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순 現 시의장과 최윤길 前 시의장의 속내는

최윤길 전 성남시의장 역시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에서 서약서를 쓰고 당의 뜻을 거스르지 않기로 했으나 이를 어기고 의장에 출마해 민주당 의원들의 표를 얻어 당선됐다. 이후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민주당으로 거취를 옮긴 후, 임기를 마치고 화천대유 부회장에 취임했다.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40억 원 수뢰 혐의로 구속됐다 최근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최윤길 전 성남시의장 역시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에서 서약서를 쓰고 당의 뜻을 거스르지 않기로 했으나 이를 어기고 의장에 출마해 민주당 의원들의 표를 얻어 당선됐다. 이후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민주당으로 거취를 옮긴 후, 임기를 마치고 화천대유 부회장에 취임했다.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40억 원 수뢰 혐의로 구속됐다 최근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둘러싼 특혜·비리 의혹 등이 불거지며 전 국민적 관심을 집중시켰던 성남시가 의회구성을 앞두고 진행된 시의장 선출 과정에서 또 한 번 이목을 모으고 있다. 성남시의회 의장 선출 과정에서 국민의힘 소속 박광순 의원이 시의장에 선출됐으나, 국민의힘 측이 공식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며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 무슨 이유에선지 박광순 의원의 시의회의장 당선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지면서 최근 화천대유 관련 40억 원 수뢰혐의로 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최윤길 전 성남시의장이 선출되던 2012년이 재조명받고 있다. 

대장동 개발 둘러싼 비리·특혜 조사 나선 성남시 발목 잡는 성남시의회
박광순 의장과 최윤길 전 의장은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 어떤 관계있나

지난 7월8일 국민의힘 소속 성남시의원들로 구성된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성남시의장에 당선된 박광순 의원을 향해 공식적으로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광순 의원이 더불어민주당과 야합해 의장으로 선출됐다”라며 “12년 만에 얻은 시민들의 염원이 야욕을 품은 이탈자로 인해 물거품이 됐다”고 비판 이유를 밝혔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시의회를 꾸리기 위해 각 당이 공식 후보를 세우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성남시 의회였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역전을 이뤄냈다. 총 18명의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당선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수 16명에 비해 간발의 차로 승리를 거둔 것. 

박광순, 누구 위해 출마했나… ‘서약서’ 약속 어겨

시의회 구성을 위해 시의장 후보를 내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3선의 이덕수 의원을 후보로 결정짓고 박광순 의원을 포함한 전원이 동의했다. 그러나 실제 선거에 이르러 박광순 의원이 갑자기 출마 의사를 밝히며, 강상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덕수 의원, 그리고 박광순 의원가지 3파전 양상으로 치달았다.  

결국 3차 투표까지 가는 끝에 박광순 의원이 시의장에 당선됐다. 의문은 강상태 의원이 도중에 기권했다는데 있다. 상식적으로 18명 국민의힘 의원 간에 표가 나뉘면, 투표가 거듭될수록 16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이 동의할 경우 다수 득표자인 강상태 의원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결국 강상태 의원이 사임하면서, 최종적으로 이덕수 의원은 15표를 얻는데 그치고 박광순 의원이 18표를 득하며 시의장에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들로부터는 몰표를 받은 셈이다. 왜 강상태 의원은 중도 하차했을까. 더불어민주당은 왜 박광순 의원에게 표를 던졌을까. 그 이유를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덕수 의원에게 표를 던진 것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박광순 의원이 당선되자 국민의힘 협의회는 공식 자료를 내고, “국민의힘 협의회는 국민의힘 의장 후보(이덕수 의원)에 대해 불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하나로 모았다”라면서도 “그러나 12년 만에 얻은 시민들의 염원이 야욕을 품은 이탈자로 물거품이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이에 앞서 박광순 의원을 포함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명했던 서약서가 있었다. 서약서는 “민주당과 야합해 의장에 당선되더라도 사퇴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아울러 사임서까지 미리 작성해 뒀던 것. 하지만 박광순 의원은 서약서를 지키지도, 사임하지도 않았다. 왜 박광순 의원은 같은 당 소속 의원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으며 끝까지 시의장 자리를 사수했을까.

