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시중은행장 증인 채택 봇물...정부-기업 '신경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사전점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사전점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오는 10월 5일부터 진행되는 2022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가 기업인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하고 있다. 특히 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세우겠다는 상임위도 있어 해당 기업들이 노심초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대외협력 관계자는 본지와의 만남에서 "여의도에 모든 신경이 쏠리고 있다"며 "모 상임위로부터 총수의 증인 채택 요구가 있었던 만큼 해당 위원들이 어떠한 질문을 할지 파악하려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총수를 세우고 망신주기라도 할까 우려스럽다"는 걱정도 했다. 

- 4대 그룹 총수 전원출석 가능성도

국회와 재계에 따르면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4대그룹 총수를 부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산자위 국감서는 정탁 포스코 사장,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황갑용 한국 LPG배관망 사업단장, 전근식 한일현대시멘트 대표이사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애초 국민의힘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피해와 관련해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최종 명단에는 빠진 것으로 알려진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증인 채택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사장급 출석으로 변경된 것으로 알려진다.

5대 시중은행장도 정무위 국감장에 설 예정이다. 정무위는 지난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재근 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권준학 농협은행장 등 5대 시중은행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을 의결했다.

증인으로 채택된 5대 시중은행장은 다음 달 11일 금융감독원 대상 국감에 자리할 예정이다. 5대 시중은행장이 모두 참석하는 정무위 국감은 처음이다. 정무위는 행장들에게 10조 원을 넘긴 것으로 알려진 이상 외화송금과 관련한 내부통제 문제 등을 질의할 것으로 보인다.

- "일단 부르자"...피로 호소하는 기업인들

문제는 올해 국감에서도 여야가 경쟁하듯 주요 기업인을 증인으로 부르려는 시도를 계속하면서 정책 검증보다 망신 주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과거 국감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총수를 불러 해당 기업의 사업 및 본질적 문제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묻고 답하는 자리라면 총수들도 참석해 속 시원히 해명하려는 게 요즘 추세다. 하지만 회사 내 사업 쟁점이 아닌 오너 일가의 비난 및 망신주기식이 될 것을 우려해 참석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총수도 분명 있다"고 했다. 

정치권도 이를 의식하듯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상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26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국감을 앞두고 한 상임위에서는 기업인 증인 신청이 100여 명에 달하기도 했다”며 “(기업인에 대한) 습관성 호출, 망신 주기용 증인 채택은 자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에 따르면 17대 국회에서 기업인 증인 채택은 연평균 52명이었지만 18대 국회 77명, 19대 국회 125명, 20대 국회 159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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