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左병호 右상준’, 尹정부 음지 사정 이끄는 그림자 실세 등극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뉴시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윤석열 정부가 소위 ‘죽은 권력 사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검·경을 비롯해 국가정보원·감사원 등 감찰·사정기관들이 기민하게 움직이면서, 문재인 정부를 향한 전방위적 압박이 한창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공언했던 ‘전 정부 적폐 청산’ 의지가 현실화한 모양새다. 현 정권의 사정 주축은 검·경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이 밖에도 윤석열 정부의 사정 정국을 2선에서 주도하는 ‘그림자 실세’들이 존재한다. 이른바 한동훈·이상민 장관과 더불어 ‘사정 트로이카’로 불리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윤 대통령의 ‘서초동 핵심 라인’인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이다. 최근 정가와 관가에서 두 사람이 심심찮게 ‘좌병호 우상준’으로 거론될 정도다. 현 정부의 사정 기조를 음지에서 수행하는 거물급 인사들이다. 한편, 후반기 정기국회에 돌입한 여야는 국정 주도권을 놓고 샅바싸움이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전 정권을 겨냥한 이들 권력기관의 대대적 사정 칼날이 중앙 정치권의 패권 구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관건이다. 

국정원과 감사원은 국가 최고 권력기관으로 손꼽힌다. 국가 기밀 등 국내외 대외비 정보를 관리하고, 공공부문 감찰을 시행하는 등 그야말로 압도적 권력을 행사하는 기관들이다. 다만 정권이 바뀔 때면 적폐 청산 0순위로 지목되며 가장 먼저 ‘인사 칼바람’이 부는 곳도 국정원과 감사원이다. 정치권력 사유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일각에선 ‘비운의 조직’으로 불리기도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국가기관들의 이러한 정치 동조화 현상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 적폐 털기’로 국면 반전을 꾀하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와 더불어민주당의 파상 공세를 극복하며 국정 모멘텀을 가져가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에 국정원, 감사원도 용산발(發) 사정 대열에 합류, 문재인 정부를 정조준하고 나선 것.

감사원은 이른바 현 정부의 ‘그림자 실세’이자 돌격장 스타일로 알려진 유병호 사무총장을 주축으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 핵심 과제였던 ‘문제인 케어’, 신재생에너지 사업, 탈(脫)원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에 대한 고강도 감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향후 전 정부를 향한 감사망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정원도 지난 7월 6일 서해 공무원 피살 및 탈북어민 강제 북송 문제 등 대북 이슈와 관련, 서훈·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검찰 고발하며 사실상 ‘반문(反文)’ 기조를 굳혔다. 이는 윤 대통령의 검찰 라인 핵심인 국정원 조상준 기조실장의 작품이라는 후문이다. 그는 정권 교체 직후 국정원 2인자 자리인 기조실장 포지션으로 영전하자 즉각 내부 인사를 단행하며 ‘친윤(친윤석열) 코드’를 구축한 인물로도 알려졌다.

현 정부의 ‘문 정부 때리기’는 검·경이 앞에서 수사·기소전을 펼치고 감사원·국정원이 사전 조사로 뒤를 받치며 재료를 제공하는 구조로 요약된다. 즉, 감사원과 국정원이 ‘사정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셈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에서 좌천됐다가 권력기관 2인자로 영전하며 실세로 급부상한 유 사무총장과 조 기조실장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 

여야 정치권에선 이들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여권에선 적폐 청산에 앞장선 ‘사정(司正) 기수’로 치켜세우는 반면, 야권에선 ‘정권 부역자’라며 국가기관의 중립성 훼손을 강력하게 비판한다. 

감사원 실세 유병호, 文정부 좌천에서 차관급 영전까지  

유병호 사무총장은 감사원 안팎에서 일명 ‘저승사자’, ‘사냥개’ 등으로 불린다. 지독한 원칙주의자에 한 번 감사 표적에 들어온 대상은 먼지 털 듯 ‘탈곡기 감사’를 진행해서라도 실적을 낸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감사원 한직으로 좌천됐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차관급인 사무총장으로 급속 영전하는 등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이력을 보유한 인물이다. 유 총장은 제38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원리·원칙에 따른 철저한 일처리로 두각을 나타내며 감사원 내부에서 빠르게 신임을 얻었다는 평가다. 

