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금싸라기 땅’
코레일, 6조4000억 원의 공공부지 8조 원에 민간 매각 예정

용산정비창 매각 철회 기자회견 모습 [강윤선 기자]
용산정비창 매각 철회 기자회견 모습 [강윤선 기자]

[일요서울 | 강윤선] 공공부지인 용산역세권 정비창 민간 매각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지난 24일 오전 9시30분 용산역 광장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빈곤사회연대와 각종 시민단체들은 ‘밀실에서 결론짓는 투기적 용산국제업무단지 개발’을 중단하고 ‘국민들이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논의 구조를 마련하라 주장했다.

기획재정부는(기재부) 지난 11일 ‘공공기관 혁신계획’ 중 ‘자산효율화’란 명목으로 부동산을 포함,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가진 14조5천억 원 규모의 자산을 2027년까지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코레일이 자체적으로 평가한 6조4000억 원의 용산역세권 토지도 들어있다. 이는 용산역 뒤편에 위치한 정비창(용산정비창)으로 약 50만m2의 대규모 공공토지다. 용산정비창 공공부지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69.8%, 국토교통부가 25%, 그리고 한국전력공사가 4.4%를 국가 공유지로써 점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정부 각 부처 별로 자산과 인력 감축안을 요구했다. 이에 코레일은 용산정비창 공공부지 매각 계획안을 제출했다. 내년부터 매각을 추진해 4년 후 매각을 완료할 방침이다.

용산역 창 너머로 보이는 일부 용산정비창 [강윤선 기자]
용산역 창 너머로 보이는 일부 용산정비창 [강윤선 기자]

어마어마한 공유지, “제대로 활용해야”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국가가 소유한 땅 중 가장 큰 땅”인 용상정비창 매각 계획 철회를 선언으로 회견을 시작했다.

이 위원장은 “서울은 전국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자가 점유 가구보다 무주택 가구가 60% 수준으로 많은 도시다”며 용산정비창 공공부지를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미 민주노총 서울본부 부본부장은 “용산정비창 공공부지는 최근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선,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유일하게 비어 있는 ‘금싸라기 땅’이다”라며 부지의 가치를 명시했다.

이 부본부장은 “2평 미만의 방에서 월 24만원 수준의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고도 취약한 단열, 방음, 난방과 위생 상태”를 견뎌야 하는 주거취약계층의 환경을 지적하며 “불안전한 거주 공간에서 살아야 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외쳤다.

용산역 내 안내소 [강윤선 기자]
용산역 내 안내소 [강윤선 기자]

용산정비창 공공부지 민간 매각, 코레일 단독 결정으론 안돼

이 부본부장은 “용산정비창 공공부지 매각은 코레일이 단독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 아니다”며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주택개발이 가능한 알짜 부지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도 이곳을 청년 신혼부부와 서민 등을 대상으로 한 1만 가구 규모의 공공주택 공급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본부장은 “용산정비창 등 공공부지는 시민들과 평등한 논의 구조를 통해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용산정비창은 코레일이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서, 기재부가 자본효율화를 위해서, 함부로 팔아넘길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라며 주장에 힘을 보탰다.

발언하는 이현미 민주노총 서울본부 부본부장 [강윤선 기자]
발언하는 이현미 민주노총 서울본부 부본부장 [강윤선 기자]

오세훈 시장, 용산 국제업무지구 재개발 추진
공공자산 헐값 매각으로 부동산 재벌과 투기 세력 배불려

이 부본부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오세훈 시장이 해당 부지에 국제업무지구 재개발을 추진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부본부장은 “정치 권력과, 부동산 재벌과, 투기 세력의 배를 불리는 민간 개발”이라고 꼬집으며 “부동산 경기 위축 시기에 핵심 공공자산을 헐값으로 매각하려는 속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선임감사 역시 “과거 용산정비창 개발 사업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느냐”며 용산 참사가 발생했던 배경을 언급했다.

