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미 기조 굳힐 경우 '3불(不)' 카드 내세워 한국 압박 가능성
국제사회 도태 우려해 서방 압박 완화 도모하며 '온건책' 펼 수도

윤석열 대통령(좌), 재집권에 성공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우)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좌), 재집권에 성공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우)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재선출되며 3연임을 확정지었다. 아울러 시 주석의 파워그룹 4인방으로 지목되는 일명 '시자쥔(習家軍)'이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회(최고 지도부)를 장악하면서 사실상 '시진핑 친정 체제'의 퍼즐이 완성됐다.  

정치권에선 시진핑호 공산당이 서방과의 현 냉전 기류에 더욱 힘을 실으며 저항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과, 서방의 외교 압박에 대한 출구 전략을 도모할 수 있다는 관측이 교차한다. 시 주석의 재집권이 한-중 관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도 중대 관심사다. 

외교가에선 시 주석이 현 집권 체제를 더욱 굳히기 위해 보다 공격적인 대(對)서방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6일 당대회 개막식에서 "모든 형태의 패권주의와 냉전식 사고, 외부 세력의 다른 나라 내정에 대한 간섭, 이중잣대를 반대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제사회 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이에 대한 저항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침략에 대해서도 우호적 스탠스를 취하며 중-러 연대전선을 꾸려 서방에 공동 대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동북아를 긴장시키고 있는 북한도 시 주석의 재집권에 즉각 '대환영' 입장을 표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23일) 시 주석의 재선출에 '열렬한 축하'를 보내며 "끄떡없이 사회주의를 핵으로 하는 두 나라 사이"라고 사회주의 국가 간 연대 강화를 강조했다.

이렇듯 시 주석이 반미 기조를 확고히 할 경우 한·미·일 군사동맹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이른바 '3불'(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의 미사일방어 시스템 참여 불가,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카드 등으로 한국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친중 외교'를 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한미관계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중국과의 크고 작은 마찰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현 정부는 중국의 신장위구르 인권 침해에 대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토론하는 방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등 외교적 이해관계를 달리한 바 있다.

반면 일각에선 서방이 중국을 향한 '직접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시 주석이 중국의 내부 불안과 국제사회 도태를 우려해 노선을 바꿔 '온건 외교'를 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방의 중국향 압박 완화를 도모하며 공급망을 확보하는 등 내실을 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시 주석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외형상 중립 노선을 취하며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전향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시 주석의 국정을 보좌할 신임 지도부로 리창 현 상하이 서기, 자오러지 현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왕후닝 현 중앙서기처 서기, 차이치 베이징 서기,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 리시 광둥성 서기가 선출됐다. 이들은 '시진핑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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