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미숙한 언행, 한.일 정상만남 의미 잠식, 정교하고 프로페셔널한 대통령실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참석과 유엔총회 참석 등 국제외교 무대에 오를 때부터 야당은 이번에도 또 사고 칠 것이라며 예고하고 우려를 표명해왔다. 아니나 다를까 야당은 윤 대통령의 엘리자베스 2세 조문 일정 취소와 관련 외교 참사라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영국 왕실과의 사전 조율에 의한 일정이라며 야당의 소모적 정쟁으로 치부했지만 미국 뉴욕에서의 대통령의 한..일 정상 간 회담 일정을 놓고도 외교 참사공방은 더 크게 번지고 있다. 바이든과의 48초간의 스탠딩 환담과 기시다 일 총리와의 30분간의 약식 회담의 성격과 의미보다 윤 대통령이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한 말이 대통령 외교의 대미를 장식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으서는 지난 6월 나토 순방시 부인 김건희 여사의 보석 장신구 논란이 불거져 정작 대통령의 국제무대에서의 외교성과는 온데간데없이 쓰라린 김건희 리스크라는 말만 들었던 기억에 비추면 이번엔 자신의 외교 리스크로 상처가 더 깊게 파인 듯하다.

사실 통상 개인 간의 조문이든 국가 정상들의 조문이든 고인 참배상주 인사까지 해야만 제대로 된 조문이라 볼 때 여하튼 조문의 완결성은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상주 만나고 조문록 작성에 장례 미사 참석까지 한 만큼 야당의 외교 참사 지적은 억울할 만도 할 것이지만, 일국의 대통령 외교 일정이 차질은 빚게 된 것만큼은 대통령실과 외교 라인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은 없어야 한다.

조문외교 차질보다 사실 이번 정상외교의 하이라이트는 유엔총회 연설과 한..일 정상회담 일정이였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바이든과의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한국 전기차 문제에 강한 어필을 하려 했을 것이고 수년간 단절된 한.일 정상 만남도 우여곡절 끝에 비록 30분이지만 관계 정상화에 공감했다는 정상 간 의지를 확인한 것은 나름 성과이다.

바이든과의 아쉬운 짧은 만남과 다소 조급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성사된 기시다 총리와의 약식 회담도 양국 정상 간의 일정과 상대국 내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한다면 크게 이상한 일만은 아니다. 특히 한.일관계 정상화는 어느 정권이나 필요 불가결한 최대 외교 현안이기에 이번 만남은 서로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기에 그 자체만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문제는 정상외교의 본질과 의미조차 뒤덮게 한 윤 대통령의 너무나 격의 없고 소탈한(?) 막말이 국제무대에서도 위력을 발휘해 윤 대통령 스스로가 취약하고 세련되지 못하고 미숙한 외교 행보를 보여준 데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런 논란 배경을 두고 윤 대통령이 여전히 검사 시절 범죄 수사 행태와 상명하복의 조직 생활이 몸에 베여 시중에서 쓰는 말들을 여전히 떨쳐버리지 못하고 때와 장소를 가림없이 하는 거친 언행들이 결국 국격대통령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원죄로 지목하기도 한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말대로 대통령 처음 해보는 것이라모든 게 어설프고 미숙할 수는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대통령의 말과 행동 규범이 있다. 그만큼 미치는 파급력이 지대하기에 정교하고 세련되어야 함이 절대적이다. 국민이 윤 대통령의 미숙함과 어설픈 언행을 대통령 처음 해보는 것이라는 말처럼 솔직하지만 위태위태한 행보를 언제까지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이 다소 미숙하면 대통령실과 정부라도 유능하고 프로페셔널해야 한다. 정상외교의 본질은 사라지고 씁쓸한 뒤끝만 남기는 윤 대통령의 외교무대를 보면서 새삼 느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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