박 선임감사는 “결국 용산 사업의 피해는 국민들”이라면서 “용산 사업에 투자한 국민연금은 125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또한 박 선임감사는 “오세훈 시장은 용산정비창 부지에 12조를 투자해 인프라를 조성한 뒤 민간이 구역을 쪼개 들어오는 방식으로 추진”한다며 “기재부는 한 발 더해 민간에 전량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했다”고 답했다.

지수 위원장은 “1평에 1억이 넘는 서울 금싸라기 땅은 태초부터 민간 투기 세력과 기업 재벌의 땅이었습니까?”며 울분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지수 위원장은 “공공부지를 헐값으로 퍼 나르고 예산과 기금을 동원해 이권카르텔 형성에 혈안이었던 정부, 관료, 정치인들 합작의 결과”라고 외쳤다.

용산역 창 너머로 보이는 무허가 텐트촌. 공공부지기에 조성이 가능했다. [강윤선 기자]
용산역 창 너머로 보이는 무허가 텐트촌. 공공부지기에 조성이 가능했다. [강윤선 기자]

국토의 70%가 이미 민간의 땅,
남은 공공부지는 집 때문에 존엄 잃는 이들을 위해

지수 위원장은 “청년들은 사회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좌절과 허무를 떠안은 채 깡통 주택과 전세 사기 위험이 도사리는 불안을 떠돈다”고 호소했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홈리스의 주거권에 대해 발의했다.

안 상임활동가는 “용산정비청 공공부지 귀퉁이에서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소위 무허가 텐트촌은 주민 가운데 한 분은 70년 평생 단 한 번도 몸 누일 집 1평이 없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제도가 보장하는 임대주택에 입주 신청을 할 수 있었으나 예비 번호를 확인하려고 LH에 전화하면 담당자가 한숨부터 쉰다"고 말했다. 대기자가 너무 많다는 의미다.

또한 안 상임활동가는 “윤석열 정부는 주거취약계층의 거주지를 두고 ‘비정상거처’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며 "진짜 비정상은 주거권이 부정당해 몸 하나 누일 곳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이 끝날 즈음 시민단체 위원들은 “제2의 대장동 사태가 우려된다”며 “미래 세대에게 빌려온 소중한 공공의 땅을 빼앗는 자는 누굽니까?”라고 물었다.

용산역 전경 [강윤선 기자]
용산역 전경 [강윤선 기자]

대장동은 민간 부지를 공공이 취하면서 문제 발생, 무슨 관련성이 있나
이원호 위원장, “결국 소수가 개발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와 일맥상통”

공유지를 민간이 매각, 개발 통해 주택을 보급할 수 있다는 주장에 공대위 소속 이원호 위원장은 “용산정비창은 주택 공급이 아니라 국제업무단지 조성이 목적이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주택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민간 건설사와 최초 분양자들이 개발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또한 "서민주거안정을 위해서라도 그러한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고 반박을 더했다.

용산구청의 이름이 보인다 [강윤선 기자]
용산구청의 이름이 보인다 [강윤선 기자]

용산은 공시 지가 최고, 차별 문제 없나

용산과 같은 공시 지가가 최고인 지역 전체를 공공임대 등으로 활용하는 데에 부당하다 여기는 입장 역시 있다. 이에 이 위원장은 “그러한 논리가 작동하는 이유는 공공임대주택이 애초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내세웠다. 

특히 이 위원장은 장기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는 국민은 서울 기준으로 단 6%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거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많은데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라며 “그 때문에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는 사람에게 과도한 특혜가 돌아간다고 여긴다”고 대답했다.

이 위원장은 더 많은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돼 주거불안을 느끼는 국민들이 주거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민간 건설사를 통해 분양 주택을 지으면 오히려 더 소수가 특혜를 입는다"며 "그것만큼 분명한 차별은 없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기재부와 코레일은 현재 답변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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