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라 키우기

의원님, 말씀하시기 전에 제가 기회를 드릴게요.”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소위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하려 할 때, 한동훈 장관이 한 말이다. 이 경고에도 불구하고 김의겸은 첼로녀의 일방적인 얘기가 담긴 녹취록을 튼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이렇게 시작됐다. 민주당이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3류 유튜브 채널과 협업해 근거 없는 낭설을 제기한 김의겸을 징계 조치했을 것이다. 그래야 민주당이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를 하는 집단이 아니게 되니까. 민주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다음 날, 장경태 최고위원은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 녹취록을 틀더니 이렇게 말한다. “한동훈 장관, 윤석열 대통령과 술자리 했습니까?”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여기에 합류했다. “사실이라면 제2의 국정농단에 해당할 만큼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당에서 한자리 하는 이들이 황당한 의혹제기에 편승한 것, 심지어 진상조사를 위한 태스크포스 (TF) 팀을 구성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으니, 오마이뉴스가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를 쓴 것도 무리가 아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 확전, 이젠 민주당 대 한동훈’. 그 이후 각종 시사프로에 나온 민주당 패널들은 곤욕을 치러야 했다. ‘민주당 당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애써 변명해 봤자, ‘정책위의장과 최고의원이 합세했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추궁에 대꾸할 말이 없었으니까. 기껏 한다는 답변이 한동훈 장관이 저렇게까지 화를 내면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냐가 고작이었다. 1113,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나왔다. “경찰은....해당 의혹이 허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이라도 사과하는 게 좋을 것 같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는 중이다.

#2. 참사의 정치적 이용

유가족과 접촉을 하든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전체 희생자 명단, 사진, 프로필을 확보해서 당 차원의 발표와 함께 추모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시급하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연구원 부원장 이연희가 문진석 의원에게 보낸 메시지다. 여기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국회에서 문자를 확인하다 기자의 카메라에 찍혀 물의를 빚은 게 한두 번이 아닌데, 저런 민감한 문자를 들켰다는 게 첫 번째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민주당이 전 국민의 비극이라 할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났다는 것, 여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문진석은 시중에 이런 의견이 있다는 얘기이라며 해당 제안은 도의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당사자에게) 전달했다고 둘러댔다. 여기서 그만뒀다면 좋았을 테지만, 그 뒤의 전개는 이와는 반대로 흘러갔다. 민주당 의원들이 참여한 단톡방에서 희생자 전체 명단과 사진, 프로필 애틋한 사연들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명단공개 거부는 의도적인 축소 은폐시도라는 메시지가 오가더니, 강경파의 최일선에 있는 최민희가 선봉에 섰다. “찝찝하다. 희생자 이름과 나이를 알고 영정 앞에서 진짜 조문, 애도하고 싶다.” 급기야 이재명 대표가 나섰다. “고인의 영정 앞에 그의 이름을 불러드리는 것이 패륜이냐?” 우여곡절 끝에 명단이 공개됐지만, 민주당을 보는 시각은 싸늘 그 자체다. 희생자들을 진심으로 애도하기보단, 참사의 정치적 이용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줘서다. 지금 경찰은 명단공개에 민주당이 관여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란다.

#3. 영부인 흠집잡기

정부가 하는 일을 비판하는 것은 야당의 주 임무, 하지만 외교에 있어서는 비판 기준이 더 엄격해야 한다. 비판의 기준이 국익이 돼야 한다는 것, 그런데 취임 후 몇 차례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대한 야당의 비판은 이와는 동떨어져 보인다. 더 심각한 일은 그 비판이 영부인에게 집중된다는 점, 김건희 여사가 바이든과 팔짱을 낀 게 야당 의원들이 나서서 지적할 일인지 의문이며, 현지 언론에 큼지막하게 소개된 여사의 병원 방문을 빈곤 포르노 화보라고 헐뜯는 건 그저 황당하다. 그러다 보니 양산에서 편히 쉬어야 할 김정숙 여사가 걸핏하면 소환돼 고초를 겪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묻는다. 이런 게 정녕 제1야당이 해야 할 일이냐고. 민주당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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