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혜수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친 여야는 2024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있다. 지난 320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한번의 정치적 격변기를 거친 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또 다시 대대적인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 정계개편 가능성은 꺼지지 않는 불씨와도 같다.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지만 정치권은 정계개편 태동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정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환하게 웃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뉴시스
환하게 웃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뉴시스

- 사그라들지 않는 김한길 역할론’, ‘국민통합위 전초기지로 움직인다’?!
김한길 외곽 다지기·검찰의 사정 칼날투트랙, 정계개편 동력되나

정치권에서 정계개편이라는 이슈는 휴화산과도 같다. 한국 정치사에서 정계개편은 대선이나 총선과 같은 전국 단위의 선거를 앞두고 정치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 규모가 크든지 작든지 여러 형태로 반복돼왔다.

여권발 정계개편키 김한길우상호 창당 전문가

아직은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정계개편이다. 이 때문에 정계개편 가능성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최근 정치권의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크게 여당 발야당 발두 가지가 거론돼왔다. ‘여당 발정계개편은 윤석열 신당의 태동 가능성이 핵심이다. ‘야당 발정계개편 시나리오는 더불어민주당이 친명계와 비명계로 분열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특히 여당 발정계개편 가능성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창당 전문가로 불리우는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를 영입하면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김 전 대표에게 후보 직속의 새시대준비위원장을 맡겼다.

그러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기존 정치권에 불신을 갖고 있는 윤 대통령이 창당 전문가인 김 전 대표의 도움으로 국민의힘 내 친윤세력과 중도층, 민주당에서 이탈한 비명계와 합리적 진보세력까지 흡수해 '헤쳐모여식' 윤석열 신당을 창당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당시 tbs 라디오에서 3지대라고 불려진 사람들을 모아서 국민의힘을 재창당하려고 하는 모양이라며 저 분(김한길)이 움직이면 보통 정치 세력이 재편된다. 창당 전문가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선 정국에서 거론됐던 이 같은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여전히 윤 대통령에게 유효한 카드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정과제 추진에 있어서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정계개편 카드로 정국을 뒤흔들 경우 야당의 단일대오에도 균열이 갈 수밖에 없다. 또 새로운 신당에 국민의 기대가 모아진다면 윤석열 세력으로 의회 권력을 교체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물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변수이기는 하다. 만일 총선을 앞두고도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윤 대통령은 정계개편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조용히 조력하는 방식으로 신당에 윤석열 색깔빼기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 김한길 계속된 중용의 속뜻은?

이 때문에 정치권은 김한길 전 대표의 역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 대통령이 김 전 대표를 대선이 끝나고도 계속 중용한 것은 향후 정계개편 가능성을 고려한 큰 그림아니겠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된 이후 김 전 대표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장에 발탁한데 이어 정부가 공식 출범한 이후에도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직을 김 전 대표에게 맡겼다. 국민통합위원회는 지난 72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공식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에게 강한 신뢰를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권성동·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을 넘어선 윤 대통령이 가장 믿는 ()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윤 대통령과 김한길 위원장. 뉴시스
윤 대통령과 김한길 위원장. 뉴시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용산 집무실에서 김한길 위원장과 2시간 넘게 오찬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 국민을 위로할 방안을 통합위 차원에서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최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함께) 단순히 국민의힘이라는 바운더리를 넘어선 보다 더 큰 정계개편을 추구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어 왜냐하면 본인은 정치를 안 해봤는데 검사로서 생활하다가 대통령 됐다. 그러면 정치권 있는 사람들 무능력한 것 같애. 내가 한번 바꿔보겠어. 그게 국민의 뜻일 수가 있어라는 소명감을 가질 수도 있다라고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김한길 위원장은 자신이 개입하는 인위적 정계개편에 대해서는 일축하면서도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대선 이후인 지난 4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인위적 정계개편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 없다라면서도 “DJ(김대중 전 대통령) 말씀대로 정치는 생물이다. 제가 주도한다는 뜻이 아니라 무르익은 상태가 되면 여러 가지 변화의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또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는 지금 양당 중심 정치가 다당제로 가기 위한 필요에 의해서 자생적으로 정계개편이 있을 가능성은 상당히 있다그러나 그것이 누구의 의도에 의해서 누가 그림 그려서 이렇게 저렇게 해 보자 하는 시대는 지났다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민통합위가 국민통합에 관한 의견 수렴 등을 위해 지난 15일 경북을 시작으로 전국 17개 시도를 방문해 지역 순회 간담회를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를 두고 신당 창당전문가인 김한길 위원장이 향후 정계개편을 염두에 두고 주요 지역 인사들과의 대면 접촉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 위원장이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을 방문해 만나는 인사들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여향한 검찰발 사정풍, 정계개편 측면지원?

일각에서는 김한길 위원장이 국민통합위원회를 전초기지로 외곽에서 정계개편을 위한 터닦기 작업을 하고, 검찰이 대대적인 사정으로 야권 분열을 유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현재 야당에는 대대적인 사정 정국이 휘몰아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기소된 바 있다. 이어 지난 19일에는 이 대표의 또 다른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특가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이에 더해 검찰은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노웅래 의원에 대해,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취업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강제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또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216·1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를 검찰에 송치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40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16.02.10.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40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16.02.10. 뉴시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23MBC 라디오에서 지금 현재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 수사 대상으로 이름이) 줄줄이 다 매일 나온다이러다가는 민주당이 없어지면, 이 나라 민주주의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24CBS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얘기로는 하여튼 민주당을 (검찰 수사로)쑥대밭을 만든 다음에 정계개편을 도모하니 하는 말들은 사실 몇 달 전부터 흘러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리가 있으면 그건 조사해서 죄가 있으면 받아야 되는데 다만 국민들이 보기에 검찰 수사가 너무 편파적이다자기들 쪽은 다 요새 불송치하고 무혐의 내리고 이쪽만, 과연 암만 뒤질만한 게 있다 하더라도 권력의 모습이 어떻게 비칠까. 그런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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