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명용’ 특검·국조 반격 카드, 국민적 공감대와 거리 멀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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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 일각 “강대강 아닌 민생책에 집중해 중도 소구력 갖춰야”
- 법사위 통과부터 헌재 판결까지 난관 수두룩...실효성 ‘물음표’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과 영부인을 동시 조준, 배수진을 치며 퇴로 없는 직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회에서 과반의 입법 지분을 보유한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과 ‘대통령실 국정조사’를 당론으로 채택, 후반기 정기국회 핵심 의제로 추진하며 윤석열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아울러 현직 대통령과 국무위원 탄핵도 대여 공세용 카드로 남겨두고 있다. 이는 이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백현동·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기소 국면에 정면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대정부 공세는 사실상 ‘이재명 구하기’의 일환인 셈이다. 그러나 야당의 이 같은 극단적 수성 전략이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특검·국조·탄핵은 국회뿐만 아니라 거국적 동의가 요구되는 중대 사안이라는 점에서, 성사되지 않고 군불때기에 그칠 경우 민주당이 거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 침체 등으로 민생이 열악한 상황에서 정책적 현안과 무관한 민주당의 고강도 승부수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는 비판론에 직면할 수 있다. 임기 초 대통령 부부를 향한 야당의 집요한 공세가 국격을 실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 민주당이 집중해야 할 부분은 민생이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국조나 특검을 띄우며 정부와 대립각 세워서 거둘 수 있는 실익보다 리스크가 더욱 큰 상황. 지난 추석에도 국회를 향한 국민적 불신이 재확인되지 않았나. 방향 재설정이 필요하다.”

민주당 3선 의원이 지난 15일 본지 취재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국조·특검으로 일관된 집권 당정과의 극한 대치가 국면 전환 카드로 부적절하다는 자성의 메시지로 읽힌다. 

민주당, ‘특검·국조’ 전면전...실현가능성은 ‘물음표’ 

최근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검찰 기소된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윤 대통령에게도 있다며 검찰 맞고발 대응에 나섰다. 아울러 김 여사의 고가 장신구가 재산신고에서 누락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김건희 특검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의 주가조작·허위 경력·뇌물성 후원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제출로 이어졌다.

용산 대통령실도 민주당의 공세 대상이다.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서 불거진 공사업체 선정 특혜 의혹을 비롯해 대통령실 직원 ‘사적 채용’ 논란, 감사원의 정치감사 의혹 등이 국정조사 대상으로 지목된 상태다.

여기에 현직 국무위원 탄핵도 민주당의 정국 돌파 카드다. 현재 민주당에선 이 대표를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의 두 축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축출해야 한다는 논리가 팽배하다. ‘입법 취지와 무관한 시행령 강행으로 법체계를 유린했다’는 것이 민주당이 제기한 장관 탄핵론의 핵심 명분이다.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현 정부의 ‘사법계 투톱’ 장관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가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며 “나도 특검을 받겠다”고 ‘쌍특검’을 제안했지만 실효성은 ‘물음표’라는 평가다. 민주당이 169석 입법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특검·국조·탄핵이 현실화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 

당장 국회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다. 법사위 회의를 주재하는 여당 소속 위원장의 권한을 무시하고 다수당의 물리력으로 밀어붙일 경우, 국회선진화법 위배 등 절차적 정당성을 잃게 된다. 극단적으로 패스트트랙 국면까지 전개된다면 여의도 국회는 그야말로 파행 정국으로 치닫게 된다. 

현직 장관 탄핵도 민주당이 169석 지분을 활용해 탄핵소추안 단독 발의가 가능하지만 법사위 통과부터 쉽지 않은 데다, 헌법재판소라는 최종 관문까지 넘어야 한다. 실제로 역대 국회에서 현직 국무위원이 탄핵된 사례는 없다. 20대·21대 국회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가 발의된 바 있으나, 미표결로 폐기됐다. 

특검법의 경우에도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등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만큼, 물리적으로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게 중평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민주당이 특검법을 재상정하더라도 재적 의원의 2/3에 해당하는 200명의 동의가 있어야 본회의 의결이 이뤄진다. 사실상 특검법, 탄핵 모두 절차적으로도 시기적으로도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수준이다.    

野, ‘이재명·김혜경 리스크’ 덮어놓고 특검·국조?

