, 정작 비윤계 사이에서도 ‘당을 장악해야 한다’는 당파 논리가 등장하면서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당내 역학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친윤으로 점철됐던 당권 구도가 반윤(反尹)·비윤(非尹)의 집단 반발로 윤석열 대통령의 여당 ‘친정 체제’ 구축에 제동이 걸렸다.

심지어 ‘이준석계’ 의원들 사이에선 “차기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당을 장악해야 한다”는 말까지 거침없이 분출된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2선 퇴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난항 등 내부 혼란을 매개로 당내 비주류 그룹이 세 결집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친윤 구심점인 윤 대통령이 영부인 리스크와 야당의 대통령실 국정조사 압박에 흔들리며 당 장악력이 희석될 경우, 당내 비윤계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일선에서 물러난 윤핵관 대신 친윤계 초재선 박수영·유상범·전주혜·김정재·정점식 의원 등이 신(新)윤핵관으로 급부상하며 그 공백을 메우고 있는 만큼, 여당 내홍은 초재선 그룹 내 친윤-비윤 분화 양상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반윤(반윤석열) 그룹은 이준석계 초선 의원들이 참여한 원내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허은아 의원 주재)’와 이준석 전 대표 지지당원 모임인 ‘국바세’(국민의힘 바로 세우기)를 양대 축으로 결집하고 있다. 특히 국바세는 국민의힘 전 상근부대변인을 맡았던 신인규 변호사가 주도하는 모임으로,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청년층 당원이 주력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 전 대표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유승민 전 의원과 국민의힘 유경준·유의동 의원 등 유승민계도 이준석계와 합을 맞추고 있다. 이보다 큰 틀에선 이들 반윤 그룹과 서병수·조경태·하태경 의원 등 중도 성향의 비윤 중진들이 비대위 불가론과 윤핵관 퇴진론을 매개로 연대를 굳혀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도 당헌 개정 및 비대위 재출범을 반대하며 작심발언을 한 바 있다.

내부 사정에 밝은 국민의힘 당직자는 본지와의 취재에서 “비대위 재출범 이슈와 윤핵관 2선 후퇴로 당내 초선들의 영향력이 커졌다”라며 “특히 친이준석 계열의 초선 의원들이 허은아 의원의 공부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 모임을 통해 결집력을 높여가고 있다”라며 “이준석계 핵심 멤버인 김웅 의원이 허 의원 대신 (명불허전) 모임을 주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이 8일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 주최로 열린 '국민의힘의 진짜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긴급 대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이 8일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 주최로 열린 '국민의힘의 진짜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긴급 대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與 이준석계, 비대위 저지 총력...‘당(黨) 장악’ 시사도

이준석 전 대표의 법률 대리인 등 측근들과 원내 친이(친이준석)계 의원들은 새 비대위 출범을 앞두고 여론 총력전에 나섰다. 비대위 재출범은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이준석 전 대표의 직권 회복을 원천봉쇄하는 조치인 만큼, 결사항전에 나선 것.

지난 7일 이 전 대표 변호인단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이준석 ‘전(前)’ 대표가 아니라 ‘현(現)’ 대표라고 주장하며 “법원은 비대위 출범이 무효라고 했으므로 여전히 당대표와 잔존 최고위원의 지위는 존속한다. 소수 권력자가 가진 힘으로 스스로 헌법을 무력화하면서 권력을 장악하려 한다, 이 같은 당권 찬탈 쿠데타를 ‘궁정 쿠데타’, ‘친위쿠데타’”라고 반발했다.    

앞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도 “우리당이 혼란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길은 법치와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이라며 “지난 전국위 당시 저는 법원의 가처분 인용 가능성이 큰 비대위 구성을 멈춰달라고 호소했었다. 당시 이러한 호소가 받아들여졌다면 우리당은 법원이 아닌 정치의 복원을 통해 해법을 마련했을 것”이라고 비대위 부결에 힘을 실었다.

특히 이준석계 중추 멤버로 분류되는 김웅 의원은 지난 3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국바세’ 첫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우리가 한 줌밖에 안 되고 극소수라고 해서 질 것 같나. 정치는 숫자 싸움이 아니라 신념과 기세로 붙는 것”이라며 “전당대회를 맞이해서 진지를 만들고 아군을 만들어내서 당을 장악하고 정말 부끄럽지 않은 국민의힘 한 번 만들어보겠다”고 국민의힘에서 ‘친윤’ 색채를 뺀 혁신 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을 비롯해 친윤과 결이 다른 당내 세력이 총결집해 당을 장악해야 한다는 말로 읽힌다. 결국 반윤(反尹) 기치로 이준석계 세 결집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며 친윤계와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이와 관련, 친윤계 초선 박수영 의원은 비윤계를 겨냥해 “국민의힘 의원이라면 모두 친윤계여야 한다”라며 “사찰이 싫으면 스님이 떠나라”고 일갈했다.    

4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봉동 김광석 거리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대구 시민들을 만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4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봉동 김광석 거리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대구 시민들을 만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與 안팎 ‘이준석 비판론’ 기지개 

이준석 전 대표의 내부 총격과 비윤 세력화 움직임이 맞물리자, 여권 안팎에선 내홍 지속에 따른 집권 당정의 국정동력 상실과 보수정당의 궤멸적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지난 2015년 박근혜 정권에서 새누리당 당권파였던 친박(친박근혜)이 비박(김무성·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도부를 내주며 당권을 빼앗긴 사례가 지금의 국민의힘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전직 당 대표가 자당 ‘흠집 내기’에 몰두하는 동안 민생과 격리되면서 여당의 이미지 실추도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소속 한 전직 의원은 본지와의 취재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현 정권 출범에 기여한 바는 분명 크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지금과 같이 법적 충돌을 이어가면서 자당에 수많은 생채기를 내고 복권해봐야 무슨 정치적 이득이 있겠나.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내부 결집력을 높인 야당과 정기국회에서 힘 싸움을 대비해야 할 시기에 (국민의힘이) 내부에서 발목이 잡혀있는 형국”이라며 이 전 대표가 공격적 행보를 자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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