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면’, 이 말은 요즘에는 ‘언피씨’의 대명사로 통한다. ‘언피씨’는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뜻의 영어 politically correct의 머리글자인 PC에 접두어 un을 붙인 말이다. ‘언피씨’하다는 말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뜻으로 쓰인다. ‘언피씨’하지만 ‘남자라면’ 누구나 포르노에 얽힌 기억이 하나쯤은 만들면서 청년시절을 지나고, 성경험을 쌓아간다.

남자들은 포르노에 대한 기억을 매우 은밀하고 사적인 공간에 저장한다. 누군가와 공유하거나 내보이기 민망한 기억으로 치부한다. 그런 탓인지 ‘포르노’는 건강하지 않은 것,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는 것의 대명사로 쓰인다. 영어권에서는 ‘포르노’의 뜻 자체가 ‘포르노그래피’에서 확장되어 ‘특정 주제에 대한 관음증적 태도’로 쓰인지 오래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현지의 취약계층을 방문해 찍은 사진을 두고 ‘빈곤 포르노’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의 장경태 최고위원이 이 사진을 두고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고 비판하자, 국민의힘에서 “빈곤 포르노 표현 자체가 인격 모욕적이고 반여성적”이라고 반발했다.

‘빈곤 포르노’라는 비판이 인격모욕적이고, 반여성적이라는 주장은 어이가 없다.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는 학술용어다. 기부자선단체들이 굶주린 어린아이들 사진을 찍어 홍보에 이용하고 기부금을 모으는 행태를 비판하면서 생긴 용어다. 빈곤 포르노란 말을 몰랐다면 무지한 것이고, 포르노란 말에 반응한 거라면 자신의 성관념을 점검해 볼 것을 추천한다.

’빈곤 포르노‘는 타인의 가난을 자극적으로 묘사해서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이나 영상을 일컫는 말이다. 김건희 여사의 사진이 빈곤 포르노에 해당하는지 안 하는지 평가 대상에 오르는 것은 피해 갈 수 없다. 김여사가 심장질환을 앓고 있다는 소년을 ’부자연스럽게‘ 안고 있는 사진으로 얻고자 하는 정치적 효과에 따르는 당연한 반작용일 뿐이다.

애초에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를 방문해 취약계층 시설을 찾은 것부터 잘못이다. 캄보디아 정부에겐 잔칫집을 찾은 손님이 잔칫상에는 관심이 없고, 장롱 속에 감춰둔 누추한 살림살이를 들춰낸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준비된 공식 일정도 물리면서까지 가야 했고, 찍어야 할 사진은 아니었다. 김건희 여사의 일정은 캄보디아와의 외교 관계를 어렵게 하는 결례였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에게도 인격이 있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삶의 한 단면을 이용해 자신의 격을 높이려는 사람들도 세상에는 많다. 김 여사의 사진만이 아니라, 불우 이웃을 돕자고 하는 광고들을 보면서도 우리는 이런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그 사진이 그 사진에 나온 빈곤한 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은 빈곤 포르노란 비판에 발끈할 일이 아니라, 그 말이 나온 맥락을 들여다봐야 한다. 오드리 헵번이 숱한 비슷한 사진을 남겼어도 빈곤 포르노란 비판을 안 들은 것은 꾸준히 가난한 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오드리 헵번은 머리 매만지고, 의상 준비해서 사진 찍으러 그곳에 가는 사람들과 달랐기 때문이란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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