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구입해도 ‘하이패스’ 없으면 고속도로통행료 할인 불가

톨게이트를 지날 때 하이패스를 장착하지 않으면,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이라도 통행료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창환 기자]
톨게이트를 지날 때 하이패스를 장착하지 않으면,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이라도 통행료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한 전기자동차 및 수소연료전지자동차 등의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제도’ 기간 연장을 발표했다. 다만 하이패스 차로를 통과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즉 하이패스 기기 장착을 하지 않으면 통행료 감면이 불가능하다는 것. 이에 정부 정책이 친환경 차량 보급 확대에 있는지, 하이패스 도입 확대에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하이패스 도입 확대가 목적이라면 그에 따른 인력감축 역시 목적이 될 수 있다. 

하이패스 통행 할인, “차량이 톨게이트 멈추지 않고 통과시키는 것이 목적”
전기차·수소차 구매해도 하이패스 기기 없으면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불가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7일 올해를 끝으로 종료 예정이던 전기차 및 수소차 등의 통행료 할인을 오는 2024년까지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7년 9월 도입 이후 두 번째로 할인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친환경차 보급 속도를 감안할 때 이번 할인기간 연장으로 할인금액은 2021년의 219억 원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이용욱 국토부 도로국장은 “통행료 할인기간 연장은 화물운송업계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해 온실가스 감축과 향후 탄소중립 산업 생태계 전환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기차 또는 수소차를 새롭게 구매할 예정이라 하더라도 하이패스 기기를 차량에 장착하지 않으면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을 받을 수 없다. 하이패스 기기를 달고 하이패스 차선으로 통과해야만 한다는 의미다. 실제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전기차나 수소차의 보급 확대가 목표라기보다 하이패스 도입이 목표인양 의심받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A씨는 “디젤 SUV 차량을 갖고 있지만 하이패스 기기 장착유무에 관계없이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을 받을 수 없어, 굳이 하이패스 기기를 구매하지 않았다”라며 “주말이나 공휴일에 수도권을 빠져나가는 하이패스 차선은 차량이 몰려 복잡한데, 현금이나 카드 결제가 가능한 일반 차로가 오히려 소통이 원활한 것을 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가족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연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차를 렌트해 민자도로 톨게이트를 지나갔었는데 당시 요금원이 차량에 붙은 ‘저공해자동차’ 스티커를 보고 50% 할인을 해줬다”라며 “서울로 진입하며 만나게된 톨게이트에서 혹시나 해서 요금원에게 ‘전기차’라고 말했지만 ‘하이패스 없이는 할인 불가’라는 답변을 듣고 전액 납부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의왕톨게이트. [뉴시스]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의왕톨게이트. [뉴시스]

하이패스 할인 목적은 “멈추지 않게 하는 것”

이와 같이 한국도로공사가 운영 및 관리하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일반 차로에서는 전기차나 수소차 및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 보유자가 ‘저공해자동차’ 스티커를 확인시켜주고 전기차라고 언급해도 할인 받을 수 없다. 즉 하이패스를 장착하고 하이패스 차로로 통행해야만 자동 할인이 가능하다.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정책에 의한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이 하이패스 이용 확대를 위한 고속도로 할인으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 도로정책과와 한국도로공사로부터 하이패스 통행료 할인의 목적은 톨게이트에서 차량이 멈추지 않게 하는데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하이패스 통로를 한정해서 통행료 감면을 하고 있다”라며 “전국적으로 하이패스 이용률이 90% 이상 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통행료 감면 대상은 하이패스 이용자에 한정한다”고 말했다. 

이를 정리하면, 전기차나 수소차 구매자가 고속도로 통행료를 할인받기 위해 하이패스를 구매해야 한다. 전기차 또는 수소차 등의 친환경차 보급 확대가 목적이라고 밝히면서도 하이패스 이용 확대가 목적인지 헷갈린다. 

기존에 하이패스 유무와 관계없이 할인을 받을 수 없었던 내연기관 차량 운전자 입장에서는 차량을 교체 구입할 때 친환경차를 선택하면 고속도로 통행료 50% 감면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하이패스를 장착해야 할인을 받을 수 있으니, 하이패스를 구매하도록 만든 것이 통행료 할인 혜택의 취지처럼 보일 수도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측은 취재진에게 “친환경차의 각종 할인 혜택은 정부 친환경 정책의 일환”이라며 “(톨게이트) 일반 차로를 이용하면, 차가 밀리면서 정차하게 되고 이때 미세먼지나 대기가스 등을 뿜어내는 데 하이패스 차로를 통과할 때는 이런 오염물질 배출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기차나 수소차는 일반 차로 통과 시에도 오염물질 배출이 없다’는 취재진의 물음에 “전기차 등이 일반 차로에서 통행권 발급이나 계산을 하는 동안 뒤에 줄지어 정차한 내연기관 차량들로부터 매연이 발생된다”고 반박했다. 

친환경차, 하이패스 ‘이용률’ 확대 위한 도구로 전락

이와 관련 디젤 차주 A씨는 “디젤이나 가솔린, LPG 엔진 등을 장착한 내연기관 차량도 하이패스 차로로 통과할 때 일반 차로에서 정차하는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연을 덜 뿜어낼 수 있다”라며 “더불어 다른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지도 않아 매연 감소에 도움이 되니, 일부라도 할인을 해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주장했다. 

국토부와 도로공사의 답변은 유료도로법 관련 정책에 의해 전기차나 수소차라도 하이패스 통행 차량에만 국한해 고속도로 통행료를 감면해 준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친환경차량 보급을 위한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이라고만 볼 수는 없는 셈이다. 

현재 전기차를 구매할 때 국고보조금으로 최대 700만 원까지 지원을 받아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지자체마다 차이는 있으나, 지자체에서도 추가적으로 최대 600~70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렇게 차량 구매에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하이패스 통행을 고집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진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의 전국적인 ‘직접 고용’ 요구를 위한 시위를 돌이켜 보면, 하이패스 도입 확대의 의미가 단순히 친환경 차량 보급률 확대에만 있는 것이라고 의심할 수 있다. 

당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은 직접 고용에 거부 반응을 보이던 도로공사를 향해 “톨게이트 노동자 연령이 높아 수납원 자연감소 속도와 자동화 속도가 비슷할 것”이라며 “도로공사가 노동자를 직접고용해도 무리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자회사 설립 채용과 직접 고용 사이에서 갈등하던 도로공사가 마지못해 직접고용을 결정하긴 했으나, 하이패스 차로는 늘리고, 일반 차로는 감소시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 법률 전문가는 취재진에게 “국민 입장에서는 할인 혜택을 공평하게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나, 국토부나 도로공사는 하지 않아도 될 통행료 할인을 추가적으로 해주는 것이니 ‘하이패스’라는 조건 또는 제약을 달 수 있다”라면서도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의 목적이 단순히 친환경 차량 보급에만 있다면 하이패스나 일반 차로를 구분하지 않고 통행료 할인을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인력감축이나 구조조정 등의 장기적이고 부가적인 정책적 계산과 배경을 바탕으로 조건부 감면을 내놓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정책적 재량권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부고속도로 북구미 하이패스 나들목. [구미시]
경부고속도로 북구미 하이패스 나들목. [구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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