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촉구하는 ‘화요집회’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정책에 ‘설익은 정책’ 지적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 15회차 화요집회의 모습 [강윤선 기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 15회차 화요집회의 모습 [강윤선 기자]

[일요서울 | 강윤선 기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는 29일 여의도 이룸센터 농성장 앞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는 화요집회를 열었다. 15회차에 접어든 화요집회는 발달장애 자녀를 가진 부모로서 겪는 이야기들을 자발적으로 나누는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한다.

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 수 있도록 투쟁하는 전국적인 장애인 부모 단체다. 실제로 2014년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이어 2018년에는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의 필요성을 외쳤고 이에 정부는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부모연대의 입장이다.

화요집회 사회를 맡은 김종옥 위원장 [강윤선 기자]
화요집회 사회를 맡은 김종옥 위원장 [강윤선 기자]

김종옥 부모연대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사회를 맡아 “2022년 올해만 비극적인 죽음을 맞아야 했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10여 가구에 이른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간 언론에 보도된 자료를 살펴보면 10건 중 8건이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부모가 살해한 뒤에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한 사건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1)에 따르면 2020년에 실시한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발달장애인 중 지적장애인의 60%, 그리고 자폐성 장애인의 80%가 부모나 가족과 동거한다.

국정감사 정책자료집(2022)에 따르면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 중 50.8%가 발달장애 자녀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다. 발달장애인의 52.0%가 평일 낮 시간대에 어떠한 복지 지원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날 발언자로 나섰던 진유순 부모연대 충남지부 홍성지회 회원은 “제 아이는 자폐성 장애가 있는 24살의 청년”임을 밝히며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던 때부터 지금까지 1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이의 돌보기 위해 살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진유순 부모연대 회원이 아이의 사진이 담긴 스마트폰을 들고 밝은 모습으로 취재에 응하고 있다 [강윤선 기자]
진유순 부모연대 회원이 아이의 사진이 담긴 스마트폰을 들고 밝은 모습으로 취재에 응하고 있다 [강윤선 기자]

진 회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제 소원을 묻는다면 아이를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것”이라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일회적인 지원 제도를 탈피하고 시설을 나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줄 것을 청했다.

김현정·김희자 부모연대 경기지부 안양지회 회원은 함께 단상으로 나가 발언했다. 김현정 회원은 “제 아이는 이제 13살이다”라며 “점점 몸집이 커져서 혼자만의 힘으로 안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김희자 회원은 “그때가 제일 힘들 때다”라며 말을 받기도 했다.

발언 중 김종옥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현정 김희자 부모연대 회원 [강윤선 기자]
발언 중 김종옥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현정 김희자 부모연대 회원 [강윤선 기자]

김희자 회원은 “제 아이는 이제 19살이고 유튜브로 전국노래자랑 보는 걸 제일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청중으로 있던 부모연대 회원 중 한 명이 자신의 아이도 TV로 전국노래자랑 같은 프로그램만 봐서 다른 가족들이 보고 싶은 걸 못 본다고 장단을 맞추자 다들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후 김 회원은 “발달장애인에겐 졸업 후의 삶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부모연대가 요구하는 ‘24시간 지원체계’는 주거·노동·주간활동 지원 제도의 강화 및 확대 개편을 골자로 한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목표는 아이가 하루의 반은 근로하고, 하루의 반은 주간활동서비스를 받고, 하루의 반은 집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돌봄에 대한 무게에 짓눌려 죽고 죽어야 하는 부모와 발달장애인이 더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 권리를 위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농성장. 농성 기간이 눈에 띈다 [강윤선 기자]
발달장애인 권리를 위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농성장. 농성 기간이 눈에 띈다 [강윤선 기자]

특히 부모연대는 29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맞춤형 지원강화’에 대해 ‘24시간 지원체계를 최중증 발달장애인만 받을 수 있도록 축소하고 발달장애인 등급제도의 부활시키려는 계획’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한 ‘세부적인 서비스 형태나 방향을 확인할 수 없는 윤석열 정부의 설익은 정책’이라 지적하며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와 권리에 기반한’ 실질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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