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의 9.19 평양공동선언과 9.19 군사합의 4주년을 하루 앞둔 9월18일 서면 축사를 발표했다. 그는 이 축사에서 남북합의서들에 대해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7.4 공동성명(1972년), 남북기본합의서(1991년), 6.15 선언(2000년), 10.4 선언(2007년), 판문점 선언(2018년)과 군사합의서(20018년) 등을 언급하며 남북이 “역지사지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만들어진 역사적 합의”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북한은 7.4 공동성명 후 50년이 지나도록 남북합의서들을 한 번도 “존중하고 이행”하지 않았다. 북한이 존중하지 않은 이유는 명백하다. 모든 합의나 성명들을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게 아니라 오직 적화통일 수단으로 이용코자 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7.4 공동성명의 자주*평화*민족 3대 원칙이 주한미군 철수를 명시한 것이라며 미군 철수 주장을 정당화하는데 이용했다. 북한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자유화 조치로 동구 공산국들이 붕괴되자 거기에 겁먹고 체제 붕괴 예방적 차원에서 남한과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에 관한 합의서’를 서둘렀다. 하지만 북한은 동구권 외의 다른 공산국들이 해체되지 않자 남북합의서를 휴지통에 처박았다.

그런가 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친북성향의 김대중 대통령으로 부터 현금 4억5천만 달러를 뇌물로 받고 정상회담에 호응했다. 김대중*김정일은 6.15 선언에서 남북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고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해결’하며 김정일의 서울 답방 등을 명시했다. 그러나 김은 6.15 선언에 준거,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를 빼갔으면서도 김 대통령의 거듭된 김의 서울 답방 간청은 거부했다. 김대중은 닭 쫓던 개 모양이 되고 말았다. 친북 노무현 대통령도 김정일과의 만남을 위해 집권 5년 내내 김 비위 맞추기에 매달렸다. 노 정권은 “김정일 2중대‘로 폄훼되기도 했다. 김은 노무현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돈을 뜯어내려 했다. 김은 노무현을 임기 반년 남겨두고 만나주었다. 10.4 선언에서 노무현은 북한에 14조3000억원에 달하는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을 약속했다.

한편 김정일의 아들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다른 차원에서 이용코자 했다. 문재인을 환대해서 미국의 대북제재를 해체하는데 앞장 세우고자 했다. 김은 2018년 9월 평양회담 땐 문 대통령 내외와 함께 백두산 정상까지 올라가 다정한 친구처럼 문재인 손을 잡고 치켜올렸는가 하면,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 15만 군중을 몰아넣고 노 대통령에게 연설토록 하는 등 각별히 환대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김이 바라던 대로 미국의 대북제재를 풀어주지 못했다. 김은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에서도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자 문재인을 쓸모없는 존재로 간주, 환대에서 박대로 돌아섰다. 그 후 북한은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발언에 대해 “삶은 소대가리도 웃을 일” “더 이상 상종 않겠다”는 등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김대중은 재임 시절 북한이 핵을 포기했다며 북이 핵을 개발하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노무현은 북핵을 자위수단이라고 했다. 문재인은 김정일이 핵을 내려놓고 경제발전에 전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했다. 그러나 북은 핵폭탄을 수십 개 만들었고 지난 9월8일엔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상황에 따라 핵에 의한 선제공격을 가능토록 법제화 했다. 친북 대통령들의 북핵 옹호발언들은 그들이 우리 국민을 기망했음을 실증한다. 남북합의서들은 “역지사지하며 만들어진 역사적 합의”가 아니다. 돈 주고 샀거나 퍼주겠다는 약속, 또는 북의 요구대로 끌려간 굴종적 문서들이다. 그런데도 문 전 대통령은 합의서 존중을 요구했다. 염치없고 뻔뻔스럽다. 삶은 소대가리도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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