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컨트롤타워 ‘미전실’ 부활?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삼성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부활 정황이 알려지면서 재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전실이 부활하면 국정농단 사태로 폐지된 이후 5여 년 만이다. 오는 11월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취임이 임박한 상황에서 미전실이 부활하면 그 역할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방대해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돈다.

- 계열사 사장단 2년 만에 한자리에 모여...미전실 해체 후 처음
- 11월 이 부회장 회장 승진 앞두고 열려 더 주목...부활 신호탄?


지난 9월 27일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들이 모였다. 삼성과 재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삼성생명 등 계열사 사장 40여 명은 경기도 용인 인재개발원에 모여 최근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전자 계열사 사장들이 종종 모임을 했지만 금융 계열사 사장까지 모인 건 2년 만이며 1주일에 한 번꼴로 열리던 정례회의 기준으로는 2017년 이래 5년 만이다. 또한, 이날 사장단 모임 직후 이재용 부회장과 오찬을 함께하며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장단 모임 후 이 부회장과 오찬...의미 부여되나 

이에 재계는 이번 사장단 모임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오는 11월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임박설이 주목되고 있는데다 사면복권 후 한 달 만에 주요 계열사 사장단회의가 진행됐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 행보가 본격화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이번 회의를 계기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전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서는 미전실 해체 후 계열사 자율경영을 표방 중이지만 컨트롤 타워 부재론이 고개 들기도 했던 만큼 이번이 재건의 기회로 삼을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아울러 지난 8월에는 SNS상에서 미전실 부활 소문이 유포됐다. 이 부회장이 조만간 삼성 신경영2(가칭)를 발표할 예정이며 이 내용에는 미전실이 공식 조직으로 신설될 것이란 내용이었다.

특히 미전실 부활을 앞두고 삼성전자가 각 계열사를 중심으로 미전실 합류인력을 구성 중이며 기존 삼성 외 각 계열사 전략과 타사 대관 멤버 중심 2배수 인력을 작성하고 있다는 소문도 담겼다.  

앞서 삼성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 부회장이 구속된 것을 계기로 미전실 폐지를 결정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2016년 12월 국회 청문회에 나서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미전실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삼성은 2017년 2월 28일 미전실 폐지를 결정과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 전환 등을 골자로 하는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미전실은 과거 비서실(1959~1998년), 구조조정본부(1998~2006년), 전략기획실(2006~2008년) 등을 거친 총수 직속 조직이자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핵심 조직이었다. 그룹의 사업방향을 결정하고 주요 인수·합병 등에 관여하는 등 오늘날의 삼성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만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해 불법·편법을 주도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 과거 미전실 부담, 유사 형태 조직 필요성 나오기도

한편 컨트롤타워 재건과 관련해 ‘윤리경영 파수꾼’을 자임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할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미전실 복귀 논란에 대해 "근거없는 소문이며, 사실무근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에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낭설이 퍼진 적이 많았던 만큼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다만 재계에서는 이번 소문이 사실과 다를지라도 미전실 부활과 대규모 조직개편 등 큰 틀에서 삼성전자의 변화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본다. 59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올해 예상 매출액이 400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에서 그룹 전체를 총괄할 조직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더욱이 빅4'로 평가받는 SK그룹과 현대차그룹 그리고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가 있는 만큼 필요성은 누구보다 공감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미전실 형태의 조직에 대해서는 삼성 내에서도 필요성과 부당성이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며 "조직을 추스르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의 결단만이 남은 게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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