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법화’ 향한 피로도 최고조...이재명·김건희 ‘내부 손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좌), 김건희 여사(우)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좌), 김건희 여사(우) [뉴시스]

- 지리한 사법 정쟁에 민심 “차라리 쌍특검으로 다 털고 가야”      
- TK·PK, 영부인 리스크에 등 돌려...이재명 檢기소 여론 우세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최근 여야 사법 리스크의 양대 축을 맡고 있는 김건희 여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모두 특검에 임해 ‘털어야 할 것은 털고 가야한다’는 말들이 나온다. 여야 정치권이 리스크 공방에 몰두한 가운데, 부정 이슈를 과감히 털어내고 정부·국회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제3의 시각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가장 공정한 것이 특검이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와 김건희 여사를) 쌍특검에 보내고, 영수회담에서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는 경제·물가·외교 등 문제에 집중하는 게 옳다”고 했다. 일견 쌍특검을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 측 손을 교묘하게 들어줬다고도 볼 수 있으나, 민생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제한 만큼 결이 다른 메시지로 읽힌다. 정국의 블랙홀 이슈로 자리매김한 ‘이재명·김건희 리스크’가 지리한 정쟁 소재로 활용된 데 대한 피로감이 고점에 달한 상황이다. 여기에 여야 각 진영 내부에서도 사법 이슈 장기화에 대한 회의론이 분출하는 모양새다.

여의도 정당정치가 사법 이슈에 내맡겨진 ‘웃픈(웃기면서 슬픈)’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1일 시작된 후반기 정기국회도 여야 사법 리스크의 진위를 파헤치는 데 대부분 일정이 소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직 대통령 부인을 대상으로 더불어민주당이 ‘특검법’을 발의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고, 제1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검찰 기소됐다. 야당 대표의 부인도 수사선상에 올라와 있다. 여기에 야당이 이 대표와 동일한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하며 맞불을 놓은 상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도 법원 가처분 인용 여부에 따라 운명이 결정될 처지에 놓였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성 상납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도 여당 내홍의 흐름을 뒤바꿀 중대 변수로 지목된다. 

여야 지도부의 사법 공방도 점입가경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겨냥, “정치인 개인(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인질로 전락했다”며 “이재명 대표의 사당(私黨)”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또 그는 “민주당은 대선 경선, 올해 보궐선거, 그리고 당 대표 선거 등 정치인 이재명을 ‘손절’할 수 있는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찼다”며 “‘전쟁입니다’ 말 한마디에 정치적 옥쇄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맹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같은 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특검은 윤석열 정권의 도덕성 회복과 국정 정상화의 출발점”이라며 “여당은 민심을 거스르지 말고 김건희 여사 특검을 당장 수용하길 바란다”고 맞불을 놨다. 또 그는 “국민께서는 공정, 도덕성을 상실한 윤석열 정권의 독주에도 불편함이 컸다”라며 “정치보복이라는 단어가 없다던 정권이 대통령 배우자 의혹에는 '묻지마 무혐의'로 일관하고 전 정권 수사와 야당탄압에만 혈안”이라고 덧붙였다.

‘민생 뒷전’ 사법화 정치에 정계 신뢰로 ‘곤두박질’

국내 정치판의 사법화는 최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여야는 저마다 지난 추석 민심에 대해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작 실제 민심은 이와 다르다는 평가다. 

본지가 지난 9~12일 연휴 동안 추석 민심을 청취한 결과, 실물경제 위기 속에서 사법 리스크 대응이 최우선인 정치권을 향한 원성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반응 일색이었다. 본지 인터뷰에 응한 한 직장인 A씨는 “여야를 떠나서 사법 문제와 국정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김건희 여사와 이재명 대표 모두 특검을 통해 사법적 문제를 확실히 털어내고 가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했다. 

최근 연일 ‘김건희 특검’과 ‘이재명 검찰 기소’를 언급하고 있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메시지에서도 이같은 기류가 읽힌다.

박 전 원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의 생각은 이재명 기소 대 김건희 특검”이라며 “추석 밥상 화두는 경제난 및 고물가에 대한 탄식 불안, 대통령과 정치권에 대한 원망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YS 정권 초, 대대적인 사정으로 국민은 통쾌했고 정권 지지도는 90%를 상회했지만 경제를 등한시해 IMF 외환위기로 나라가 망했다”며 정부와 국회가 민생 최대 현안인 경제 위기 해소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그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로 미국 민주당 클린턴도 공화당 트럼프도 모두 대통령이 됐다”면서 “러시아는 유가상한제에 호응하는 국가에 석유, 천연가스, 심지어 곡물 수출도 허용치 않겠다고 하고,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우리의 완성형 전기자동차에 대한 보조금 불지급에 이어 반도체도 같은 대응을 하겠다고 한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박 전 원장은 추석 연휴 전인 지난 7~8일 MBC의 의뢰로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도 첨부했다. 해당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 특검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62.7%, ‘이재명 대표의 검찰 수사가 표적 수사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52.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박 전 원장은 현재 사정 정국을 바라보는 민심을 ‘이재명 기소 대 김건희 특검’으로 요약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법 리스크에 與野 없다...金특검·李기소 찬성 여론 우세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김 여사와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에 대한 여론이 대체로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와 뉴스토마토가 지난 15일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여사에 대한 평가가 ▲부정 64.0% ▲긍정 31.0% ▲보류 4.2%인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하고 있다’가 56.3%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긍정 평가는 31.0%에 그쳤다.

특히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마저도 48.1%가 부정적으로 응답했고 부산·울산·경남도 54.3%가 동일한 응답을 보였다. 같은 조사에서 진보 90.3%, 중도 62.4%, 보수 38.6%가 김건희 여사에 부정 평가를 내렸다. 5명 중 3~4명꼴로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정치 성향별 결과는 ▲보수 긍정 58.6%, 부정 38.6% ▲진보 긍정 8.3%, 부정 90.3% ▲중도 긍정 28.9%, 부정 62.4%다.

이 대표의 검찰 기소가 정당하다는 여론이 우세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3~14일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8.2%가 이 대표의 기소가 ‘정당하다’고 답했다. ‘부당하다’는 응답(43.9%)보다 4.3%포인트 높은 수치다.

민주당에 압도적으로 우호적인 호남(광주·전라)에서도 이 대표의 검찰 기소가 정당하다는 응답이 29.2%를 기록했다. 상기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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