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민단체 "스스로 연임 포기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구현모 KT 대표가 최근 연임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 뒷말이 무성하다.

KT새노조는 성명을 통해 "지금껏 정치자금법위반, 횡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구 대표 연임이 매우 부적절하다"라는 뜻을 재차 내놨다. 그러면서 이사회가 심사숙고해 구 대표의 연임불가 결정을 내려 줄 것을 간곡히 촉구했다.  

- ‘쪼개기 후원’으로 재판 중인 구 대표 연임 여부 엄격히 판단해야
- KT새노조 "이사회의 불가 결정 기대"...주주 반대 의결권 행사해야


KT에 따르면 지난 8일 구 대표가 연임 의사를 밝혔다. KT이사회는 관련 규정에 따라 구 대표에 대한 연임 우선 심사를 진행한다. 이를 심사하기 위해 대표이사 후보 심사위원회도 구성했다. 심사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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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정관에 따르면 내년 정기 주주총회 최소 3개월 전인 12월에는 차기 대표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대표이사후보 심사위원회는 사내이사 1인(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및 사외이사 8인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  KT에 더는 부담 주지 말고 임기 끝내야

구 대표의 연임 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경제시민단체와 KT새노조는 연임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KT새노조는 "(이사회는) 국민기업이라는 KT 위상에 걸맞은 기준을 갖고 구 대표의 연임을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 대표는 여러 사건으로 회사에 손해와 리스크를 초래한 끝에 현재 재판을 받고 있고 미증권거래위로부터는 과징금 75억여 원을 부과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의 공범들은 이미 횡령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재판에서 징역형이 선고되기도 했다"며 "회삿돈을 빼돌리고 정치자금을 무차별 살포한 범법행위에 연루되어 횡령 사범으로 재판을 받는 자가 자신의 소유 기업도 아닌 소위 국민기업의 대표로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 이제 이사회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연임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구 대표를 포함한 KT 임직원들은 국회의원들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 등 부적절한 방법으로 정치후원금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는 미국 SEC가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KT를 조사했던 주요 사안 중 하나였고, KT는 올해 초 SEC와 350만 달러의 과태료ㆍ280만 달러의 추징금을 내기로 합의해 사건을 종결한 바 있다.

KT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이 사건의 공범 중 한명인 박종욱의 사내이사 선임을 시도했다가 시장의 거센 비판을 받았고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정하자 박 전 이사는 후보직에서 자진해서 사퇴한바 있다.

또,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은 이 사건으로 먼저 기소된 KT 전직 임원 4명 모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횡령의 유죄를 인정하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경영성적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구 대표 취임 이후 재무적 실적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사내에서는 여러 이견이 있다.

KT새노조는 "탈통신, 디지코 전략이 지속 가능한지도 이사회에서 자세히 검증되어야 한다"며 "1000억이 넘는 엡실론 인수, 현대로보틱스 500억 투자 등이 내부에서 실패한 투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부산발 전국인터넷 중단 사건 등으로 통신 맏형으로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린 책임도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KT새노조는 "(구 대표의) 명약관화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이사회가 구 대표의 연임을 결정한다면, 그에 따른 모든 리스크는 사외이사 전원이 구 대표와 함께 연대책임 질 것을 결의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며 "이는 곧 CEO 리스크가 KT 기업지배구조의 리스크로 비화할 것이라는 점에서 노조는 이사회의 신중한 리스크 관리를 당부드리고자 한다"고 했다

같은 날 경제개혁연대도 성명을 내고 구 대표 연임과 관련한 우려의 뜻을 재차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KT 이사회가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 중인 구 대표이사의 사임이 아닌, 연임 절차를 개시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구 대표는 스스로 연임 의사를 포기함으로써 회사에 더 이상의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내부 관계자는 본지에 "임단협과 관련해서도 신입 직원들의 연봉 인상율 발표로 외부에서는 많은 돈을 주는 것처럼 보이게 했지만, 현재 근무 중인 직원의 인상률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외부 이미지만 신경을 쓰는 구 대표에 대한 내부 직원의 불신은 상당하다"라고 밝혔다. 

-  안건 상정된다면, 주주들은 반대 의결권 행사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KT 내부적으로 구 대표이사의 연임을 추진하게 된다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와 주주들이 나설 수밖에 없음을 시사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KT의 지분 10.77%를 보유한 대주주이며(2022년 10월 31일 기준), 6월 말 기준 KT의 소액주주 비율은 62.63%이다. 국민연금은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에 대해 반대하도록 지침으로 정하고 있다. 

동일한 사유로, 내년에 구 대표이사 연임 안건이 상정될 경우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라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다른 기관투자자들과 일반주주들 역시 불법에 연루되어 재판이 진행 중인 대표이사의 재선임 안건에 흔쾌히 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시 한 번 구 대표이사와 KT 이사회는, 회사와 주주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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