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1월11일 동남아시아 외교순방 길에 오르면서 MBC 출입기자단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했다. 거부 이유로는 MBC의 왜곡·편파·자막 조작 등을 들었다. 대통령실은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된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MBC는 자막 조작, 우방국과의 갈등 조장 시도, 대역(代役) 임을 고지하지 않은 왜곡 편파 방송”을 하면서도 “어떠한 시정 조치도 않은 상태”라고 적시했다. 그러나 MBC는 “비판언론에 대한 보복이자 새로운 형태의 언론탄압”이라고 반발했다. 한국기자협회 등 8개 언론단체들도 공동성명을 내고 ‘헌법이 규정한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언론자유 침해”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취재의 자유가 있다면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며 정부의 전용기 탑승 거부 조치를 옹호했다. 이어 그는 “경남 지사 시절 편향 왜곡된 방송을 하던 경남 모방송사를 1년 이상 도청 기자실 부스를 빼버리고 취재거부를 한 일이 있었다”고 환기시켰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MBC는 “숫한 왜곡, 편파 방송 등을 시정하고 재발을 방지해달라는 요청을 일관되게 묵살해왔다”며 “정부가 고심 끝에 MBC에 응답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배 의원은 “2018년 가을 문재인 정부가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단 출발 한 시간 전 조선일보의 탈북 출신 기자를 정부 풀 취재단에서 배제하라고 일방 통보했다”며 그게 “명백한 언론 통제”리고 지적했다. 또한 MBC의 비 민주노총 계열인 제3노조는 “최근 MBC 보도는 권력 비판이 아니라 왜곡과 선동에 가까웠다”며 “언론은 본모습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언론 자유를 주장할 자격이 있다”고 했다.

MBC 전용기 탑승 거부 문제는 언론 자유와 언론의 책무, 둘로 갈라진다. 언론 자유만 강조할 때 언론단체들의 주장대로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다. 하지만 언론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책무인 언론의 기본윤리 측면에서 볼 땐 홍준표, 배현진, MBC 제3노조의 주장대로 언론 탄압이 아니라 일탈에 대한 경고 조치이다. MBC가 “숫한 왜곡, 편파 방송”에 대한 시정과 재발방지 “요청을 일관되게 묵살해왔다”면 분명히 공적 기관인 언론이 지켜야 할 윤리적 책무 위반이다. 같은 MBC 소속 언론인들인 제23노조 지적대로 “권력 비판이 아니라 왜곡과 선동”이어선 안 된다. MBC는 마땅히 일탈에 대해 자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왜곡과 선동”이 지속된다면 언론은 사회의 목탁이 아니라 흉기로 변할 수 있다. 

필자는 동아일보 논설위원으로 13년을 근무하면서 글을 쓸 때마다 가장 신경을 곤두세웠던 게 있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는 강박감이었다. 마감시간이 박두해서도 편향적이지 않고 객관적이어야 하며 정확한 사실에 바탕해야 한다면서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MBC는 자막 조작과 왜곡 편파 방송을 반복했고 그에 대한 시정 요구도 묵살했다고 한다. 언론으로서 윤리 책임을 저버린 것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날카롭고 직설적으로 질문하는 짐 아코스타 CNN 백악관 출입기자의 출입증을 박탈했다. 그에 맞서 CNN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 승리했다. 당시 언론계는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헌법적인 권리를 지지한다”며 CNN을 옹호했다. 하지만 CNN과 MBC 경우는 다르다. 백악관의 CNN 기자 출입증 박탈은 트럼프에게 던진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질문태도 탓이었는데 반해, MBC의 전용기 탑승 박탈은 왜곡 편파 방송과 자막 조작 때문이었다는 데서 “헌법적인 권리”와는 무관하다. 언론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윤리의 일탈 문제였다.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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