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윤석열 정부가 출범 100일을 넘긴 가운데 국민의힘 권력 지형도가 요동치고 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으로 불리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 사퇴를 선언했고, 장제원 의원은 2선 후퇴를 선언하면서 윤석열-권성동·장제원고리는 느슨해졌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특히 당이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면서 또 다른 윤핵관인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윤핵관 시즌2’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집권 여당의 원내사령탑 선거에서도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뜻)’이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인물로 윤 대통령의 마음을 잘 읽는 사람이 국민의힘 원내사령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는 윤심이 작용하고 있는 이상 윤 대통령이 플랜A로 주호영 의원을 원하고 있다는 얘기가 여의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반면, 플랜B에 대해서는 다양한 말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주호영 의원 바라보는 권성동 원내대표, 뉴시스
주호영 의원 바라보는 권성동 원내대표, 뉴시스

친윤계 플랜A 주호영 추대 이용호 출마로 무산, 플랜B ‘무성
윤핵관보다 주호영이 대통령과 친분깊어..” 윤핵관 시즌2 ‘우려

이번에 새 비대위원장 후보를 물색할 당시 제일 처음 떠오른 인물이 정 부의장이었다. 당 원내대표를 역임했고 의원들 신임을 받아서 부의장까지 하는데 당이 가장 어려울 때 좀 도와주셔야 한다, 그리고 총대, 아니 책임져야 한다고 계속해서 설득했다. (정 부의장이) 4년 동안 끊었던 담배도 피우면서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절하다가 세 번째 찾아갔더니 마지막에 승낙해줬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낙점하면서 한 말이다. 정 부의장은 대표적인 친윤계 인사다. 윤석열 대통령 검찰총장 시절 충청 대망론을 띄웠다. 정 부의장은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 대선 출마 등에 직접 관여했다. 정 부의장의 비대위원장 임명 소식에 윤핵관 시즌2’라는 반응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 부의장이 낙점됐고, 차기 원내대표도 윤심이 작용하고 있다윤핵관이 2선으로 후퇴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얼굴만 다를 뿐 윤핵관이 전면에 선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과 가까운 주호영, 판사시절 과 이웃

실제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해 후보 등록은 17, 투표는 19일 오전 10시 의원총회에서 진행된다. 그런데 집권 여당 원내사령탑 선거를 둘러싸고 유례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후보 등록이 마감되는 순간까지 출마할지 말지 서로 눈치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원내대표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재선의 이용호 의원 한명만 출마했을 뿐이다.

이를 두고 여권의 한 의원은 이런 원내대표 선거는 처음 겪는다며 이른바 윤심을 둘러싼 눈치 싸움만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한 의원은 현재 윤심은 주호영 추대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이처럼 윤심이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윤심과는 다른 행동을 할 경우 윤 대통령에게 찍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후보군들이 망설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실제 초·재선 친윤 그룹을 중심으로 주호영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 의원은 야당이었던 미래통합당 시절 원내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특히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조직총괄본부장으로 일한 주 의원은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을 적극적으로 도운 인물이다.

히 윤 대통령이 1994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할 당시 주 의원은 대구지법 판사로 일했다. 두 사람은 같은 아파트에 살며 이웃사촌으로 지냈다. 법조 경력은 주 의원이 9년 앞서지만 두 사람 모두 1960년생에 79학번(영남대 법학, 서울대 법학)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장제원 의원보다 주 의원이 윤 대통령과 훨씬 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추대론에 반대하며 출마한 이용호 의원. 뉴시스
주호영 원내대표 추대론에 반대하며 출마한 이용호 의원. 뉴시스

권성동-장제원보다 주호영이 과 가깝다

그래서일까. 친윤계에서는 주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추대하기 위한 물밑 움직임이 한창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윤핵관 인사들이 다른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불출마를 종용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더해 권 원내대표가 초선 비례대표 의원들과 오찬 회동에서 추대론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 의원이 윤심을 등에 업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권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지금은 비상 상황이니 추대가 맞는 것이라고 했다.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용호 의원은 “(권 원내대표의 불출마 권유는) 좋지는 않다. 당내 민주주의에 있어서 바람직하지 않다떠나는 원내대표가 할 처신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그분 입장에서는 그게 옳다고 생각하니까, 저하고 서로 좋아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의견을 전달한 정도로 받아들인다권 원내대표는 비상상황이니 추대 쪽으로 하면 어떠냐고 했다. 그분 입장에서는 당이 사는 길이 그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한 것이고, 충정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의 건강성은 경쟁에서 나온다. 국민은 추대하는 모습을 좋게 보지 않는다고 뜻을 달리한다고 했다조금 더 생각해보고 연락하자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제 갈 길을 가겠다고 했다. 추대할 정도가 되면 당연히 경쟁에서 정당한 절차를 밟는 게 힘을 얻는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원내대표 출마설이 나돌았던 일부 의원들은 불출마 쪽으로 마음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당의 스케줄이 여러모로 촉박하니 경선보다 주 의원을 당 대표로 뽑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다주 의원이 용산의 뜻, 즉 윤심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문에 후보군이 모두 출마하지 않을 시 주 의원과 이용호 의원만 후보로 등록하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이럴 경우 호남에 지역구를 뒀으나 최근 국민의힘에 복당한 만큼 당내 의원들과의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주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호영에 대한 반감 원대 선거 연기론도

국민의힘 의원총회 장면. 뉴시스
국민의힘 의원총회 장면. 뉴시스

다만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윤핵관이 당분간 2선 후퇴하는 게 옳다주 의원도 불출마를 해야 한다등의 주장도 적잖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틈을 노려 일부 원내대표 후보자들은 주 의원이 아닌 자신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낙점을 받았다는 말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여의도 안팎에서 나온다. 특히 플랜A로는 주 의원, 플랜B로는 영남권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한편, 원내대표 선거 일정을 법원의 가처분 판단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4선 윤상현 의원은 만약 다시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새 원내대표는 전당대회까지 당 대표 직무대행을 해야 한다기각을 예상하더라도 가처분 결과조차 기다리지 못할 정도로 서두를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의원의 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 중진 의원 역시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대행체제가 된다그 상황까지 고려해 원내대표 선출을 감안해야 한다. 경선 일정을 가처분 심문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