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국민의힘 차기 당권경쟁이 오리무중으로 접어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의 불명예 퇴진 이후 우여곡절 끝에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켰다. 다만 비대위는 한시적인 임시기구다. 202422대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정통성을 갖춘 지도부 구성이 절실하다. 내년 상반기로 관측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압도적인 대세론을 형성한 후보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후보들은 정중동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태원참사의 후폭풍은 물론 내년도 예산안과 주요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의 혈투가 한창이라는 점에서 아직은 관망 기류가 대부분이다. 여야가 예산전쟁을 치르는 마당에 당권장악에 욕심을 내다가는 오히려 역풍이 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적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주요 현안에 대해 보다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전략적 발걸음은 여전하다. 국민의힘 차기 전대를 둘러싼 유력 후보들의 당권 경쟁속으로 들어가보자.

윤상현 의원이 권영세 통일부장관에게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상현 의원이 권영세 통일부장관에게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기국회종료 내년 3월 개최 유력속 당권 레이스 점화
- 유승민 '불안한' 1위 레이스 속 나경원·안철수 추격구도
- 권영세 출마 안갯속, 친윤 단일화에 한동훈 차출설 맞불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는 22대 총선 공천과 관련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이 때문에 친윤계는 물론 비윤계의 물밑 주도권 다툼은 뜨겁다. 대략적인 전대 구도는 친윤계와 비윤계의 혈투다. 여론조사와 인지도 면에서는 비윤계 주자들이 압도적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유승민 전 의원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선두권을 다투고 있다. 이어 안철수 의원이 양강 체제를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분류된다. 친윤계에서는 권영세 통일부장관, 4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과 원내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 등이 자천타천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최대 변수중 하나는 윤심(尹心),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다. 만일 친윤 후보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전대 구도는 뿌리째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승민 독주속 나경원·안철수 잰걸음치열한 물밑 신경전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와 지방선거 압승에도 불구하고 기형적인 지도체제를 유지해왔다. 이준석 전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내홍이 수개월간 지속됐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의 혼란과 공백은 윤석열정부 초창기 최대 리스크 요인이었다. 현 상황을 종합하면 국민의힘 차기 당권경쟁은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부위원장, 안철수 의원의 3강 구도다. 친윤계 후보들이 10% 미만의 낮은 지지율에 시달리는 것과는 달리 막강한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앞서가고 있다.

당권고전에 가장 적극적인 인사는 유 전 의원이다. 유 전 의원은 대선경선, 경기지사 선거에서 잇따라 패했지만 지난 8월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권경쟁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전대 판세 자체가 유승민이냐 아니냐로 정리될 정도다. 이 때문에 모든 당권주자들의 집중 견제에 시달리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 이태원참사 책임론, 대통령전용기의 MBC탑승 배제 등 주요 쟁점에 대해 비판적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늙은 이준석이라고 평가절하할 정도다. 유 전 의원의 최대 난제는 배신자라는 꼬리표다. 또 여론조사상 수위를 달리는 것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지지율이 과대평가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 전 의원은 이와 관련, “민심에서 저에 대한 지지가 나타나는 건 보수 정당을 개혁하라는 국민의 요구가 담겨 있다며 당권도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나 부위원장 또한 다크호스다. 지난해 6월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전 대표에게 석패한 이후 절치부심하며 권토중래를 노려왔다. 다만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라는 감투 탓에 출마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 부위원장은 이와 관련, “지금 당권 주자 하겠다는 분들이 많으니 좀 지켜보겠다. 당권 주자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면 그 방법이 좋을 것이라면서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았다. 실제 나 부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권도전 의지를 열어놓고 있다. 나 부위원장의 전략은 유 전 의원의 뚜렷한 대항마가 없을 경우 당원들이 본인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략적 계산이다.

안철수 의원도 무시못할 변수다. 후보단일화로 대선승리의 일등공신인 만큼 윤 대통령으로서는 마음의 빚이 있다. 폭넓은 대중적 인지도에 윤 대통령의 지원이 더해진다면 차기 당 대표를 노릴 수 있다. 특히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공략에 유리한 중도 외연확장의 이미지를 갖춘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안 의원은 이와 관련, “용산 (대통령실)의 생각을 100% 그대로 똑같이 한다면 지지층이 확장될 수 없다며 강조했다. 다만 과거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지낸 것은 물론 대선과정에서 국민의힘과 거친 설전을 마다하지 않은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尹心=권영세이태원참사 무산? 친윤단일화시 판세 출렁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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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윤계와는 달리 친윤계는 저조한 지지율에 시달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 전 의원이 가장 높은 지지율을 달리는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친윤 다자구도로는 승리가 쉽지 않다. 서둘러 다자구도를 정리하고 친윤 단일후보를 내세워 유 전 의원과의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일단 각개약진으로 레이스를 펼친 뒤 결정적인 순간에 후보단일화를 성사시켜서 비윤계 후보들을 넘어선다는 전략이다.

