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2029년까지 가덕신공항 완공해 부산 발전 견인할 것"
'국책' 가덕신공항 건립 사업, 특정 정치집단 전유물 될 수 없어
PK 정가·관가 "민주당發 정치 개입, 선심성 생색내기 힘 빠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2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회 대정부질문 4일차에 접어든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나홀로 민생'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169석 '이재명 사단'은 국회에서 연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화력을 집중하는 한편, 이 대표 본인은 지방을 돌며 민심과의 스킨십에만 전념하고 있다.    

'민생 일변도'로 자세를 낮추며 사정(査定) 국면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일각에선 여야 정쟁과 거리를 두면서 '사법 리스크'로 누적된 부정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물타기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 대표는 최근 정무적 메시지를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이다. 당론으로 추진 중인 '민생우선 7대 과제' 등 민생 현안과 관련, 윤석열 정부와 국부 대립하는 정도다. 아울러 최근 이 대표는 측근 의원들에게 "내 수사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당은 더이상 나서지 말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당화', '방탄용'과 같은 수식어를 털어내겠다는 의지다. 

한편, 이 대표와 민주당이 최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민생 코드'는 획기적 민생개선 해법 제시가 아닌 기존 공약이나 정책에 편승하는 차원의 '선심성' 행보라는 점에서 민심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가덕도 대항전망대에 설치된 비행기 모형에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익명의 글귀가 보인다. [정두현 기자, 일요서울DB]
가덕도 대항전망대에 설치된 비행기 모형에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익명의 글귀가 보인다. [정두현 기자, 일요서울DB]

'민생, 민생, 민생' PK 찾은 이재명, 가덕신공항 '생색내기'? 

이 대표는 지난 21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민주당이 주도해서 (특별법을) 통과시킨 가덕신공항을 반드시 2029년까지 완공해서 부산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부산을 해운산업의 메카로 만들어가는 일도 반드시 성취해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가와 관가에선 이를 두고 이 대표의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지난해 3월 특별법 제정으로 가덕신공항 사업을 착근, 구체화시켰다는 논리다.

가덕신공항은 애초에 정치 논리와 무관하게 제안된 동남권 지역발전 중장기 구상이다. 지방 관가에 따르면 PK(부산·경남) 신공항 도입은 1992~2002년 부산 도시기본계획의 일환으로 신공항 건립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것이 모체다.

이후 가덕신공항은 노무현 정부 '동남권 관문공항'→이명박 정부 '동남권 신공항'→박근혜 정부 '영남권 신공항'→문재인 정부 '가덕신공항 특별법 제정' 등 무려 20여 년의 변모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그간 선거철이면 여야가 PK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정치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이런 궤적만 봐도 가덕신공항 사업은 특정 정치집단의 전유물로 단정짓기 어려운 사안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가덕신공항 설립을 지난 3.9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으나, 가덕신공항을 윤석열 정부의 '고유 사업'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중평이다. 

그럼에도 가덕신공항 건설은 엄연히 현 정부가 주관하는 '국책' 사업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대표가 '2029년 신공항 완공'을 약속한 이날(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2030년 이전까지 가덕신공항을 완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 정부가 책정한 신공항 관련 예산은 약 120억 원이다.

지난 4월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가덕신공항 사업은 이미 국토부에서 공항 설계·공사를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한 상황이다. 국토부 '가덕도신공항추진본부'는 내년 8월 기본계획 수립 완료를 목표로 조기 완공 청사진을 그려가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도 시책 사업으로 가덕신공항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플로팅(수상 부유식) 공항' 건설을 위한 세부 방안 수립과 축조기술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결국 이 대표의 이날 가덕신공항 공약은 국책 사업을 '민주당 공약'으로 둔갑시킨 처세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부산시의회 소속 한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미 국책, 시책 사업으로 구체적 로드맵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 숟가락만 얹겠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질책하며 "다수당으로서 가덕신공항 건설을 '지원'하는 것과 사업의 '주체'가 되겠다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짚었다.

또 익명을 요구한 부산시 가덕신공항 전담부서 소속 한 관계자는 지난 21일 본지에 "가덕도 신공항 도입은 정부와 지자체가 긴밀 공조하고 있는 국가적 프로젝트"라며 "때마다 정치논리가 비집고 들어오는 터에 정작 현지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선 솔직히 힘 빠진다. 국회와 정당은 '입법 서포트(지원)'로 기능을 완수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이미 국책·시책으로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서 야당이 '사업 주체'인 것마냥 홍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벡스코에서 정작 지난 대선 때 공약했던 '산업은행 본점 지방 이전' 현안에 대해선 함구했다. 대선 당시 국책은행 지방 이전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제시된 여야 공통 공약이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현재 이와 관련해 입장 표명을 꺼리는 모습이다. 한국노총은 현재 산은 본점 이전을 반대하며 국책은행 지방 분산을 추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대치 중이다. 이 대표의 이같은 '침묵'은 민주당과 긴밀한 정책 공조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노총과 구태여 반목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처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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