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사옥 이전 반대' vs 원안대로...속 터지는 주민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 본사 이전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서울시가 SH공사를 중랑구 신내동으로 이전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지만 수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사업 진행 소식이 더뎌 지역민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이 공염불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노조 "신사옥 건립사업 경제적ㆍ재무적 타당성 확보되지 않았다" 주장
- 지역민 "공터로 이용, 언제쯤 개발될지 몰라"...오 시장 공약 이행 촉구


서울시는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강북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9월을 기점으로 SH공사는 중랑구 신내2지구로 이전하는 작업이 본격 추진된다. 하지만 이번 이전 작업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터파기 공사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 잡음 커지는 SH공사 본사 이전

본지가 지난달 27일 공사 예정 부지를 찾았을 때는 'SH공사 건립 예정 부지'라는 선간판과 '중랑구 제2예방접종센터 개소로 인한 주차면적 부족 사유로 관용차량 주차장으로 이용된다'라는 내용의 안내문만이 붙은 채 출입문이 닫혀 있었다.

상봉동 인근 대도로에는 '오세훈 시장이 약속한 SH본사 이전 반드시 책임져라 - 상봉2동 주민자치위원회'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주변인들의 시선을 모았다. 신사옥 예정 부지 인근에서 만난 주민은 "아파트 단지가 주변에 있고 건너편에는 새로 입주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는데 이곳만큼은 여전히 공사 진행 소식이 들리지 않고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며 "공사가 진행되기를 바라는 주민들이 많다"라고 했다. 

앞서 민병주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장(국민의힘)은 지난달 21일 SH공사 주요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중랑구로 조속히 사옥을 이전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민 위원장은 김헌동 SH공사 사장에게 "업무보고에 앞서 SH공사 본사 이전 예정지인 신내1동, 망우본동의 지역주민 대표로서 이전 추진의지를 묻고자 한다"며 "2019년 8월 본사 이전 발표를 시작으로 이전협약 체결, 작년 7월에는 지방공기업평가원의 타당성 검토까지 완료했음에도 추진이 안 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항의했다.

하루 뒤인 22일 박승진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중랑3)은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의 중랑구 이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의원은 주택균형개발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자리서 박승진 의원은 “SH공사 본사 이전이 계속 지연된다면 이는 강남북 균형발전이라는 서울시민의 합의는 물론 서울시 정책의 당위성과 행정의 일관성 및 신뢰성을 서울시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오 시장은 공사 이전과 세종문화회관 분관 건설에 대한 공약이행의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조속히 세부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렇다면 오 시장 취임 공약이었던 이 사업의 공사가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 SH공사 노조 등은 사옥 이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는 것으로 알려진다. 노조는 지난해 8월 성명서를 통해 “지방공기업평가원이 진행한 SH공사의 신사옥 건립사업 타당성검토 결과, 경제적ㆍ재무적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라며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어 “멀쩡한 사옥(개포동)을 두고 시민 접근성마저 철저히 무시한 채, 천문학적인 비용을 추가 투입하면서 사옥을 옮기려는 작태가 과연 제정신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의 반대는 지금도 여전하다.

- 캐스팅보트는 오세훈 시장에게...

이처럼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SH공사 이전 작업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SH공사 본사 이전에 대한 캐스팅보트는 결국 오세훈 시장이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민 위원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중랑구 공약사항으로 'SH공사 신속 이전을 통한 신내·망우동 균형발전 촉진'을 제시했다"고 상기시키고 "SH공사는 주요 업무 보고자료 어디에도 이전에 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며 공사의 사옥 이전 추진 의지 결여 문제를 지적했다.

민 위원장은 끝으로 "지난 19일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오세훈 시장은 SH공사 이전과 관련해 의지를 갖추고 조속하게 추진되도록 독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오 시장은 조속히 사옥을 이전해 달라는 지역주민의 절규에 응답하라"고 요구했다.

박승진 위원은 “오 시장은  SH공사 이전을 방관하지 말고 공사의 투자심사위원회와 이사회 의결을 조속히 마무리 지어 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SH공사의 중랑구 이전은 강남북 균형발전이라는 기치 아래 지난 2019년 8월 본사 이전 방침에 따라 시작됐다. 2020년 11월 ‘중랑구 서울주택도시공사 이전 및 촉진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어 행정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된 바 있다.

또한, 같은 해 12월 해당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하고 학교시설을 폐지하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이 수정가결 됐고, 지난해 7월 지방공기업평가원의 사업 타당성 검토가 완료됐다. 더 나아가 올해 4월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 중랑구 이전 협약 이행 촉구 결의안’이 통과된 바 있다. 하지만 2021년 오세훈 시장이 취임하고 난 뒤 SH공사 이전은 진행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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