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을 그린 ‘한산: 용의 출현’이 개봉 49일 째인 9월 14일 누적 관객수 724만 명을 넘었다. 1592년 7월 8일.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즉생(必死即生)의 마음으로 임한 이순신과 수군의 ‘살신구국(殺身救國)’을 그린 전쟁액션 대작이다.

이순신이 없었다면 전쟁에 패했을 것이고 류성룡이 없었다면 나라가 망했을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살아서 영웅이었지만, 죽어서 영생(永生)한 분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난중일기>를 남긴 충무공 이순신(李舜臣,

1545~1598)이 바로 그다.

이순신의 본관은 덕수(德水)이고, 자는 여해(汝諧)이다. 1545년(인종 1) 한성부 건천동(인현동)에서 이정(李貞)과 초계 변씨(草溪卞氏)와의 사이에서 4남 중 3남으로 태어났다. 역사의 구비마다 국가존망지추(國家存亡之秋) 시에 충무공은 소환 당했고, 부활했다. 지금이 바로 그때가 아닐까.

개관사정(蓋棺事定), ‘관이 덮여야 일이 정해진다’는 말이다.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은 역적 누명을 벗는 데 467년이 걸렸지만, 이순신은 사후 45년이 지난 후인 1643년(인조 21년)에 ‘충무공(忠武公)’ 시호를 받았다.

숙종은 아산 현충사 제문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살신순절 고유차언(殺身殉節 古有此言, 절개에 죽는단 말은 옛 부터 있지만), 망신국활 시견사인(亡身國活 始見斯人, 제 몸 죽여 나라 살린 것 이 분에게서 처음 보네.”

1598년 11월 19일. 노량해전에서 이순신이 전사하기 전에 명의 수군도독 진린(陳璘)은 신종 황제에게 편지를 올렸다. “황제 폐하, (중략) 만일 조선수군통제사 이순신을 황제 폐하께서 귀히 여기신다면 우리 명국의 화근인 저 오랑캐(훗날 청나라)를 견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저 오랑캐의 땅 모두를 우리 국토로 귀속시킬 수 있을 것이옵니다.” 진린은 이순신 사후에 그의 공을 ‘욕일보천(浴日補天, 해를 씻고 하늘을 메운 공)’이라고 극찬했다.

200여 년 동안 역사 속에 묻혀있던 이순신이란 이름을 세상에 소환한 주인공은 정조대왕이다. 파당으로 갈라진 조정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진충보국(盡忠報國)’의 표상으로 이순신을 택해, 1792년 <이충무공전서> 발간을 지시했다. 이듬해 정조대왕은 이순신을 영의정으로 추증했다.

이순신을 ‘군신(軍神)’ ‘성웅(聖雄)’으로 완전히 부활시킨 사람은 박정희 대통령이다. ‘부국강병’을 이루기 위해서는 멸사봉공, 유비무환의 정신 고양이 필요했고, ‘이순신 정신’에서 그 답을 찾은 것이다. 1968년 4월 27일. 마침내 광화문에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세워 국가수호의 상징이 되게 했다.

이순신은 선조의 피난 소식을 접한 후 충신의 단심과 장부의 기개를 표현한 ‘서해어룡동 맹산초목지(誓海漁龍動 盟山草木知, 바다에 맹세하니 어룡이 감동하고, 산에 맹세하니 초목이 아는구나)’라는 시구를 남겼다.

선조가 ‘얼마 남지 않은 수군과 전선을 포기하고 육군으로 싸워라’는 명을 내렸지만, 이순신은 오히려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라는 해상결전의 반대상소를 올렸다.

1597년 9월 15일. 명량해전 하루 전날. 이순신은 ‘일부당경 족구천부(一夫當逕 足懼千夫,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명을 두렵게 한다)’라면서 수군들을 독려해 23전 23승 전승(全勝)을 이뤄냈다. 이런 것이 바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이순신 정신’이다.

‘어적보민(禦敵保民, 적을 막아 백성을 살린다)’으로 ‘애민’과 ‘보국’을 몸소 실천한 ‘불멸의 이순신’을 경모하는 필자의 자작 한시를 소개한다.

國難時讀陣中吟(국난시독진중음) 나라가 위태로울 때 (충무공의) ‘진중음’을 읽네

禦敵保邦秀吉沈(어적보방수길침) 외적을 막아 나라를 지켜 풍신수길이 침몰하였네

壯士平民團合志(장사평민단합지) 장사와 백성이 (나라 지킬) 단합된 뜻을 가졌고

盟山誓海樹勳心(맹산서해수훈심) 산과 바다에 명세하여 공훈을 세울 마음 가졌네

三分鶴翼機先制(삼분학익기선제) (한산대첩의) 세 갈래 학익진으로 기선을 제압했고

一字鳴梁異跡臨(일자명량이적임) 명량대첩 (13척의) 일자진으로 기적이 이뤄졌네

必死卽生其大訓(필사즉생기대훈) 반드시 죽고자하면 사는 것이 ‘이순신 정신’이고

補天浴日不忘今(보천욕일불망금) 해를 씻고 하늘을 메운 공을 지금도 잊지 못하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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