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자주 언론사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 중 하나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문장이다. 당시 여야 유력한 두 후보는 상대후보를 비롯해 그의 가족들을 겨냥해 집중 공략했다. 이재명 후보는 김건희 리스크’, ‘장모 리스크를 공격했고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리스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십자포화를 했다. 윤석열 후보도 가만히 당하지만 않았다. ‘형수 욕설파문’, ‘김혜경 법카 게이트’, ‘아들 도박 의혹을 제기하면서 역시 가족을 건드렸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배경이다.

그런데 대선이 끝난 지 6개월이 다 됐지만 비호감 정치는 현재 진행중이다. 이런 식이다.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중 비속어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측은 형수욕설 파문을 거론하면서 비아냥거린다. 이재명 당 대표가 불의를 운운하면 국힘측은 범법자가 할 소린 아니라고 무시한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국힘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증인채택하겠다고 하자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를 증인 채택하겠다고 엄포를 논다. 실현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 망신주기식 공격과 대응이 계속되고 있다.

여의도 한 인사는 윤정부가 위기에 처할때마다 이재명 대표를 공격해 국면전환을 한다면서 이재명이 없었으면 어쩔뻔 했냐라는 말이 나올정도다. 혹자는 집권여당에서 이재명 대표를 온갖 생채기만 내고 차기 대선까지 끌고가 망신창이 후보로 만들어 재집권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냉소적인 시각도 있다. 아이러니하게 서로 살기위해 공생하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라는 것이다.

이런 배경이 무엇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 필자가 짐작하는 바는 이렇다. 거목 3김 시대를 지나 팬클럽을 보유한 스타성 정치인 ...文(노이박문)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점이다. 친노.친이.친박.친문 계파별 색채가 엷어지고 그 자리를 측근정치, 가족정치가 대신하는 새로운 상의 두 리더가 나타면서 가족과 측근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망신주기와 모욕이 난무하게 된 게 아닌지 의심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지난해 730일날 입당해 7개월만에 대통령직에 올랐다. 친윤계라고 말할정도로 세를 불릴 시간도 없었다. 그래선 나온 말이 윤핵관(윤통핵심관계자)이다. 통상 핵심관계자는 측근 내지 참모들을 말하는 것이다. 뱃지급 이상 정치인이나 당 원로들한테 윤핵관이라는 칭호를 쓰진 않는다. 언론에서도 최측근 의원, 복심, 핵심이라는 단어를 쓰지 관계자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이준석 전 대표가 윤 대통령 측근그룹을 폄훼하기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조어지만 이 역시 당내부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 결국 당내 세도 없고 믿을 만한 인사도 없고 게다가 여의도 정치에 대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갖는 윤 대통령이 믿을 수 있는 것은 가족과 같이 일한 검찰청 사람들, 그리고 관료순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윤 대통령이 측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지난 대통령실 솎아내기 할 때 무풍지대로 만들면서 확실하게 보여줬다.

이 대표도 마찬가지다. 비주류중의 비주류로서 오직 능력하나 믿고 살아온 사람이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자리를 모두 자력으로 거머쥐고 그 과정에서 접한 측근.참모가 최대의 자산이다. 특히나 한번 믿으면 끝까지 챙겨주는스타일에 그립형인사들을 좋아하는 이 대표 역시 빚도 없는 정치인들을 좋아할 이유가 딱히 없다. 실제로 민주당 168명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 시절 범친문이 다수였다. 그 가운데서 이 대표가 이재명계로 부를 수 있는 인사들은 고작해야 중앙대 출신 의원이 다다. 계파로 부르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이렇다보니 지난 휴대폰 문자 유출사건 당시 전쟁문자를 보낸 김현지 보좌관이나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의원실과 당대표실을 좌지우지한다는 말이 나온다. “전쟁입니다라는 평까지 내놓은 김 보좌관은 단순 참모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보낸 이름만 없었다면 국회의원이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문자다. 그녀는 성남시장부터 20년 넘게 이 대표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인사다. 정진상 실장 역시 마찬가지다. 이 둘이 있으니 민평련 출신 천준호 대표 비서실장이나 5선의 조정식 사무총장이 주목받을 세가 없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렇듯 많이 닮았다. 서로 죽자 사자 싸우지만 둘 중하나가 사라지면 존재감이 없어질 것을 두려워할 것 같다. 그러나 두 사람이 치고받는 사이 민생은 실종되고 외교는 악화되고 국민은 피곤할뿐이다. 이제는 관련 의혹을 사법부 판단에 맡겨둬야 한다. 더 이상 정쟁의 도구로, 국면전환용으로 삼아선 안된다. 5년은 훅 간다. 그 사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의 후유증으로 한명은 역대급 비호감 대통령으로 또 다른 한명은 역대급 박빙차로 연패한 대통령 후보로 남을 수 있다. 두 인사는 대한민국 정치를 대표하는 여야 정치인이다, 지금이라도 상대방에 대한 적의는 버리고 선의를 갖고 민생에 올인해주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