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혜수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 1년도 안돼 온갖 구설로 몸살을 겪고 있다. 야권에서는 스멀스멀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완수 불가론, 퇴진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탄핵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아질수록 이 같은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역풍을 우려하는 분위기 때문에 야권에서 대세를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생각에 잠긴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생각에 잠긴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점차 강해지는 야권의 윤대통령 퇴진’ ‘탄핵론
야권선 ‘2004년 탄핵 역풍다시 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정치권 안팎에선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가 득표율 0.73%포인트 차이로 승부가 갈리면서 보수 대 진보의 진영 대결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여야는 사사건건 충돌하며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은 조용할 날이 없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둘러싼 잡음,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더해 윤 대통령은 여러 가지 발언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윤 대통령의 최근 해외 순방 기간 있었던 비속어 논란이 대표적이다.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 일각에서까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대응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통령실발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20~30%대로 추락했다. 이 틈을 파고들어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임기 완수 불가론, 혹은 퇴진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 같은 주장은 윤 대통령 당선 이후부터 조금씩 거론되기 시작하다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탄핵가능성까지 조금씩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민주당 퇴진·탄핵론아슬아슬한 외줄타기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7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김건희 여사 논란과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출신 기용 등을 비판한 뒤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측근 비리는 정권뿐 아니라 나라의 불행까지 초래한다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의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시킨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고 탄핵을 언급한 바 있다.

김민석 의원도 같은 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주요 의제에 대해 정치적 타협을 끌어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에 대해 심리적 탄핵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지난달 8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을 무시하고 과거 정치적 문법과 신공안시대로 돌이키려고 하는 것은 반드시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임기가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도 지난달 1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추석 민심을 전하며 심지어 이러다가 (윤 대통령이) 임기는 다 채우겠냐는 이야기도 하셨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후에는 현직 국회의원으로부터 직접적으로 퇴진론탄핵이 언급됐다. 강경파인 김용민 의원은 14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인터뷰에서 이렇게 집회가 지속되고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거짓들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하면 점점 그 수는 불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바라볼 때 임계치가 확 넘어버리면 사퇴를 바라거나 아니면 말씀하신 헌법상 정해진 탄핵절차로 가거나 둘 중에 하나밖에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없는 상황까지 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저는 특히나 다음 번 총선이 임박해지는 내년 여름 이후, 가을 정도면 그런 분위기들은 훨씬 더 가시화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총선이 임박했을 때 국민의힘 쪽에서도 총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라고 하면 대통령 퇴진론이 그 당내에서도 나올 수 있다고 저는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8윤석열 퇴진 촛불집회에서도 우리가 함께 행동해 윤석열 정부가 끝까지 5년을 채우지 못하게 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빨리 퇴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여러분이 뽑은 대통령을 여러분이 다시 물러나게 할 수 있다. 결국 여러분의 거대한 물결에 정치권이 합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민석 의원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민주당 일각에서 김용민 의원의 용기를 폄하하며 잘못됐다고 한다. 저는 진정 이것이 잘못된 태도라고 지적한다비정상의 정상화, 불공정의 공정화, 몰상식의 상식화를 위해 국민이 저항하는 자리에 함께 선 김용민 의원을 함부로 비난하지 마시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비난을 멈추고 광장으로 나가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들고 국민들의 외침을 들어야 한다시민들은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김 의원처럼 용기 있는 정치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국감이 끝나면 저도 광장으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성 지지층도 이 같은 목소리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에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촛불대행진을 진행하고 있는 촛불전환시민행동도 분위기 조성에 일조하고 있다. 촛불행동은 오는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김건희 특검과 윤석열 퇴진을 위한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을 개최할 예정이다.

촛불전환행동 등 단체 회원들이 서울 세종대로에서 정권 비판 집회를 하고 있다. 2022.10.01. 뉴시스
촛불전환행동 등 단체 회원들이 서울 세종대로에서 정권 비판 집회를 하고 있다. 2022.10.01. 뉴시스

김용민 퇴진론’ ‘탄핵발언, “분란 키워야 되느냐

그러나 야권 일각에서는 퇴진론, 탄핵론과 같은 강경론이 비등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지금의 야권에게 두 번이나 정국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는 기회를 안겨줬다.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은 지난 2004312일 국회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의 저지를 뚫고 새천년민주당과 한나라당, 자유민주연합의 주도하에 통과됐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형성되면서 거센 탄핵 역풍이 불었다. 이로 인해 열린우리당은 41517대 총선에서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514일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민주당은 또 20173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청구에 관한 인용 결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당하면서 2017519대 대선 승리를 통해 정권을 잡았다.

이 같은 기억을 갖고 있는 민주당 강경파는 윤 대통령 퇴진과 탄핵을 언급하며 윤석열 정권과 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4년 탄핵 역풍을 잊지 않고 있는 신중론파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윤 대통령 퇴진이나 탄핵을 언급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로 봤을 때 중도층 민심 이반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같은 민심 흐름을 민주당이 모두 흡수하지는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음에도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압도하고 있지는 못하다.

현 시점에서 퇴진론이나 탄핵론을 섣불리 꺼내들었다가 보수층 결집과 중도층 이탈만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와 다수 의원들은 퇴진론이나 탄핵론에 동조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 13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인터뷰에서 김용민 의원의 발언에 대해 헌법이나 실정법 위반 등 근거 없이 탄핵론을 제기하는 것은 진영 갈라치기라며 정말 할 일이 많고 할 말이 많은 정기국회, 특히 국감 시기에 꼭 이런 얘기를 해서 분란을 키워야 되느냐고 비판했다.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지난 11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김용민 의원의 발언과 관련 불행한 일이지만 그런 탄핵이 생긴다면 그것도 국민이 결정할 일이지 민주당이나 국회의원이 이러쿵저러쿵할 일이 아니다라며 윤석열 정부는 이제 시작이고 지탄도 받았지만 임기가 남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잘 되고 지지율이 올라야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이 잘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힘, “탄핵 반헌법적 망동..총선에서 심판받을 것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대통령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공식 추도식에서 노 전 대통령의 생전의 모습이 대형스크린 그려지고 있다. 2020.05.23. 뉴시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대통령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공식 추도식에서 노 전 대통령의 생전의 모습이 대형스크린 그려지고 있다. 2020.05.23. 뉴시스

한편 국민의힘은 김용민 의원이 윤 대통령의 퇴진과 탄핵을 언급한 것에 대해 대선 불복의 망발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단순히 여론조사 지지율이 낮다고 해서 정책 수행에 대한 반대 여론이 있다고 해서 대통령을 탄핵할 수는 없다그런데 임기 개시 5개월밖에 안 된 대통령에게 탄핵 운운이라니, 이는 정권을 획책하고 싶은 심사만 가득한 반헌법적 발상이며 대선 불복의 망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이 또다시 탄핵을 거론하며 국회가 아닌 거리에서 선동에 나서고, 그리고 민주당이 김 의원의 반헌법적 망동을 방기한다면 국민이 다음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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