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승부사 면모를 보이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또 한 번 합병 능선을 넘었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28일(현지시각) “2022 기업법’(영국이 2002년 시행한 투자 촉진법)에 근거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과 관련해) 제출한 시정 안을 원칙적으로 수용했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CMA는 지난 14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대해 '유예'판정을 내렸다. 당시 CMA는 두 항공사가 합병할 경우 영국 노선을 독과점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두 항공사가 영국과 한국을 오가는 주된 화물 서비스 항공사라는 이유로 경쟁을 해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영국 경쟁 당국에 우려 해소의 내용을 담은 시정안을 제출했고 해당 내용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 우려 해소 담은 시정안 받아들여져

CMA가 시정안내용이 충분하다고 판단함에 따라 2차 심층 조사 없이 승인 여부가 가려지게 됐다. 시정 안에 대해 시장으로부터 추가 의견을 듣는 절차만 남았다. 최종 승인 여부는 조만간 나온다.

대표적 유럽노선인 영국이 ‘사실상 승인’ 결정을 내린만큼  다른 국가의 심사도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영국 외에도 미국, EU(유럽연합), 일본, 중국의 4개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15일 심사를 연장해 추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경쟁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더라도 다른 국가 가운데 한 곳이라도 합병에 반대하면 두 회사의 기업결합이 무산될 수 있다.

대한민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22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국내 포함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 9곳에 기업결합 신고를 한 지 1년 1개월 만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며 "남은 기간 영국은 물론 다른 국가에서도 기업결합심사가 이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두 항공사 기업결합이 지닌 의미 강조

한편 조 회장은 오너 3세 경영인이다. 한진그룹 회장을 맡아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의 경영을 정상화와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이끄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2022년은 대한항공에 매우 중요한 해이며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과 함께 대한항공이 글로벌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나아가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두 항공사를 합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항공역사를 새로 쓰는 시대적 과업인 만큼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생각이다”라며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이 지닌 의미에 대해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