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요즘 정치권에서는 이태원 국정조사 등 여야 간 신경전이 한창이지만 동시에 구설에 오르는 일도 잦다. 이태원 참사 각시탈 의혹, 민주노총 연계론, 청담동 술자리를 둘러싼 음모론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각종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음모론이 나돌았고, 정치권은 가짜뉴스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여야 간 감정싸움까지 일기도 한다. 실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둘러싸고 청담동 술자리 의혹부터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라는 음모론까지 거론될 정도로 막장 드라마가 떠오를 정도다. 이처럼 음모론 뒤에는 정치적 의도가 개입한다. 책임 전가의 정치가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을 때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음모론이 퍼진다는 것이다.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음모론정리해봤다.

이태원 참사 골목 현장. 뉴시스
이태원 참사 골목 현장. 뉴시스

이태원참사 각시탈 의혹부터 한동훈 청담동 술좌석까지...
천안함 사건 어뢰침몰설’, 세월호 참사 잠수함 충돌설’ ‘폭파설난무

여권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향후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야권에서는 연일 한 장관을 집중 견제하고 있다. 야당 의원을 향한 날선 발언을 내놓는 한 장관의 존재가 민주당으로서는 여간 불편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한 장관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한 장관을 향한 견제는 실패에 가깝다. ‘청담동 술자리의혹은 물론이고 마약과의 전쟁이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됐다는 취지의 주장 등 음모론을 앞세워 한 장관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 음모론, 한동훈 장관에도 불똥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김앤장 변호사 30여명과 심야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문제의 주점을 특정하고 관련자들을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목된 술집의 규모, “윤 대통령·한 장관 등을 본 적이 없다는 동석자 진술 등을 바탕으로 해당 의혹이 허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10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녹취록이 폭로됐다. 녹취록에는 지난 720일 새벽 3A씨가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앤장 소속 30명 등 청담동 한 고급 술집에서 목격했다는 주장의 내용이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한 장관에게 윤 대통령과 김앤장 변호사 30,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과 청담동 고급 카페에서 술자리를 가졌느냐고 질의했고, 한 장관은 직을 걸겠다며 부인했다.

또 김어준씨와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한 장관이 추진한 마약과의 전쟁기조가 이태원 참사의 배경이 됐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참사 직전 현장의 경찰병력 부족 이유로 한 장관의 마약과의 전쟁선포를 지목한 것이다.

김씨는 지난 2일 뉴스공장에서 의아한 것 중 하나가 마약 수사를 담당하는 사법경찰 79명이 투입됐다는 것이라며 경찰 혼자 판단하진 않았을 것 아니냐. 마침 대검에서 불과 2주 전에 마약과의 전쟁을 한동훈 장관이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황 의원은 저는 마약과의 전쟁 이런 것도 의도를 순수하게 안 본다마약이 좀 확산 기미가 보이는 건 틀림없지만, 마약과의 전쟁까지 할 만큼 그 정도 상황이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것이 뭔가 그 ○○○ 공안통치 분위기를 만드려는 걸로 보인다사실상 계엄령 분위기로, 검찰 주도 분위기로 정국을 끌고 가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한 장관이 마약의 실태를 좀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김씨와 황 의원을 직업적 음모론자로 지칭했다. 그는 김어준씨나 황운하 의원과 같은 직업적인 음모론자들이 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 정치 장사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공당이 거기에 가세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직업적 음모론자라는 발언에 야당 의원들은 반발했고, 결국 한 장관은 유감이라고 표명하긴 했다. 다만 야당의 음모론이 발단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장관, 김어준.황운하 직업적인 음모론자직격

뉴시스
뉴시스

이 뿐만 아니다. 예년에는 핼러윈데이 관련, 이태원에 경찰 800명을 투입했다 참사가 난 골목을 예전에는 일방통행으로 통제했다 등의 음모론도 나왔다. 그러나 이는 확인되지 않은 허위였다. 실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핼러윈데이에 경찰은 201790, 201837, 201939명을 이태원 지역에 투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0년과 2021년에는 지역경찰과 형사 등을 포함한 경찰 인력이 각각 38, 85명으로 크게 늘지 않았지만 방역 예방을 위해 경찰관 기동대가 별도 배치됐다.

사고를 촉발한 가해자를 특정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토끼 머리띠 등 인상착의를 가진 이가 군중을 밀면서 참사가 시작됐다는 목격담이 나오는가 하면, 온라인에서는 각시탈을 쓴 사람들이 참사 발생 전 아보카도 기름을 뿌리고 다녔다음모론도 제기됐다.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욱 경찰청 특수수사본부 대변인은 “CCTV상 아보카도 오일이 아니라 짐빔(미국 위스키의 일종)으로 확인했고, 사진 촬영 위치로 보아 일단 혐의점이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각시탈 분장 남성 사진 등을 내세우면서 불순 세력 개입 의혹까지 제기됐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국회에서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민주노총이 개입된 것처럼 말했다가 민주노총의 반발을 샀다. 그러자 이 의원은 각시탈에 민주노총을 연계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전 정권에서도 음모론이 판을 쳤다. 2017년 포항지진 당시 정부 지진피해 지원금을 받으려면 대피소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결국 중앙재난안전대책부에서 대피소에 있거나 없다고 해서 피해지원에는 차이가 없다고 해명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9년 고성·속초 산불이 발생했을 때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음주 등으로 인해 대응을 지체했다는 말이 온라인을 통해 번지기도 했다. 결국 청와대와 민주당이 가짜뉴스에 고발조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코로나19 때도 음모론이 난무했다. 소금물 스프레이를 뿌린 종교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는 말부터 코로나19 확산 초기 정부가 공적 마스크를 직접 관리하는 과정에서 공적 마스크 유통사와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의 커넥션 의혹까지 제기됐다. 나아가 해당 유통사 대표가 숙명여대를 졸업한 사실이 와전돼 경희대를 졸업한 김 여사와 숙명여고 동문으로 특혜를 받았다는 음모론이 나돌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다. 승객 300명의 생명을 빼앗아 간 사건임에도 누군가 고의로 세월호 앵커를 내려 침몰시켰다는 고의 침몰설과 함께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이른바 잠수함 충돌설도 온라인상에 퍼지고 있다.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식에서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를 염원하는 시민 일동이 4월 16일 결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2.04.16. 뉴시스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식에서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를 염원하는 시민 일동이 4월 16일 결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2.04.16. 뉴시스

역대 정권마다 터지는 음모론

이에 대해 지난 9월 활동을 종료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증거 불충분과 여러 한계로 명확한 침몰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잠수함 등 외부 충돌이 원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음모론이 전파되는 이유에 대해 정치권 한 인사는 명백한 가짜뉴스인데도 확산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실이자 진실인 것처럼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정치적으로 특정 진영 사람들의 확증 편향을 더 강화하는 형태로 가짜뉴스들이 이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