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도국에서의 인도주의적 일정까지 정치공격 대상은 무리수

말도 많고 탈도 많이 생기는 정상외교 후일담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또 불거졌다.

윤 대통령 내외가 G20 정상회담과 동남아시아 순방 중 부인 김건희 여사의 프놈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아동 집을 찾아가 안고 찍은 사진 한 장이 정치 공방의 대상이다.

김건희 여사 역시 외국 순방 때마다 일거수일투족이 야당과 언론의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이번 정치 공방의 대상은의상이나액세서리도 아닌 대통령 부인의 인도주의적 일정, 공적 일정을빈곤 포르노(poverty porn)’ 화보라는 자극적인 용어로 표현하여 공격했기에 파장이 더욱 커졌다. 발언 당사자인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젊은 정치인이자 최고위원인 당 지도부이기도 하다.

그만큼 발언의 무게가 있기에 여당의 반발과 대응도 어느 때보다 거칠고 강도가 높다. ‘빈곤 포로노(poverty porn)’라는 개념이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적절하게 타인의 가난과 비참함을 재현하는 방식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과연 대통령 부인의 공개된 공식 일정, 빈곤과 병마에 시달리는 제3세계 국가에서 힘든 생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안고 찍은 사진을 놓고 빈곤 포르노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 때문에 우선 표현의 적절성이 문제이다.

일개 자선단체나 유명 연예인이 구호단체의 홍보를 위해 비참한 모습의 아동과 함께 찍은 사진도 아닌 대통령 부인의 공식 일정 속의 공개된 인도주의적 일정인 만큼 구호의 목적과 함께 국가 이미지에도 목적을 뒀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 부인의 이미지를 위해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의 얼굴까지 공개하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비판과 의문을 제기 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 부인의 공식 일정을 놓고 포르노라는 자극적, 선정적 용어가 들어간 표현까지 동원해 공격한 데에는 대다수 국민이 쉽게 공감하긴 어려울 것이다.

장의원은 사전에 있고 학술적 용어라 주장하지만 사람의 언어 중에 사전에 있는 말이라고 모든 게 정당하거나 적합한 것은 아니다. 이 역시 적재적소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 대의기관인 국회의원에겐 정치인에 적합한 언어가 있는 법이다. 하기야 요즘 정치판에 품격있는 언어 구사를 기대한다는 자체가 허망한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홍보성 사진과 화보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게 정치인들이고 자신의 얼굴과 이름 석자 알리는 데에는 이골이 난 사람들이다. 정치권에선 우스갯소리로 정치인들은 언론에 부고(訃告) 빼놓곤 뭐든지 다 나오는 게 좋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가끔 오버해서 참사나 재난 현장에서도 기념촬영을 하여 비난받는 정치인도 있을 정도가 아닌가.

대통령 부인도 비판의 성역은 절대 될 순 없다. 더구나 국익을 위해 나선 외국 순방 외교 일정이 단순히 사적 이미지와 홍보성 이벤트가 목적이었다면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프놈펜에서의 대통령 부인의 인도주의적 공식 일정 속 사진 한 장을 놓고 포르노라는 합성어가 들어갈 정도의 저급한 표현으로 비판한다면, 그 정치인은 향후 어떤 사진을 찍더라도 정치 포르노화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 울 수 없을 것이다.

개도국 캄보디아 프놈펜의 14살 심장질환 아이의 애절한 모습에 주목하기보단 대통령 부인의 빈곤포르노라며 비판한 정치인의 모습에서 참으로 빈곤한 상상력과 표현력만 절감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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