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사퇴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집권 44일 단명은 한국 보수와 진보 정치권에 값진 교훈을 던졌다. 오늘날엔 보수건 진보건 이데올로기(이념)에 너무 집착하면 현실과 괴리된 정책으로 빠져 실정하고 만다는 교훈이다.

보수당 소속인 트러스 총리는 30~40년 전 보수주의 정책 성공의 상징인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닮았다며 장밋빛 기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트러스 총리는 최악상태로 빠진 영국 경제를 살리겠다며 부유층에 대한 감세안을 발표했다. 대처와 레이건의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에 따라 감세하면 구매력을 진작시켜 침체국면의 경제를 살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정 반대로 나타났다. 다음 날 국제금리는 치솟았고 영국의 파운드 가치는 역대 최저치로 급락하는 등 금융대란을 빚어냈다. 보수당 내에서도 “동화(童話) 이야기”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1980년대 대처와 레이건의 감세는 파운드와 달러 가치를 치솟게 했지만 트러스의 감세는 반대로 파운드를 급락시켰다. 인플레에 허덕이는 영국이 개발도상국처럼 감세 분을 메꾸기 위해 돈을 찍어내 인플레를 더더욱 촉발할 것이라고 우려한데 기인했다. 대처*레이건 때와 오늘의 영국 경제상황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트러스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패착한 나머지 감세를 고집해 금융대란을 촉발시켰고 결국 사임해야 했다.

트러스처럼 이념에 집착한 나머지 현실과 괴리된 ‘동화 이야기’ 정책을 강행하면서 나라를 결딴낸 사례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드러났다. 좌편향 문 전 대통령은 남미식 좌파 이념에 경도된 나머지 소득주도 성장, 반기업, 탈원전 등을 강행함으로써 경제동력을 꺼뜨렸다. 한국 경제현실과 괴리된 처방이었다. 또 그는 친북좌파 이념에 묶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며 광기 서린 김을 섬겼다. 김의 여동생의 하명이나 받드는 정권으로 전락되었다. 친북·친중으로 쏠린 나머지 탈미*반일로 역행했으며 자유진영의 불신을 자초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전 정권이 “김정은 하명이나 받는 반헌법적 국가”였고 “김정은 깐부 정권으로 전락” 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은 보수 세력의 씨를 말리려는 듯 박근혜와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물론 양승태 대법원장 그리고 그들의 장*차관들 까지 오랏줄로 묶었다. 친북좌파 이념에 취해 합리적 분별력을 상실한 탓이었다. 영국의 트러스 전 총리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과신해 판단력을 상실했듯이 문재인은 친북좌파 이데올로기에 취해 분별력을 잃었다.

  똑같은 맥락에서 윤석열 대통령도 보수 이념 추구에 너무 경도돼 균형감각을 상실하지 말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5월10일 취임사에서 ‘자유 확대’ 등 ‘자유’를 35 차례나 되풀이 역설했다. 자유는 대한민국을 6.25 북한 남침에서 구해냈고 세계 10대 강제 대국으로 발전시킨 동력이라는 데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친북좌파 정권에 대한 반동으로 자유 이데올로기에 지나치게 잠길 경우 균형감각을 상실할 수 있다. 그래서 자유를 강조하되 자유경쟁에서 소외된 부분도 적극 포용할 수 있도록 실용주의를 접합시켜야 한다. 특히 윤 대통령은 1830년대 창당한 영국 보수당이 자유를 역설하면서도 재정적 절제를 강조하고 실용주의를 접목시켜 성공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참고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3월29일 “실용주의와 국민의 이익을 국정과제의 기초”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잊지 말아야 한다. 트러스나 문재인처럼 보수든 진보든 이념에 갇히지 말고 자유를 강조하되 실용주의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 트러스의 44일 총리 단명은 오늘의 한국 정치권이 되새겨야 할 값진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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