민주당이 윤 대통령 부부를 상대로 사생결단 전면전을 선포했지만, 야권의 정신적 지주가 된 이재명 대표와 부인 김혜경 씨의 리스크 또한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민주당은 이재명·김혜경 부부에 대한 검·경 사정을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들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날 경우 사실 적시에 따른 사법부 판단에 ‘야당 핍박’ 논리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소신파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본지와의 취재에서 야당의 현 특검·국조·탄핵 기조와 관련,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덮기 위한 정치 수단으로 비춰질 수 있다”라며 “가뜩이나 시기적으로 민생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리당략에 치중한 대여 전략을 구사한다면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겠나”라고 의문을 표했다.

또 그는 “특검이든 국조든 국민적 여론이 수반돼야 가능한 일”이라며 “현실적으로 법사위 통과부터 헌재 인용까지 넘어야 할 문턱이 많은데 통과 여부도 불확실하다. 결국 무위로 돌아가면 민주당을 바라보는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당 초선 의원도 최근 발족한 ‘민생경제 위기 대책위원회(이하 민생대책위)’를 언급하며 “강대강 전술을 고집하기 보다는 지금은 민생대책위를 구심점으로 정책 현안을 다듬어 중도 민심 소구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며 “오히려 민생 개선 해법과 비전을 제시하는 쪽으로 기류를 만들어 간다면 굳이 우리 입으로 ‘정치탄압’, ‘야당탄압’을 외치지 않더라도 여론은 민주당에 기울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복병’ 만난 민주, 시대전환 조정훈의 일침  

‘김건희 특검법’이 국정 화두에 오른 가운데, 특검 반대 입장을 낸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에게 여의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캐스팅 보트’ 범야권 인사가 영부인 특검 기조에 반발하면서 민주당은 그야말로 ‘복병’을 맞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고 특검을 후반기 정기국회 핵심 과제로 설정하는 등 영부인 공세에 당력을 끌어 모으고 있다. 그러나 당내 회의론 등 범야권의 ‘내부 비판’이 가시화하면서 위기에 봉착한 모양새다. 

조 의원은 지난 15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못 박았다. 조 의원은 “추석 밥상에 올리기 위해서 급하게 169명의 도장을 받아서 추석 전에 발의를 했는데 추석 밥상에 대한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었다”라며 “어머님하고 따님도 정치 얘기 못 하는 대한민국 현실인데 오히려 더 자극적인 얘기를 한 게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실성이 없는 경로라는 것을 민주당도 잘 알고 있다. 만에 하나 제가 동의를 하더라도 국회에서 통과를 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어제 이진복 정무수석이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지 않느냐”라며 “결국은 과정에서의 소음을 노린, 소위 ‘노이즈 마케팅’이고 ‘정치쇼’”라고 일갈했다.  

민주당으로선 특검 추진에 있어 소수정당의 동의가 절실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범진보 정당으로 분류되는 시대전환인 만큼, 조 의원의 반대는 더욱 뼈아프다.      

당초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우회 처리한다는 방침도 검토한 바 있다. 패스트트랙은 국회 법사위원 총 18명 중 11명의 동의가 이뤄져야 가능한 만큼 조 의원이 사실상 키(Key)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가 특검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카드마저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

조 의원은 “국회에서 특검을 열 몇 차례 했지만 어떤 경우도 패스트트랙으로 한 적은 없다. 여야가 합의해서 특검을 추천해야 공정성이 담보가 되는 것인데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특검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은 굉장히 무리수”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민주당이 특검법 찬성 여론을 명분화한 데 대해선 “‘검수완박’은 반대가 65%였다”면서 “이 또한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편리하게 선택적으로 여론조사 숫자를 들먹이면서 저에게 ‘역사적 책임을 지라’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행위도 민주당의 ‘내로남불’적인 성향, 그리고 집단주의적 성향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회의론 부상

민주당 내부에서도 특검·국조 대응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계파색이 옅은 것으로 평가되는 민주당 이상민·조응천 의원이 대표적이다.

조 의원은 민주당의 특검 기조에 적극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현실적으로 특검이든 국조든 21대 국회에서 반영되기 쉽지 않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조 의원은 지난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더 무서워 보이는 법인데 이것을 꺼내버렸다”며 “무기로 말하면 핵무기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핵버튼을 누르면 안 되는데 계속 우리는 ‘핵버튼을 누르겠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반대 의사를 공고히 했다.

이 의원도 지난 14일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기 때문에 법사위 통과가 어렵고, 법사위 통과 방편으로 패스트트랙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조정훈 의원이 특검법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그 협조를 받을 수 없다”며 현실적이지 않다고 비관론을 폈다.

그러면서도 특검 자체에는 찬성한다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서슬퍼런 사정의 칼날에 비해서는 김건희씨와 윤 대통령에 대한 칼날은 너무 무디고 형평에 맞지 않아서 이를 묵과할 수 없다는 여론도 상당히 많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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