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망한 철도노동자만 4명…서울 일부 지부 총파업 선언
인력·예산·작업환경·임금제도 개선뿐 아니라 철도민영화 저지 위해

한국철도공사의 서울본부. 공사 건물과 롯데 아울렛으로 역사(驛舍)는 잘 보이지 않는다. [강윤선 기자]
한국철도공사의 서울본부. 공사 건물과 롯데 아울렛으로 역사(驛舍)는 잘 보이지 않는다. [강윤선 기자]

[일요서울 | 강윤선 기자]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코레일네트웍스지부와 철도고객센터지부 소속 140개 역 역무원과 역장, 철도고객 상담사, SR 고객 상담사, 여객 역무원, KTX특송 배송원, 주차관리원, KTX 셔틀버스 운전기사 등은 28일 오후 2시 KTX 서울역 동광장 시계탑 앞에서 총파업 선언식을 열었다.

선언식 시작 전 모여 있는 조합원들 [강윤선 기자]
선언식 시작 전 모여 있는 조합원들 [강윤선 기자]

이른 아침부터 서울 하늘을 뒤덮었던 비구름은 점심께가 지나도록 가시지 않았다. 28일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총파업 선언식이 14시 서울역 광장에서 있을 예정이었다.

13시40분 정도가 되자 내리지 않던 비가 조금씩 떨어졌다. 하지만 야외 광장에서 열리는 총파업 선언식은 취소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팻말을 들고 있는 조합원들 [강윤선 기자]
팻말을 들고 있는 조합원들 [강윤선 기자]

앰프를 통해 울리는 외침이 서울역 주차장 안까지 들렸다. 이어진 함성 소리를 따라 가보니 13시50분이었는데도 벌써 너른 광장 계단에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단상에선 사회자가 마이크에 대고 집회를 위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전(全) 철도노조가 아닌 철도노조 산하 중에서도 코레일네트웍스지부와 철도고객센터지부만 참여하는 선언식이었다. 2개의 지부만 모이기 때문에 단출하고 형식적인 선언식일 거라 예상했던 바와는 달리, 약 200명의 조합원들이 계단 층층마다 한 줄로 나란히 앉아 있었다.

선언식 시작 전, 다들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강윤선 기자]
선언식 시작 전, 다들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강윤선 기자]

계단 가장자리 한쪽 구석에는 노조 측 천막이 쳐져 있었다. 이제 막 도착한 조합원들이 천막 아래에서 팻말과 돗자리, 물 따위를 받으려 줄지어 서 있었다. 앞쪽에는 ‘기재부지침 폐기하라’, 뒤쪽에는 ‘용역자회사 이제그만’이라 쓰인 조끼를 건네받은 조합원들은 빈자리를 찾아가 대열을 메웠다.

분주히 움직이는 청년들과,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는 아주머니들, 우비를 뒤집어 쓴 채 기다리는 아저씨들로 조합원은 다양했고, 생각보다 평범했다. 천막 아래서 조합원들에게 물자들을 나눠주고 있던 한 조합원에게 물으니 참석자는 역무원이고, 주차관리원이며, KTX공항리무진과 셔틀버스 운전원이라고 했다.

업무 중 사망한 철도 노동자를 위해 묵념하고 있다 [강윤선 기자]
업무 중 사망한 철도 노동자를 위해 묵념하고 있다 [강윤선 기자]

선언식이 채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방송국 카메라에 삼각대를 세우고 한 컷이라도 놓칠세라 눈을 날카롭게 뜬 영상기자들과, 커다란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진기자들도 눈에 띄었다. 기자들은 소리 없이 경쟁 중이었다.

하지만 취재 열기는 조합원들의 열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선언식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간혹 웃기도 하던 조합원들은 선언식이 시작되자 눈을 반짝이며 일제히 단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결의에 차지 않은 얼굴은 보기 힘들었다. 올해 업무 중 사망한 철도노동자를 위해 다 함께 고개 숙여 묵념할 때는 비장함까지 감돌았다.

선언식이 시작되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윤선 기자]
선언식이 시작되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윤선 기자]

그들은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와 한국철도공사, 그리고 서울시를 향해 외쳤다. 구호는 ‘중간착취’를 ‘중단’하고, ‘생활임금’을 ‘지급’하며, ‘현장인력’을 ‘충원’하라는, 앞선 결의와 비장함이 무색한 다소 평범한 요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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