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증 없다’는 공허한주장만 되풀이 野, 파도에 무너지는 모래성 형국

불교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하는 참선, 말을 함으로써 짓는 온갖 죄업을 짓지 않고 스스로의 마음을 정화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묵언수행((默言修行)이라는 말이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 비리 관련 검찰수사가 최종 목적지인 이 대표를 향해 치닫고 있음에도 정작 본인은 일체 공개적인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당무를 수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나는 말이다.

이 대표 스스로 최측근이라 했던 김용,정진상 두 사람이 구속되고 정진상 부실장이 구속적부심까지 기각당해 본격적인 윗선 수사에 탄력이 붙게 됐음에도 요란한 것은 민주당의 이재명계 의원들 뿐이다. 이 대표가 무검유죄,유검무죄라며 정치공작주장을 해왔고 범죄혐의를 옹호하는 의원들 역시 물증 없는 유동규의 진술뿐이라고 고장 난 녹음기같이 되풀이하지만 범죄 혐의가 구체화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공허한 소리로만 들린다.

이 대표의 묵언수행과도 같은 극도의 침묵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소설로 치부한 만큼 응대 자체가 가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가타부타하는 것 자체가 김용, 정진상 두 측근의 검찰수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속앓이를 하는 것이지 할 말이 왜 없겠는가.

당 내외에서 이젠 이 대표가 입장을 표명하고 더 나아가 거취 문제도 거론해야 한다고 공세가 시작됐다. 김용, 정진상 두 측근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당직을 유지시켰던 민주당이 최근에서야 두 사람의 자발적(?) 당직 사의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로 이 대표를 향한 공세를 차단해보려 하지만, 이 역시 이 대표가 직접 지시해서 물러나게 했다는 말은 없다. 이 대표와 민주당 모두 궁색해 보이는 조치들이다.

검찰이 이 대표의 현금 관련 가족과 주변인 계좌추적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대표에 대한 직접 수사가 본격화된 것이다. 민주당 일부에선 측근 비리, 구속을 더 이상 옹호하기보단 분리 대응해야 한다며 이제 서야 이재명 사법리스크민주당 리스크화되는 것을 막아보려 하지만 이 대표의 꽉 다문 입은 요지부동이다.

대장동 비리는 문재인 정권 말기의 검찰에선 이재명 대선후보 당선 과정이었기에 이처럼 이 대표 측근들을 구속할 정도로 세게 파고들지 않았지만, 정권이 바뀌었고 범죄 일당들의 생각도 달라졌기에 수사의 반전이 이뤄진 것이다. 그렇다고 과연 이재명 대표가 여당 주장대로 유동규, 김용, 정진상 등이 만들어 놓은 불법 정치자금 저수지로부터 직접 돈을 사용하고 알고 있었던가는 아직 단정하기 힘들다.

과거 대기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모금을 한 차떼기 정당으로 지칭되는 사건이나 역대 대선, 총선 불법 자금 수수로 인한 수사는 몇 차례 있었지만 당 총재나 대표가 구속된 사례는 없다. 그만큼 돈을 직접 만들고 사용한 사람과 당 대표나 후보를 직접 연결한 고리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후보가 굳이 측근들이 돈을 모아 사용하는 것까지 관여할 일도 아니고, 또 후일을 위해서도 알 필요도 없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측근이란 게 있는 것 아닌가. 난 모르는 일이니 당과 너희가 알아서 해라....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만일 향후 대장동 비리 사건이 이 대표의 불법 정치 자금문제로 귀결된다면 역대 불법 정치, 선거자금의 조성과 사용 관련 새로운 기록을 남기게 될 것이다.

대규모 개발사업 초기부터 계획적 불법 자금 조성을 염두해 두고 행정력을 남용하고 두고두고 쓸 금고와 금고지기들이 있었다면 그 자체가 신기록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우려가 우려로 끝나길 바라지만, 과연 검찰이 측근들의 비리로만 끝날 사건으로 종결지을지는 이 또한 기대하기 난망하기에 민주당의 고심은 더 깊어만 가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이기는 민주당을 내걸고 당 대표가 됐지만 사법 리스크의 수렁 속에서 민주당이 한치도 나아가기 힘들 것이란 전망은 결국 현재진행형이 됐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여전히 진술만있을 뿐 물증은 없다며 허탈한 주장만 하고 있다. 집단지성을 모으기 위한 긴장감이나 긴박함도 보이질 않는다. 파도에 허물어지는 모래성을 지키려 모래만 자꾸 모으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정치 지도자는 결단의 용기지혜로운 물러섬이 큰 덕목이다. 민주당이나 여론이 아직은 본격적으로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 대표의 진솔하고 용기있는 응답을 듣고자 할뿐이다. 지금은 찜찜하게만 보이는 묵언수행보다 과단성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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