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우려가 현실화되면서 민주당 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민주당은 겉으로는 윤석열 정부의 정치 보복’ ‘야당 탄압일 뿐이라며 담담함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초조한 기색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사법 리스크가 결국 이재명 대표의 의원직 상실로 이어지고 차기 대선 도전의 길까지 막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리스크를 대비한 플랜B가 거론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찮아 보인다.

검찰 수사관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와 관련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내 사무실을 나오고 있다. 2022.09.06. 뉴시스
검찰 수사관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와 관련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내 사무실을 나오고 있다. 2022.09.06. 뉴시스

최악의 시나리오현실화된다면 이재명 모든 것 잃게 돼
플랜B’ 민주당의 대안 카드 될까, 야권 대선주자 지형은 여전히 이재명 독주

더불어민주당의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명계에서 제기했던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우려가 점차 이 대표를 향한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 불구속 기소‘100만원 이상 벌금형’?

검찰은 지난 8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자인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등에 대한 언급 등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에 불구속기소 했다.

또 지난 13일 경찰은 성남 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9월에는 불송치 결정했으나 이번에는 검찰에 이 대표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는 내용의 보완 수사 결과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정치 보복’ ‘야당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며 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지난 14일에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도 정쟁 또는 야당 탄압, 정적 제거에 너무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마시라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성남 FC 후원금 의혹에 대해 무리한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향해 혹시 넌지시 건네는 돈 받으신 적 있습니까라고 되물어 이 대표에게 왜 이러세요라는 대답을 이끌어냈다. 정 최고위원이 이 대표를 털어도 나올 게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부각시킨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사법 리스크가 단순 우려에 그치지 않고 상상하고 싶지 않던 최악의 시나리오현실화될 경우 그 후폭풍은 민주당 전체를 뒤흔들 만큼의 역대급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일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향후 재판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면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이 뿐만 아니라 5년간 피선거권도 제한되면서 차기 대선 출마의 길도 차단된다. 또 이 대표와 함께 민주당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 받은 선거 비용 약 434억원을 반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재판 결과에 대한 정치권의 전망은 엇갈린다. 김병민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지난 8YTN 뉴스나이트에서 무조건적으로 100만원 이상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재판과정들을 거쳐 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선거법으로 만약에 벌금 100만원 이상이 나오게 되면 이 대표는 차기 대선 출마도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의원직도 상실된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은 “(민주당은)대통령 선거에서 15% 이상을 득표해서 보전받는 돈들을 다시 토해내야 된다벌금 100만원 그렇게 큰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 후과는 엄청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같은 방송에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나올 가능성에 대해 저는 거의 없다고 본다왜냐하면 선거법 위반에서 허위사실 공표는 대부분 양형 기준에서 크게 고려되는 부분이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줬느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떨어진 사람에게 이게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줬느냐. 이걸 이야기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그런 것으로 비춰볼 때 제가 볼 때 한 80만원 수준에서 결정돼 왔던 사안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좀 들기 때문에 제가 볼 때는 심한 우려의 만에 하나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초조한 민주당, 플랜B 모색현실은 인물부재

물 마시는 이재명 대표. 뉴시스
물 마시는 이재명 대표. 뉴시스

민주당은 아직까지는 사법 리스크에 대해 정치 보복’ ‘야당 탄압을 주장하며 이재명 대표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비명계를 중심으로 최악의 경우 사법 리스크로 인해 이재명 대표의 정치 생명이 중단될 경우를 대비한 플랜B’를 구상 중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플랜B’로 이재명 대표의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의 조기 귀국, 김동연 경기도지사, 정세균 전 총리 등의 전면 등장이 거론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671년 동안 미국에 머무르며 조지워싱턴대학 한국학연구소에서 한반도 평화와 국제정치를 공부하기 위해 출국했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대선에 새로운물결 후보로 뛰었지만 대선을 목전에 두고 이재명 대표 지지를 선언한 뒤 후보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김 지사는 이후 민주당과 새로운물결의 통합이 이뤄지면서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에 참여했고, 6.1 지방선거 승리로 경기도지사 자리에까지 올랐다.

지난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중도 하차했던 정세균 전 총리는 지난 318일 제6대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플랜B’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민주당의 리더십 공백을 메워주고 차기 대선 승리까지 보장해줄 카드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를 봐도 아직까지는 야권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범야권 차기 대선 주자로 누가 적합한지를 물은 결과 이재명 대표가 33.6%의 지지를 받았다. 뒤이어 이낙연 전 대표는 15%, 김동연 경기지사 5%, 박용진 민주당 의원 3.3%, 심상정 정의당 의원 2.7%, 김경수 전 경남지사 0.7% 순으로 집계됐다.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31.9%나 됐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재명 대표와 다른 대선 잠룡들과의 지지율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민주당이 대선주자 기근을 겪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로 정치 생명 중단 위기에 처할 경우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민희 민주당 전 의원 지난 15YTN 라디오 뉴스 정면승부에서 “(지금 여론조사 지형이)야당에서 이재명 대표가 독주하고 있다. 그리고 전체를 보더라도 이 대표가 독주한다그러니까 이 대표만 제거하면 민주당은 이렇다 할 지금 대권 후보가 없다. 그 다음 후보의 지지율이 이재명 대표하고 몇십프로 차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인물 부재론은 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지적됐던 문제다. 당권 주자였던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 811KBS 라디오에서 우리가 4~5년 전만 해도 전국 어디에서나 대선 주자들이 눈에 보이지 않았느냐근데 지금은 대선 주자가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한두 분의 대선 주자만으로 우리 민주당을 끌고 나갈 수는 없다. 특히 2년 후에 총선도 그렇고 4년 후에 지방선거 그리고 5년 후에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도라며 우리가 5년 전만 생각해도 경남에 김경수, 대구 경북에 김부겸, 충청에 안희정, 서울에 박원순 전국 방방곡곡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무너지면 공멸 우려는 점점 커져

민주당 의총장에서 모두 연설하는 이재명 대표. 뉴시스
민주당 의총장에서 모두 연설하는 이재명 대표. 뉴시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3CBS 라디오에서 한명에게 올인하고 그 사람이 무너지면 민주당 전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그래서 이재명 당대표에게만 모든 것을 거는 행위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박원석 정의당 전 정책위의장은 최근 CBS 라디오에서 문제는 분산된 리더십이나 분산된 어떤 당의 정치력 이런 것들을 만들어야 되는데 지금 현직 당대표고 압도적인 대선주자다 보니까 당이 원하든 원치 않든 (사법 리스크 대응에) 끌려들어가는 게 민주당으로서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선주자도 그렇고 당의 리더십을 조금 다양하게 그리고 당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만들 거냐 이게 민주당이 안고 있는 숙제가 아닐까 싶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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