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공소시효 만료와 증거 불충분으로 李 혐의 '불송치' 결론
與 비대위·윤리위, 존립 정당성과 징계 명분 훼손에 향배 '먹구름'
'이준석 제명' 물밑 타진한 親尹, 역풍 1순위...윤핵관 전철 밟나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4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4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성상납 의혹 및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 결론을 내렸다. 이에 이 전 대표와 전선을 사이에 두고 마주했던 친윤(친윤석열)계 등 여당에 전방위적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 전 대표의 성상납·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5년·7년) 만료, 증거 불충분으로 검찰 불송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및 무고 혐의에 대해선 수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전 대표는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로부터 성접대와 금품 등을 받고, 지난 2013년 11월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친윤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송치 결론이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라며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이 유사 범죄 행위들을 '1죄'로 한 데 묶는 개념의 '포괄 일죄'를 적용하지 않은 데다, 사건의 본질인 성상납·알선수재가 사실상 '무혐의' 처리된 만큼 증거인멸 교사 등 남은 혐의점도 유죄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게 중평이다. 

법무법인 '김앤장' 소속 한 변호사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경찰이 포괄 일죄 비적용 판단을 내린 데에는 증거 불충분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며 "법리적 인과관계를 따져봐도 (이준석 전 대표의) 성접대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무마하기 위한 증거인멸 시도가 입증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증거인멸 교사·무고 등 잔여 혐의에 대해서도 경찰이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경찰이 '전면 무혐의'로 결론을 내릴 경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와 중앙윤리위원회는 존립 정당성과 당 대표 징계 명분을 상실, 심각한 내상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준석 제명'을 거론했던 친윤에게 불어닥칠 역풍은 거셀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친윤 하방(下方)설'이 제기된다. 집권당 최일선에서 물러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찰 불송치 결정은 소위 친윤으로 불리는 인사들에게 뼈아픈 상황이 될 것"이라며 "불송치가 무혐의라고 볼 수 없다는 말장난을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게다가 거듭된 (권성동·정진석) '문자 사태'로 당 대표 찍어내기를 자인한 셈인데, 만약 윤리위 징계 사유였던 증거인멸 교사마저 무혐의로 결론난다면 당 안팎의 비판을 감당할 수 있겠나"라고 일갈했다.  

윤리위를 향한 당 안팎의 시선도 곱지 않다. 앞서 윤리위는 지난 7월 해당 의혹과 관련, 이 전 대표에게 '6개월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윤리위 징계 절차를 앞두고 여당 내부에선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분출했다. 그럼에도 윤리위는 속전속결로 현직 당 대표의 직무 정지를 의결하며 사안을 매듭지었다. 만약 이 전 대표의 징계 핵심 사유인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이 경찰의 후속 수사로 무혐의가 입증된다면, 유죄추정으로 당 대표를 급속 징계한 윤리위의 절차적 정당성과 중립성에 대한 의문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그간 정치권에선 윤리위의 이같은 판단에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과 친윤계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배후설이 끊이지 않았다. 다만 윤리위 측은 친윤과의 사전교감설에 대해 '윤핵관과 연계시키는 악의적 정치적 프레임'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윤리위는 이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당에 원색적 비난을 한 데 대해 '해당(害黨) 행위'라며 추가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경찰 불송치 처분이 윤리위 결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건이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를 둘러싼 사정 국면과 추가 징계안은 별개 사안으로, 윤리위가 수위 높은 추가 징계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진석 비대위는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오는 28일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직권정지 여부를 결정할 법원의 가처분(4차) 판결이 예정된 가운데,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스모킹 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 더군다나 정 비대위원장과 유상범 의원(전 윤리위원)이 이 전 대표의 '제명'을 놓고 사적으로 주고받은 문자가 파장을 낳으며 여론마저 좋지 않은 상황.

한편, 이 전 대표는 이날(20일) 경찰 '무혐의' 처분에 별다른 반응을 내보이진 않았다. 다만 그는 앞서 당 윤리위의 추가 징계 움직임 등에 대해 무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아울러 'UN(국제연합)' 제소 카드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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