유 총장은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성역 없는 감사로 직진 행보를 보였다. 감사원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측근들의 우려와 만류에도 “감사를 누구 눈치 봐가면서 하나”라며 ‘현재 권력’을 겨냥한 감사에도 거침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행정감사 제1국장이었을 당시 2019년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의 ‘고용 세습 비리’ 의혹을 밝혀내며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경고장을 보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박 시장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전면 부정하는 처사였던 만큼, 여권 반발이 이는 등 정치권 파장도 상당했다. 당시 관가 안팎에선 ‘유병호 좌천설’이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이후 유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역린’으로 평가되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감사를 주도하면서 중대 변곡점을 맞았다.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의 혐의를 추적해 검찰로 이첩하자, 문재인 정부로부터 ‘괘씸죄’가 적용돼 감사부 선임 국장급에서 비(非)감사 직인 심의실장으로 좌천된 것. 당시 유 총장은 주변 인사들에게 ‘보복성 인사’라며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 총장의 시련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이후 ‘탈원전 소신 감사’로 윤 대통령의 시선을 끌면서 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정무사법행정 분과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데 이어, 지난 6월 감사원 2인자인 사무총장으로 발탁되면서 감사 업무로 전격 복귀했다.  

감사원 최고 실세로 화려한 복귀식을 치른 유 총장은 ‘적폐 규명’을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고강도 감사를 공공연히 시사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7월 감사원은 ▲문재인 케어 ▲코로나19 백신 수급 ▲공수처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등 공공기관장(문재인 정부) 등에 대한 감사 착수를 공식화했다.

특히 권익위의 경우 내부 제보가 있었던 만큼, 감사 일정을 이달 말까지 연장하고 추가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 위원장의 출퇴근 시간 확인부터 주변 지인들에 대한 광범위한 참고인 조사까지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고강도 감사가 이어지자, 이정희 권익위 부위원장이 “주변 사람들까지 압박하는 신상털기식 감사로 명예와 자존심이 손상됐다”며 자진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 이에 권익위 안팎에선 유 총장발 사정 칼날에 부당함을 표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감사원 ‘표적감사’ 도 넘었다” 野 감사원법 개정으로 맞불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대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감사원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며 감사원의 행보를 전 정부를 겨냥한 표적 감사로 규정, 정부‧여당의 수족이 됐다며 맹폭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현재 ‘감사원법 개정’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그러나 넘어야 할 관문이 산재한 실정이다. 헌법재판소가 감사원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본 것.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에 따르면 헌재는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 기관이라는 점을 명시한 헌법 제97조를 들어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하에 두도록 한 헌법 규정(제97조)에 비춰 볼 때 대통령의 임용권을 삭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의견서를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신정훈 의원 등 60명이 지난 14일 공동 발의한 ‘감사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감사원의 핵심 기능은 행정부 활동을 감시하는 일이므로 독립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감사원 인사권을 기존 대통령에서 기관장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헌재가 이를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민주당이 발의한 이번 개정안에는 ‘감사원은 특별감찰 시 감찰계획서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해 승인을 얻도록 하고, 감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헌재는 이에 대해서도 “감사원의 과도한 권한 남용과 정치적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헌법 체계를 파괴하고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상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결국 민주당이 발의한 감사원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헌재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정원 조상준 기조실장 [뉴시스]
국정원 조상준 기조실장 [뉴시스]

尹대통령과 ‘호형호제’ 조상준, 국정원 체질 변화 앞장 

국정원 조상준 기조실장도 윤석열 정부의 숨은 실세다. 그는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한동훈 법무장관과 함께 ‘서초동계 투톱’으로 분류되는 만큼, 용산 대통령실의 각별한 총애를 받고 있다는 게 관가 정설이다.  

실제로 조 실장은 윤 대통령과도 과거 호형호제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다. 서울고검 차장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는 지난 2006년 ‘론스타’ 수사로 돈독한 관계를 맺었다. 이에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었던 2019년 대검 형사부장으로 임명된 바도 있다. 다만 그 이듬해에 추미애 법무부와 검찰 간 충돌이 격화하면서, 이내 서울고검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조 실장은 윤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와도 인연이 있다. 추미애 법무부의 좌천 인사에 사직서를 내고 변호사로 전향,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변호를 맡기도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신임이 그만큼 두텁다는 방증이다.

이후 조 실장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난 6월 국정원의 2인자인 기조실장으로 발탁됐다. 이에 야권에선 문재인 정부의 대북 기조를 겨냥한 ‘표적 인사’라며 반발 기류가 일기도 했다. 야권의 우려는 현실화했다. 조 실장이 취임한지 불과 한 달 만인 지난 7월 국정원은 서훈·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실상 전 정권을 향해 포문을 연 셈이다. 당시 정가와 관가에선 국정원의 이같은 조치가 조 실장의 작품이라는 후문이 파다했다.  

국정원은 또 최근 내부 조직 개편 급물살이 일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된 1급 간부들이 모두 퇴직한 데 이어, 같은 시기에 좌천됐던 인사들은 대거 고위 간부로 내부 승진했다. 이 역시도 국정원 고위 간부급 라인을 친윤으로 교체하려는 조 실장의 구상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 개편으로 국정원이 ‘탈북어민 강제 북송’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내사에 착수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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