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막말' 논란에 정면돌파..."사실과 다른 보도, 동맹 훼손"
與 "'왜곡 보도' MBC에 전면 대응...野 악의적 외교 폄훼"
野 "외교성과 전무한 외교 망신 참사"...박진 해임안 발의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일정 중 발생한 '비속어 논란'을 놓고 정치권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야당에선 '외교 참사'라며 윤 대통령의 빈손 외교와 국격 실추를 문제 삼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과 여당은 MBC의 왜곡 보도와 그에 따른 정치적 프레임 공세로 한미 외교 노선과 국익을 훼손했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여파는 국정감사,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 중대 일정을 앞둔 후반기 정기국회를 관통할 전망이다. 여야가 저마다 '민생정당'을 자임하며 대립각을 세운 가운데, 이번 논란이 여야 '강 대 강' 대립을 부추기는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외교 성과와 발언의 부적절성을 파헤치며 정부와 여당을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맞선 국민의힘은 논란이 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한 MBC를 국정감사에서 집중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왜곡 보도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야당과의 '정·언 유착'을 면밀히 따져보겠다는 것. 여당은 논란의 영상이 최초 보도되기 전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에게 공유됐다며, MBC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공세 소재를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때 아닌 '국민 듣기평가'

윤 대통령은 유엔(UN)총회 참석 및 각국 정상회담을 위한 5박7일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일정을 소화하고 지난 24일 귀국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행사장을 나서면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나눈 대화가 MBC 방송 카메라에 포착, 보도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지난 22일 MBC는 윤 대통령이 당시 박 장관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한 것으로 자막 처리해 보도했다. MBC 유튜브 영상 제목도 이와 같다. 이는 맥락상 윤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 의회를 겨냥한 발언으로 인식될 소지가 크다.     

이에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돼 있다"며 "예산 심의권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야당이 이 같은 기조를 꺾고 국제사회를 향한 최소한의 책임 이행을 거부하면 나라의 면이 서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 약속한 글로벌펀드 기여금 1억 달러에 대한 예산 심의권을 국회가 쥐고 있는 만큼, 절대 다수당인 야당이 거부할 것을 우려한 취지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도 이와 관련, 2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직접 "사실과 다른 보도로 (한미) 동맹을 훼손하는 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그와 관련한 나머지 얘기들은 먼저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해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해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여야 갈등 기폭제 된 '尹 막말' 논란
野 "빈손·막말 외교, 국제적 망신살"
與 "프레임으로 정쟁화, 외교 폄훼"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외교 성과와 비속어 논란에 대한 진위를 놓고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이번 해외 순방을 '빈손·막말 외교'로 규정, '국제적 망신'이라며 비판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야당이 윤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폄훼하고 '외교 참사'라는 억지 프레임을 정쟁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고 맞불을 놨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6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해명에 대해 "윤 대통령이 약식 문답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건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것이라는 기막힌 발언을 했다"며 "사실과 다른 보도이고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는 둥 진실을 은폐하고 언론을 겁박하는 적반하장식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상외교의 목적도 전략도 성과도 전무한 국제 외교 망신 참사"라고 맹폭하며 이번 논란의 책임을 물어 대통령실 외교라인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박진 외교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발의를 예고한 상황.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한 MBC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한편, 민주당이 악의적으로 윤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깎아내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외교를 평가절하한 데 대해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폄훼"라며 한미 정상 간 '48초 환담'에 대해선 "유엔총회에 무려 193개국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이 정식 양자회담을 한 곳은 영국과 필리핀뿐이며, 약식회동한 국가도 우리나라와 일본, 프랑스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대통령 해외 순방 논란은 '외교 참사'가 아닌 (민주당의 악의적 프레임 공세로 생긴) '정치 참사'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여당은 민주당의 정치 공세에 적극 반박하며 윤 대통령을 엄호하면서도 MBC에 대해선 '전면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주 원내대표는 "항의 방문과 경위 해명 요구 등 우리 당이 할 수 있는 여러 조치를 하겠다"며 "순방 보도에서 최초로 대통령의 비속어 프레임을 씌운 MBC는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기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논란되는 부분은 자막 같은 정보 없이 들을 때 단어가 매우 부정확하게 전달돼 전문가들도 어떤 말인지 확정하지 못하고 다른 쪽에서는 그 내용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면서 "한미동맹을 해치고 국민 안전과 생명을 해할 보도를 무책임하게, 제대로 사실 확인조차 없이, 확인 전까지 보도 자제 요청이 있었음에도 왜곡해서 자막을 입혀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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