2012년 7월 최윤길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당론을 거스르고 서약서를 어겨 성남시의장에 당선됐다. 사진에서 2012년 11월 성남시의회 최윤길 의장을 비롯한 의장단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방문하고 있다. 이후 최윤길 의장은 이듬해 2월 이재명 시장이 제안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성공으로 이끌고 4월 당적을 민주당으로 옮겼다. [사진=성남시]
2012년 7월 최윤길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당론을 거스르고 서약서를 어겨 성남시의장에 당선됐다. 사진에서 2012년 11월 성남시의회 최윤길 의장을 비롯한 의장단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방문하고 있다. 이후 최윤길 의장은 이듬해 2월 이재명 시장이 제안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성공으로 이끌고 4월 당적을 민주당으로 옮겼다. [사진=성남시]

2022년 박광순 & 2012년 최윤길 행보 ‘판박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은수미 전 시장 체제 하에 있던 성남시가 12년 만에 신상진 시장이 당선되면서 국민의힘으로 넘어왔으나, 대장동 등 문제해결을 위한 행보는 지지부진하다. 신상진 시장이 “대장동 비리·특혜 의혹을 밝히고 12년간의 시정을 바로잡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시의회 등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가로막히는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이호승 전국철거민협의회 중앙회 상임대표는 일요서울에 “이런 일은 10년 전에도 있었다”라며 “최근 대장동 문제가 불거지면서 40억 수뢰 혐의로 구속됐던 화천대유 부회장인 최윤길 전 성남시의장의 선출 과정에서도 이와 똑같이 소속 당을 저버리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경기도 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이호승 대표는 2011년을 회상했다. 대장동 개발 이슈가 나오던 2011년 최윤길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가장 강력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고, ‘유동규 저격수’로도 불렸다. 2012년 시의회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측근들을 향해 “이재명 시장 측근, 캠프 및 인수위 활동한 사람들과 당선 전부터 현재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20여명 인물이 시설관리공단과 성남산업진흥재단 등 요소요소에 포진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던 2012년 그는 시의회 의장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다수당이었던 새누리당은 박권종 의원을 시의장 후보로 냈고, 당선을 확실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윤길 당시 의원이 약속을 어기고 출마하면서 14표를 얻은 박권종 의원을 누르고, 5표 많은 19표를 득하며 시의장에 선출된 것.

올해 7월과 유사하게 10년 전인 2012년 7월 당시 새누리당 의원협의회는 “당내 의장 후보 경선에 낙마한 최윤길 의원이 민주통합당과 야합해 의장에 선출됐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최윤길 의장은 “특정 정당의 의장이기보자 100만 성남시민의 의장이 되겠다”라며 1개월 뒤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그리고 이듬해 4월 민주당에 입당했고 2014년 7월을 끝으로 시의원직에서 물러났다. 

민주당 지역위원장 출신? 박광순 국민의힘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던 해로 대장동 개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던 시기다. 아울러 이재명 당시 시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에 민간이 합류할 수 있도록 SPC 설립을 지시했던 해이기도 하다. 최윤길 전 의원은 성남도개공과 공동출자해 SPC 성남의뜰을 설립한 화천대유 부회장을 맡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40억 원 수뢰혐의로 구속됐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호승 대표는 “현 시의장인 박광순 의원과 최윤길 전 시의장 사이에 공통점은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의 관계”라며 “박광순 의원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당선되면서, 민주당 분당 갑 지역위원장을 물려받았다”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아울러 “최윤길 전 의원이 변심해서 소속 당의 결정에 불복하고 시의장이 된 이후 성남도개공 설립에도 찬성했던 일이 있는데 지금의 박광순 의원 역시 동일한 투표 과정을 거쳐 시의장이 됐다”고 지적하면서도 “결국은 고향(이재명 전 시장 측)을 찾아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광순 의장은 3선이지만 비례로 당선돼 탈당을 하게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탄을 받으면서도 의장직을 끝까지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지난 7월21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1부 검사들이 박광순 의장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의장 선출 과정에서 박광순 의원이 현금이 든 봉투를 건냈다’는 고발장이 접수된 것.

이호승 대표는 “검찰 조사 후 법원으로 넘어가고 법을 어긴 것이 확인되더라도, 박광순 의원은 중간에 사퇴하지 않고 2심과 3심까지 가면서라도 끝까지 임기를 채워낼 것”이라며 “이재명 당시 시장의 계획대로 다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겠나. 성남시가 과거 자료를 찾아 시정을 바로 잡는 것은 정만 힘든 일”이라고 귀띔했다.

2010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취임을 위한 성남시민 행복위원회에서 이재명 (전)시장, 김미희 (전)위원장, 박광순 (현)성남시의회 의장이 함께 있는 모습. [사진=성남시]
2010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취임을 위한 성남시민 행복위원회에서 이재명 (전)시장, 김미희 (전)위원장, 박광순 (현)성남시의회 의장이 함께 있는 모습. [사진=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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