애초 친윤계 안팎에서는 차기 전대와 관련해 권영세 통일부장관의 행보를 주목하는 시각이 많았다. 합리적 성향의 다선 중진인 권 장관이 나서게 되면 친윤·비윤계의 전면전이 완화되고 통합형 대표를 선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차기 대표로 최적이라는 시각이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은 권영세 장관이라는 시각이 용산 대통령실 주변과 국민의힘 안팎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권 장관의 차기 전대 출마는 현 전대판세를 뒤흔들게 되는 것이다. 다만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현역 의원인 권 장관의 지역구는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다. 이 때문에 권 장관의 차기 전대 출마가 힘들어졌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 변화 탓에 4선의 김기현, 윤상현 의원의 행보에 주목하는 시각이 있다. 현행 전대 판세는 인지도 조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당원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반영 비율은 각각 70%·30%. 대중적 인지도가 아무리 높더라도 당원들의 선택이 없다면 대표 선출이 어려운 구조다. 구조적으로 비주류가 주류를 넘어서기 힘들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면서 차근차근 전대 출마를 준비해온 김기현, 윤상현 의원의 경쟁력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특히 전대 룰과 관련해 이른바 역선택 방지 조항이 도입될 경우 현행 전대 판세도 뒤집힐 수 있다. 김기현 의원은 이와 관련, “민주당 당원이 우리 당 대표를 뽑는다는 건 우습다역선택 방지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일 강성발언을 쏟아내는 김 의원은 가장 튀는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70% 비율을 차지하는 당원 표심을 잡기 위한 것이다. ‘여성 군사기본교육 의무화라는 논쟁적 정책을 내세운 김 의원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직설적으로 저격하면서 저조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대선 기여도 또한 유승민·나경원·안철수 등 빅3 당권주자보다 높다. 당 안팍에서는 김기현·장제원 연대설도 흘러나온다. 당권도전을 선언한 김 의원과 윤핵관의 핵심인 장 의원이 연대할 경우 파괴력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 장 의원은 2선후퇴한 상황이지만 윤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다고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땅한 유력주자가 없는 친윤계의 상황을 고려하면 집중 지원을 통해 김 의원의 경쟁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전략통인 윤상현 의원의 행보도 변수다. 대내외적인 경제위기와 한반도 안보환경의 급변을 고려할 때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윤 의원의 경력이 차기 당 대표로서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공천탈락과 무소속 당선을 반복하면서 끈질긴 정치생명력을 선보였다. 윤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당대표 윤상현이라는 이미지를 올리며 본격 행보에 나섰다. 지난 11껍데기 이념으로 무장한 정치꾼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만들어내는 실천주의 세력이 국민보수가 돼야 한다며 차기 전대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밖에 5선의 조경태 의원도 당권도전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조 의원은 페이스북 첫 화면에 변화와 혁신! 준비된 당대표 소신당당 조경태라는 글을 올렸다. 조 의원은 당대표 경선방식 당원 100% 투표로 혁신합시다라며 윤 대통령이 어려울 때 배신적 행동을 했던 분이 지지율 1위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대표를 지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역시 차기 전대 출사표를 던졌다. 친윤계 일각에서는 김기현, 윤상현 의원이 막판까지 뜨지 않을 경우 구관이 명관이라는 속담대로 정진석 비대위원장이나 권성동 전 원내대표를 소방수로 긴급 투입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월 개최 유력속, 5월 개최시 한동훈 차출설 솔솔

물마시는 유승민 전 의원. 뉴시스
물마시는 유승민 전 의원. 뉴시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의 중요성은 22대 총선과 연관돼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안팎을 오르내리는 점을 고려하면 차기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를 견인할 새 얼굴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의 저조한 국정 지지율로는 총선승리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총선 패배를 결국 현 정부 임기 내내 식물상태로 가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현 정치일정과 스케줄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은 정기국회 종료 이후 전당대회 국면으로 이동하다. 특히 여권내에서는 차기전대 개최를 내년 3월로 보고 있다. 4월이 원내대표 경선 및 보궐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에 그전에 전대를 실시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한편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이재명 대표의 지방선거 참패 책임론과 사법리스크 논란 탓에 극심한 내홍을 겪은 것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또한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정진석 비대위는 내년 전대를 앞두고 당의 모세혈관이라고 할 수 있는 당협위원회 재정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비윤계 솎아내기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이른바 친이계와 친박계의 전쟁에 버금가는 갈등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당 일각에서는 한동훈 법무장관 차출설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흘러나온다. 물론 국회의원 경력조차 없이 평생을 검사로 살아온 한 장관의 출마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의 신임이 어느 누구보다 두터운 만큼 언제든지 히든카드로 출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특히 전대 시기가 윤석열정부 출범 1주년을 맞는 내년 5월 이후 실시될 경우 출마설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대중 정치인으로 한 장관의 상품성과 가치는 국민의힘 안팎의 현역 정치인들을 뛰어넘는다. 한 장관은 국회에서 날카로운 언변과 논리력으로 민주당과의 전투에서 밀리지 않는 게 최대 강점이다. 이를 통해 보수 지지층의 팬덤을 장악할 만큼 윤 대통령이 용인할 경우 차기 당 대표로서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친윤 vs 비윤의 대결구도로 압축되는 국민의힘 차기 전대 판세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현재 권력과 유력 차기주자라는 미래권력의 한판 대격돌이라면서 국민의힘 전대 결과에 따라 윤석열정부 집권 중반 이후의 밑그림이 달라진다. 친윤계나 비윤계 양측이 모든 화력을 총동원한 전면전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여전히 윤석열정부 집권 초기라는 점과 당원 70% 국민 30%라는 전당대회 룰을 고려할 때 비주류가 주류의 벽을 뛰어넘는 이변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에서 불명예 퇴진한 이준석 전 대표가 차기 전대국면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 여부와 윤석열정부의 황태자인 한동훈 법무장관의 차출설이 현실화될 것인지 역시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라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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