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지난 추석 연휴 동안 가족과 함께 지역문화와 역사를 엿볼 수 있고, 느긋하게 둘러보기 좋은 국가중요농업유산 등재 지역이 관심을 끈 가운데 경남 창원특례시가 ‘창원 독뫼 감농업’의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을 발판으로 ‘FAO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위한 비전을 밝혔다.

지난 2월 초 농림축산식품부는 ‘창원 독뫼 감농업’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7호로 지정했다. 이는 창원시가 세 번의 도전 끝에 얻은 값진 성과로서 3년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15억 원가량의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게 한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은 농촌지역에서 오랫동안 형성시켜온 보전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농업자원을 말하며 2013년부터 지정 운영되고 있다.

창원 북부지역인 동읍·북면·대산면은 낙동강 연접지역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예부터 구릉 산지인 ‘독뫼’를 이용해 감나무를 재배해왔다. 독뫼는 ‘똥뫼’라고도 불리는데, ‘평지에 솟아 있는 독립된 구릉성 산지’를 일컫는다. 홀로 ‘독(獨)’ 자와 산(山)을 뜻하는 ‘뫼’를 합친 것이라는 설이 있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은 한해에 보통 1∼2개만 지정되는 만큼 경쟁이 아주 치열하며 지정되기 위해서는 역사성과 지속성, 생계유지, 고유한 농업기술, 전통농업 문화, 특별한 경관 같은 다양한 지정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창원의 감농업은 약 2100년 이전 시작된 이래 지속돼왔으며, 기후나 수요 변화 등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왔다.

특히 창원 독뫼 감농업은 낙동강 상습 침수지였던 불리한 자연환경을 극복해왔을 뿐 아니라 닥나무를 이용한 접붙이기, 구덩이 시비법, 박피기술 등 고유한 전통 농업기술을 현재까지 보존·계승해왔다. 아울러 지금까지 농가의 생계유지 수단이 돼주고 있음은 물론 산지·단감재배지·마을·저수지로 이어지는 생태순환시스템을 구축해 생물다양성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다.

현재 독뫼 150여 곳이 독립적으로 형성돼 있으며,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핵심지역(15.8ha) 내 독뫼 30곳엔 기후변화에 대응해 기존 지역에서 재배되던 100년 수령의 떫은 감나무에 상대적으로 따뜻한 곳에서 재배되는 단감나무의 가지를 접붙여 감농업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독뫼가 주남저수지를 둘러싸고 있고 마을을 이뤄 감과 함께하는 생활문화를 유지하고 있어 친환경 재배와 독특한 농업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농업 가운데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된 농업으로는 ▲2014년 ‘청산도 구들장 논농업’과 ‘제주 밭담’ ▲2017년 ‘하동 전통 차농업’ ▲2018년 ‘금산 전통 인삼농업’ ▲2020년 ‘담양 대나무밭 농업’ 등이 있다.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전 세계의 전통적 농업 시스템과 경관, 생물 다양성, 토지이용체계를 보전하기 위해 2002년 도입한 제도이다.

이 제도는 환경과 지역사회에 적응하며 진화된 독특한 토지이용체계와 생태관경이 무분별한 개발이나 정책적 실패, 빈곤, 무관심에 의해 손상되고 있는 상황을 인식하고 농업유산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농업뿐만 아니라 어업, 임업, 축산 등을 모두 포함한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은 국가의 추천을 받아 입후보지를 등록하고, FAO가 서류 심사와 현지답사를 거쳐 선정하고 있다. 인증 기준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시스템의 특징·지속성·세계적 중요성을 포함한 ‘시스템의 고유 특성’ ▲지리적, 제도적 대표성·정책 및 개발 적용성을 포함한 ’정황성‘ ▲국제 협약·파트너십 등의 프로젝트에 대한 ’수행성‘이다.

창원시는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기준 등을 토대로 인정기준별 특성조사, 핵심지역 감나무 전수조사, 유산지역 정비와 함께 ‘창원 독뫼 감농업’의 역사성, 특수성, 우수성 등을 DB화해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BC 1세기부터 시작된 창원의 감농업에 대한 역사서 발간, 농업의 특이성과 우수성에 대한 논문발표, 다국적 홍보물 제작, 대한민국 농업의 로열브랜드화로 ‘창원 독뫼 감농업’의 가치 인식을 제고하고 홍보·마케팅, 주민협의체 역량 강화를 통해 지역경제 발전과 문화·관광상품으로도 개발할 예정이다.

창원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단감을 재배하고 생산하는 도시로서 ‘독뫼 감농업’이 독특하고 가치 있는 농업이라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철저히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뉴질랜드 키위, 프랑스 포도와인처럼 지역을 넘어 세계에서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방침이다.

한편,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기준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업환경 ▲식량 및 생계의 안전성 ▲농업생물다양성 ▲지역 및 전통적 농업 지식시스템 ▲문화가치 체계 및 사회조직 ▲육지경관 및 해양경관 특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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